2026년 1월물 WTI 원유는 전일 대비 -1.63달러(-2.87%) 하락했으며, 1월물 RBOB 가솔린은 -0.0506달러(-2.92%) 하락했다. 두 종목 모두 근월물 기준으로 약 4.75년 만의 저점으로 밀려났다.
2025년 12월 16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원유와 가솔린 가격의 동반 하락은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와 전 세계적 석유 공급 과잉(surplus) 기대가 결합된 결과다. 또한 S&P500 지수가 2.5주 만의 저점으로 밀리면서 경제전망에 대한 낙관을 약화시켰고, 이는 에너지 수요 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러시아-우크라이나 간의 휴전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될 가능성이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중요 용어 설명: 투자자와 일반 독자를 위해 WTI(West Texas Intermediate)는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의 기준 선물 가격을 뜻하고, RBOB는 휘발유(가솔린) 선물의 대표 지표이다. Crack spread는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디젤 등 석유제품으로 판매할 때 얻는 마진을 의미하며 이 마진이 약화되면 정유사의 원유 구매 매력이 떨어져 원유 수요를 낮출 수 있다. bpd(barrels per day)는 하루 배럴 단위의 생산·운송량을 뜻한다.
오늘 발표된 일부 경제지표는 예상보다 약했다. 미국의 11월 실업률은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해 4년 만의 높은 수준인 4.6%를 기록했고, 12월 미국 S&P 제조업 PMI는 -0.4포인트 하락한 51.8로 5개월 만의 저점으로 나타나 컨센서스(52.1)에 못 미쳤다. 유로존의 12월 S&P 제조업 PMI도 예상과 달리 -0.4포인트 하락해 49.2를 기록했고 이는 8개월 만에 가장 급격한 위축 속도다. 이러한 경제지표 악화는 에너지 수요 둔화 우려로 직결되어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에 대한 기대도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ladimir Zelenskiy)는 월요일에 미·우크라이나 간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이 “very constructive.”라고 말했으며, 향후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제재 완화 가능성이 제기될 경우 원유 공급이 확대될 수 있어 유가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유 마진 약화 역시 원유 가격 하락의 배경이다. Crack spread는 이날 6개월 저점으로 떨어지며 정유사들이 원유를 매입해 휘발유·증류유로 정제하려는 유인을 약화시켰다. 이는 정유업계의 원유 매입 수요를 줄여 전반적인 원유 수요 하방 요인으로 작용한다.
저장 및 해상 재고 동향도 가격에 부담을 주고 있다. 에너지 데이터 업체 Vortexa는 12월 12일로 끝난 주간 기준으로 적어도 7일 이상 정박한 채 저장 중인 유조선의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5.1% 증가한 1.2023억 배럴(120.23 million bbl)로 집계됐다고 보고했다. 이는 해상 저장 증가로 인해 즉시 시장에 공급 가능한 물량이 늘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베네수엘라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는 유가에 상반된 신호를 주고 있다. 미국군이 지난 수요일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제재 대상 유조선을 나포·압수한 데 이어 로이터 통신은 목요일 미국이 추가 제재 유조선 차단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제재·나포 사례는 베네수엘라가 원유 수출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해 공급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12위 규모의 원유 생산국이다.
러시아의 원유 수출 감소도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Vortexa의 11월 19일 데이터는 11월 상반기(전반 15일) 러시아의 석유제품 선적이 하루 평균 170만 배럴(bpd)로 3년 이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3개월 동안 우크라이나는 최소 28개 러시아 정유 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감행했고, 이는 러시아 내 연료 부족을 심화시키며 원유 수출 능력을 제약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드론·미사일 공격으로 러시아 발틱해 유전 터미널이 손상돼 폐쇄된 사례와, 카스피해 파이프라인 컨소시엄(Caspian Pipeline Consortium)이 계류 손상으로 일시 폐쇄된 사례도 수출 차질을 더했다. 또한 미국과 EU의 새로운 대러시아 제재는 러시아의 석유 기업·인프라·유조선에 직접적인 제약을 가하고 있다.
OPEC+의 정책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OPEC+는 11월 30일에 발표한 내용에서 2026년 1분기(1Q-2026) 생산 증대 중단 계획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OPEC+는 11월 2일 회의에서 12월에 하루 평균 +137,000배럴의 생산을 늘리기로 했으나, 이후 신흥 글로벌 석유 공급 과잉이 나타나자 2026년 1분기 생산 인상을 잠시 보류하겠다고 결정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전 세계 석유 공급 과잉이 일평균 40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OPEC+는 2024년 초에 도입한 220만 배럴의 감산분 중 대부분을 복원하려 하고 있으나, 아직 복원되지 않은 120만 배럴의 증산 여지가 남아 있다. OPEC의 11월 원유 생산은 -10,000배럴 감소한 2,909만 배럴(bpd)로 집계됐다.
지난달 OPEC는 3분기(Q3) 글로벌 석유 시장 전망을 적자에서 잉여(surplus)로 수정했다. OPEC는 기존의 -40만 bpd 적자 전망 대신 +50만 bpd 잉여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5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치를 기존의 1,353만 배럴에서 1,359만 배럴(bpd)으로 상향 조정했다.
최근 수요일 발표된 EIA 보고서는 (1) 12월 5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가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4.3%였고, (2) 휘발유 재고는 -1.8%였으며, (3) 증류유 재고는 -7.7%로 5년 평균을 밑돌았다고 밝혔다. 같은 보고서에서 12월 5일 주간 기준 미국 원유 생산은 전주 대비 +0.3% 증가해 13.853백만 배럴(bpd)로 집계돼 11월 7일 주간의 최고치인 13.862백만 bpd에 근접한 수치를 기록했다.
석유 시추 장비 동향도 시장에 시그널을 준다. 베이커 휴즈(Baker Hughes)는 12월 12일 종료 주간의 미국 가동중인 유정 수가 전주 대비 +1대 증가한 414대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이는 11월 28일 보고된 4년 저점 407대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 유정 수는 2022년 12월의 627대(5.5년 최고치)에서 급감했다.
시장의 시사점과 전망
단기 전망: 시장은 현재 공급 증가 신호와 수요 둔화 신호가 동시에 작용하는 전환기 국면에 있다. 미국과 유로존의 제조업 지표 악화, 실업률 상승 등 수요 측 약화 요인이 가격 하락을 촉발하고 있다. 동시에 유조선 해상 재고 증가와 OPEC+의 생산정책 변화, EIA의 미국 생산 상향 조정 등 공급 쪽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추가 하방 압력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 전망: 러시아의 수출 차질(정유시설 공격·제재)과 베네수엘라 유조선 나포 사례는 특정 지역의 공급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며 가격 상방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IEA가 전망한 2026년 일평균 400만 배럴의 글로벌 과잉 가능성은 구조적으로 가격을 억제할 요소다. 따라서 공급·수요의 균형은 국가별 제재, OPEC+의 정책 결정, 세계 경제 성장률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정책적 불확실성(제재 변화, 휴전·정전 협상 진전 등)에 따라 유가는 큰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
투자자 관점: 투자자는 단기적 변동성 확대를 염두에 두고 헤지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유 마진(crack spread) 약화가 지속될 경우 정유업체의 수익성이 떨어져 관련 섹터의 실적 전망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반면, 러시아·베네수엘라 등 특정 공급원에서의 차질이 지속되면 물리적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 리스크가 존재하므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결론: 현재 유가 하락은 수요 둔화 우려와 공급 과잉 기대가 결합된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지역별 지정학적 리스크와 OPEC+의 추가 정책 결정, 주요 경제지표 흐름에 따라 유가 방향성이 빠르게 바뀔 수 있으므로 시장 참여자들은 관련 지표와 정책 발표를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저자 고지: 본 기사 작성 시점에 Rich Asplund은 기사에 언급된 증권들에 대해 직접적 또는 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본문에 포함된 모든 정보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판단의 유일한 근거가 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