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과 RBOB 가솔린 선물이 31일(현지시간) 하락 마감했다. 2월물 WTI(티커 CLG26)는 전일 대비 -0.53달러(-0.91%) 하락했고, 2월물 RBOB(티커 RBG26)는 -0.0180달러(-1.04%) 하락 마감했다.
2025년 12월 31일, 나스닥 계열의 Barchart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하락은 주로 주간 미 에너지정보청(EIA) 재고 보고서의 전반적 약세 영향과 함께 달러 인덱스(DXY)의 1주일 만의 고점 랠리가 에너지 가격에 부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다만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러시아 등에서 지속되는 지정학적 리스크는 원유 급락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시장 동향 및 주요 근거
이번 주 발표된 여러 지표는 서로 상반된 신호를 제공했다. 먼저 EIA의 주간 재고 보고서에서는 가솔린 재고가 +580만 배럴로 8.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해 전망치(+195만 배럴)를 크게 웃돌았다. 또한 디스틸레이트(중유) 재고는 +498만 배럴로 예상(+155만 배럴)을 크게 상회했다. 반면 원유 재고는 예상된 증가와 달리 -193만 배럴 감소를 나타냈다(기대치 +50만 배럴).
EIA 보고서는 미국 내 원유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3.0% 낮고, 가솔린은 +1.9% 높으며, 디스틸레이트는 -3.7%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WTI 인도지점인 커싱(Cushing) 재고는 +54.3만 배럴 증가했고, 미국의 주간 원유 생산은 13.827백만 배럴/일(bpd)로 전주 대비 유의미한 변동 없이 기록되었다(역대 최고 기록은 13.862백만 bpd, 11월 7일 주).
수급 요인
공급 측면에서는 OPEC+의 정책과 러시아·베네수엘라·나이지리아 관련 지정학적 변수, 그리고 제재와 군사활동이 혼재하고 있다. OPEC+는 11월 30일 발표에서 2026년 1분기에 생산 증가를 일시 중단하는 계획을 고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12월에는 회원국들이 12월에만 +137,000 bpd를 증산한 뒤 2026년 1분기에는 증산을 멈추기로 했다. OPEC의 11월 원유 생산량은 -10,000 bpd 감소해 29.09백만 bpd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으로 지난 4개월간 최소 28개 정유시설이 표적이 되었고, 발틱 해역에서는 지난 11월 이후 최소 6척의 유조선이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여기에 미국과 EU의 추가 제재로 러시아의 수출 여건이 제한되면서 전 세계 공급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한편 베네수엘라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제재를 받는 유조선을 봉쇄하는 조치를 지속하고 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미 해안경비대는 제재 대상 유조선 Bella 1을 베네수엘라에서 멀어지도록 강제했고, 미군은 해당 선박을 바베이도스 인근에서 압박하려 했으나 선박은 다시 대서양으로 이동했다.
보안 차원에서는 미국이 나이지리아 내 ISIS 표적에 대해 정보협력과 함께 공습을 단행한 점도 주목된다. 나이지리아는 OPEC 회원국으로, 국내 안보 불안은 원유 생산·수출에 리스크로 작용한다.
수요 측면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의 원유 수입 강세가 가격을 지지하는 주요 요인이다. Kpler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이달 원유 수입은 전월 대비 10% 증가해 재고 축적 과정 속에서 기록적인 1,220만 bpd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수요 회복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나, 동시에 글로벌 공급 과잉 전망도 공존한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전 세계 원유가 4.0백만 bpd의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OPEC도 최근 3분기 글로벌 시장 추정치를 적자에서 흑자로 수정해 Q3에 대해 +500,000 bpd의 잉여를 예상했다(직전 달 추정치는 -400,000 bpd 적자).
해상 재고 및 저장 동향
Vortexa의 자료에 따르면, 최소 7일 이상 정박 상태인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량은 12월 26일로 끝나는 주에 전주 대비 +15% 증가한 1억 2,933만 배럴(129.33 million bbl)로 집계되었다. 이는 해상에 대기 중인 물량 증가로 공급 과잉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시장 구조 지표
장비와 설비 측면에서는 Baker Hughes의 주간 리포트가 주목된다. 1월 2일로 끝나는 주 기준 미국의 가동 중인 유전 시추 Rig 수는 +3대 증가해 412대를 기록하며 12월 19일의 4.25년 저점(406대)에서 일부 회복됐다. 다만 2022년 12월 보고된 5.5년 최고치인 627대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전망 및 분석
단기적으로는 달러 강세와 EIA의 가솔린·디스틸레이트 재고 급증이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달러 인덱스의 강세는 달러 표시 자산인 원유의 외화 표시 가격을 상승시켜 수요를 둔화시키는 경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의 수입 증가, OPEC+의 생산 동결 기조, 러시아·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은 가격 하방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중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고려할 수 있다. 첫째, 글로벌 수요 회복(특히 아시아 중심의 수요 확대)이 지속되면 재고 과잉 우려가 해소되며 가격은 서서히 반등할 여지가 있다. 둘째, OPEC+가 계획한 증산 복원(총 2.2백만 bpd 중 1.2백만 bpd가 아직 미복원 상태)을 가속화하면 공급 압박으로 가격 하락 폭이 확대될 수 있다. 셋째, 지정학적 리스크(러시아 정유시설 추가 타격, 나이지리아·베네수엘라 관련 긴장 고조, 제재 강화)가 현실화하면 공급이 차질을 빚어 단기 급등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 주요 관찰 지표는 EIA의 주간 재고 추이, 달러 인덱스(DXY) 움직임, 중국의 월별 수입량, OPEC+ 회의 결과, 러시아·중동·아프리카의 지정학적 이벤트 및 해상 저장량 추세 등이다. 특히 EIA의 다음 주 보고서에서 원유 재고가 추가로 감소하지 않고 제품 재고 중심의 빌드가 지속된다면 가격의 추가 하락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
용어 설명
이 기사에서 사용된 주요 용어는 다음과 같다. WTI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를 의미하는 대표적 원유 선물 지표이며, RBOB는 자동차용 휘발유(가솔린) 정제 제품 선물 가격을 뜻한다. EIA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으로 주간 재고·생산 통계를 발표한다. OPEC+는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연합을 지칭하며, bpd는 배럴/일 단위의 생산·수송량 단위이다. Cushing은 미국 오클라호마의 원유 인도지점으로 WTI 가격 결정에 중요한 물리적 보관·거래 거점이다. DXY는 달러 인덱스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낸다.
결론
종합하면, 2025년 12월 31일 기준 원유 및 가솔린 가격 하락은 EIA의 제품 재고 증가와 달러 강세라는 단기적 매도 요인에 기인한다. 그러나 중국의 수입 확대, OPEC+의 생산 중단 기조, 지정학적 리스크 등은 가격 하방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어 시장은 당분간 변동성 확대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적으로는 수급 균형의 향방(특히 OPEC+의 증산 계획 실행 여부와 중국 수요의 지속성)에 따라 가격 방향성이 보다 뚜렷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