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영향력 전쟁’… 젠슨 황, 엘론 머스크·팀 쿡 제쳐

엔비디아(Nvidia) 최고경영자 젠슨 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팀 쿡 애플 CEO,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실리콘밸리 거물들과의 ‘정치적 영향력 경쟁(clout wars)’에서 단숨에 선두로 부상했다.

2025년 7월 22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황 CEO는 AI(인공지능) 혁명을 견인하는 단 하나의 핵심 반도체, 즉 엔비디아의 GPU를 앞세워 워싱턴 정가와 글로벌 외교무대의 관심을 싹쓸이하고 있다.

UAE 협력 관련 이미지

중국-미국 간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트럼프 1기(2017~2021년)에는 팀 쿡이 백악관을 수시로 오가며 ‘관세 면제’라는 실리를 챙겼다. 그러나 트럼프 2.0이 출범한 뒤 애플은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엔비디아에 내줬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발언권도 황 CEO에게 밀리는 양상이다.


■ ‘역사적 한 주’… H20 수출 규제 뒤집다

올해 초 미 상무부는 엔비디아의 중국향 AI칩 H20을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제재 목록에 올렸다. 이에 대해 황 CEO는 ‘미국의 기술 리더십을 스스로 약화한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했고, 이달 베이징 재방문 당시 “곧 판매 재개”라는 깜짝 발표를 이끌어냈다.

“모든 민간 AI 모델은 미국 기술 스택 위에서 구동돼야 하며, 이는 전 세계가 ‘미국을 선택’하도록 장려하는 길이다.” — 젠슨 황, 2025년 7월 베이징 연설 중

시장조사업체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 칩이 사실상 AI 혁명의 유일한 연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번 규제 철회는 ‘황의 정치적 승리’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팀 쿡 회동

■ 백악관‧중동‧베이징… 황의 광폭 행보

황 CEO는 올 들어서만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차례 면담했고, 5월 중동 순방에도 동행했다. 당시 미국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십만 개의 엔비디아 첨단 칩을 공급하는 초대형 AI 인프라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화웨이 등 중국 경쟁사를 견제하며 미국의 글로벌 기술 패권을 굳히려는 포석으로 해석됐다.

이후 황 CEO는 “수출 제한은 중국 기업을 자국산 칩으로 몰아줘 결과적으로 미국 산업에 역풍이 된다”는 논리를 백악관 고위 참모진에게 꾸준히 제시했다. 폴 트리올로 DGA-앨브라이트스톤브리지그룹 부사장은 이러한 논리가 AI·가상자산 정책을 총괄하는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보좌관의 사고방식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 ‘영향력 전쟁’서 밀린 머스크·쿡

엘론 머스크는 대선 기간 트럼프와 긴밀히 소통하며 ‘정책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지난해 말 공개적인 의견 충돌로 관계가 틀어진 상태다. 한편, 팀 쿡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애플이 인도 생산 비중을 늘리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대통령의 공개 질책을 받았다.

트럼프 수석보좌관 피터 나바로 또한 7월 초 “쿡이 중국 철수를 충분히 빨리 진행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실리콘밸리 컨설팅업체 컨스텔레이션리서치의 레이 왕 대표는

“트럼프 1기에는 애플과 팀 쿡이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CEO’였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엔비디아 칩에 달렸다”

고 지적했다.


■ ‘GPU’와 ‘AI 스택’이란?

GPU(Graphics Processing Unit)는 본래 그래픽 연산용 칩이지만, 대규모 병렬 연산에 특화돼 딥러닝·생성형 AI 학습에 필수적이다. ‘AI 스택’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통칭하는 용어로, 엔비디아는 GPU 외에도 네트워크 칩·소프트웨어 플랫폼까지 묶어 제공해 ‘원스톱 솔루션’ 지위를 굳히고 있다.


■ 남은 리스크와 전망

트리올로 부사장은 “황 CEO가 미·중 양측을 절묘하게 저울질해 왔지만, 미 정부가 언제 어떤 추가 제재선을 그을지는 미지수”라며 “지난 몇 차례 규제 변경만으로도 엔비디아는 45억 달러(약 6조원)의 재고손실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리서치업체 로듐그룹의 레바 구존 디렉터는 “엔비디아가 ‘제재 대상 1순위’에서 ‘정책 영향력 1순위’로 변신했지만, 그 지위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미 행정부는 현재 반도체 업계 전반에 대한 추가 관세 검토에 착수한 상태이며, 이는 엔비디아의 대만 생산 비중과도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하드웨어 의존도가 높은 AI 시장에서 누가 정·재계의 신뢰를 얻느냐에 따라 향후 기술 패권 구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