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 OPEC+ 9월 증산 결정에 하락…트럼프 “인도산 러시아 석유에 고관세” 압박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9월물(CLU25)은 0.62달러(-0.92%) 하락했으며, 9월 RBOB 휘발유(RBU25) 선물도 갤런당 0.0064달러(-0.30%) 내렸다.

2025년 8월 4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국제 유가와 휘발유 가격은 OPEC+가 전격적으로 증산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하락 압력을 받았다. 다만 장중 달러 약세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對)인도 관세 경고가 전해지며 낙폭이 일부 축소됐다.

OPEC+ 9월 54만7,000배럴/일 추가 증산

OPEC+는 8월 3일(현지시간) 회의에서 9월 1일부터 하루 54만7,000배럴의 추가 증산을 공식 승인했다. 이번 결정은 팬데믹 기간 단행했던 2년 간의 감산을 단계적으로 되돌리는 과정의 일환으로,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 배럴/일을 복원하는 계획이다. 회의 직후 OPEC+는 “수요 추이에 따라 증산 유지·중단·재검토 모두 열어두겠다”고 밝혔으며, 현재 166만 배럴/일 규모의 생산설비는 2026년 말까지 여전히 셧다운 상태로 남겨둘 방침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쌓이고 있어 2025년 4분기에는 세계 석유 수요의 1.5%에 달하는 공급 초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실제로 7월 OPEC 회원국의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2만 배럴 감소한 2,831만 배럴/일에 그쳤다.

트럼프, 인도 겨냥 “러시아산 유가 관세 대폭 인상”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수입할 경우 미국은 ‘상당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주에도 “러시아가 이번 주 금요일까지 우크라이나와 휴전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 에너지를 수입하는 모든 국가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시장을 긴장시켰다. JP모간체이스는 “실제로 ‘세 자릿수’(100% 이상) 관세가 집행된다면 러시아의 수출 비중과 OPEC의 제한적 여유 물량을 감안할 때 공급 쇼크를 피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EU, 러시아 제재 확대…‘그림자 선단’ 400척 넘어서

유럽연합(EU)은 최근 대러 14차 제재 패키지를 승인하며 러시아 석유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20개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추가 차단했고, 제3국에서 정제된 러시아 원유에도 수입 제한을 걸었다. 러시아 국영회사 로스네프트가 지분을 보유한 인도 대형 정유소 1곳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아울러 러시아산 원유를 비밀리에 운송하는 ‘그림자 선단’ 소속 선박 105척이 추가 제재 대상에 포함돼 총 400척 이상으로 늘어났다.

선박 저장 물량 15% 급감…단기적 가격 지지

선박 분석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8월 1일 기준 7일 이상 정박 중인 유조선의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15% 급감한 7,912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공급 과잉 우려 속에서도 단기적으로는 가격 지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석유 기초지표: 재고 감소·생산 증가·리그 급감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7월 30일 발표한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7월 25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5.6% 낮고, 휘발유 재고는 0.7% 낮으며, 증류유 재고는 15.2%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량은 전주 대비 0.3% 증가한 1,331만4,000배럴/일로, 2024년 12월 6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000배럴/일)에는 미치지 못했다. 반면 베이커휴즈 집계 미국 유정 시추기는 8월 1일 주간 5기 감소한 410기로 3.7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년 12월 627기에서 2년 반 사이 급격히 줄어든 셈이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RBOB는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북미에서 거래되는 무연 휘발유 선물 기준물이다. OPEC+는 전통적 산유국 협의체인 OPEC(석유수출국기구)에 러시아·카자흐스탄 등 10개 비OPEC 산유국이 가세한 확대 협의체를 지칭한다. WTI는 미국 텍사스주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경질유로, 국제 원유 선물시장(나이멕스)의 기준 가격 역할을 한다.

시장 전망

시장 참가자들은 OPEC+의 단계적 증산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공급 과잉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의 통상 압박이 상존해 가격은 ‘하단 지지·상단 제한’이 반복되는 Box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한편 이 기사 작성 시점 기준 필자인 리치 애스플런드는 거론된 어떤 종목에도 직접적·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 본문 정보는 투자 자문이 아닌 참고용 일반 정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