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BNSF-골드만 인수 협의설 전면 부인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자신이 이끄는 복합기업 버크셔 해서웨이 산하 화물철도회사 BNSF가 골드만삭스와 함께 경쟁 철도회사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시장설을 단호히 부정했다. 그동안 월가에서는 대형 철도업계 재편 가능성을 놓고 각종 시나리오가 제기돼 왔으나, 버핏 회장은 CNBC 단독 인터뷰에서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2025년 7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CNBC의 앵커 베키 퀵(Becky Quick)과의 전화 통화에서 “나와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지명된 그레그 에이블(Greg Abel) 부회장 모두 골드만삭스 관계자와 대화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값비싼 외부 자문 없이도 스스로 투자 결정을 내릴 능력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해명은 전날 세마포(Semafor)와 로이터 통신이 ‘버크셔가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경쟁사 인수 작업에 착수했다’고 보도한 직후 나왔다. 해당 보도는 유니언 퍼시픽(Union Pacific)이 노퍽서던(Norfolk Southern) 인수 의향을 내비친 뒤 업계 전반에 퍼진 인수·합병(M&A) 기대감을 배경으로 했다. 실제로 시장 일각에서는 BNSF가 CSX 또는 노퍽서던을 직접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문이 확산되며 관련 종목 주가가 출렁였다.

“은행은 언제나 거래 성사를 원한다”*버핏 발언*
버핏 회장은 과거 여러 차례 “투자은행은 수수료가 걸려 있기 때문에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동기가 강하다”고 지적해 왔다. CNBC와의 통화에서도 그는 “외부 자문사를 끼워 넣으면 불필요한 비용이 불어난다”며 “우리는 시장에 나와 있는 정보를 직접 분석하고, 필요할 경우 사내 인력만으로 충분히 가치 평가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앞으로도 우리는 복잡한 중개인을 거치지 않는다.” — 워런 버핏

BNSF는 2010년 버크셔 해서웨이가 약 440억 달러를 투입해 완전 인수한 미국 2위 화물철도회사다. 당시 버핏은 “미국 경제 성장의 척추에 투자한다”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CSX·노퍽서던·유니언 퍼시픽과 함께 미국 4대 동부·서부 간선망을 이끄는 ‘빅포(Big Four)’로 불리며, 국내 수출입 물동량과 원자재 수송을 담당하는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평가된다.

에이블 부회장의 승계 일정
현재 94세인 버핏은 2025년 말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현 에너지·철도 부문 총괄인 그레그 에이블이 그 뒤를 이을 예정이다. 경영권 승계가 임박한 상황에서 ‘대규모 철도 인수설’이 불거지자 시장은 버크셔가 본격적인 성장 드라이브를 거는 것 아니냐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즉각 이를 부인함에 따라 단기적 변동성은 잦아들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 해설: 왜 철도가 다시 주목받는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국 내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생산시설을 본국으로 되돌리는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화물철도의 전략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트럭 수송 대비 탄소 배출량이 낮고, 대량 화물을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 매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버핏처럼 장기 보유를 선호하는 가치투자자에게 규모의 경제와 막대한 진입장벽을 갖춘 철도 산업은 꾸준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천혜의 모트(Moat·참입장벽)’로 평가된다.

한편 월가에서는 최근 ‘생산성 향상 프로그램(PSR)Precision Scheduled Railroading, 열차 편성을 효율화해 비용을 줄이고 운송 시간을 단축하는 운영전략’ 도입으로 철도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업계 1·2위 사업자 간 인수·합병 가능성은 꾸준히 거론돼 왔지만, 이날 버핏의 발언은 실체 없는 루머가 주가를 과도하게 움직였음을 방증한다.


기자 관전평

버핏 회장의 일관된 ‘노 뱅커, 노 브로커’ 원칙은 단순히 수수료 절감 차원을 넘어, 상대적 정보 비대칭을 제거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실제로 버크셔는 과거 코카콜라·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애플 투자에서 외부 자문 없이도 막대한 수익을 거둬 왔다. 이러한 사례는 결국 ‘투자은행 의존도가 높을수록 거품 낄 확률도 커진다’는 버핏식 경영 철학을 뒷받침한다.

결론적으로, 버핏과 에이블의 공개 부인은 향후 몇 주간 시장에 퍼진 M&A 기대 심리를 다소 누그러뜨릴 전망이다. 다만 철도 인프라의 장기 성장성과 버크셔의 막대한 유동성(현금 및 단기금융자산 1,600억 달러 이상 추정)을 감안하면, 향후 어느 시점엔가 대형 빅딜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따라서 투자자는 루머와 팩트를 명확히 구분하면서도 버크셔가 시장에 던질 다음 카드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