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비밀 종목’ 공개 임박…후보로 거론되는 산업·방위주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두 분기 연속으로 ‘비공개(Confidential Treatment)’ 지정을 통해 특정 종목을 조용히 매집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른바 ‘비밀 종목’이 13F 보고서를 통해 곧 공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5년 8월 13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는 2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상업·산업 및 기타(commercial, industrial and other)’ 분류 주식의 취득원가(cost basis)가 28억 달러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1분기에 같은 항목이 늘어난 데 이어 두 번째 분기 연속 증가한 수치다. 두 분기를 합치면 매입 규모는 총 47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며, 동일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버크셔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비공개’ 지위를 받아 13F 보고서에 종목명을 일시적으로 누락할 수 있다. 이 제도는 대형 투자자가 대량 매수·매도를 진행할 때 시장 가격 변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허용된다. 그러나 보통 2~3분기 이후에는 공시 의무가 발생해 결국 종목이 공개된다.


13F 보고서와 ‘비공개 지위’란 무엇인가

13F 보고서는 운용자산 1억 달러 이상 기관이 분기마다 제출해야 하는 의무 공시 문서다. 여기에는 보유 종목·수량·평균단가 등이 담긴다. 다만 SEC 규정 24b-2에 따라 경쟁상 불이익이 예상될 경우 일정 기간 종목명을 가릴 수 있다.

버핏은 과거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투자 기준은 기업이 장기간 유지할 ‘해자(moat)’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해자는 타 경쟁사가 침범하기 어려운 경쟁우위를 뜻한다. 금융정보업체 모닝스타(Morningstar)는 이러한 해자가 넓은 기업을 ‘와이드 모트(wide moat)’로 분류한다.

후보군: 방위·철도·산업 대형주

CNBC 프로는 모닝스타 데이터베이스에서 산업(industrial) 섹터 중 와이드 모트를 보유하고, 시가총액 10억 달러 이상이며, 12개월 선행 PER 20배 이하 조건을 충족하는 미국 상장사를 선별했다. 그 결과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Huntington Ingalls Industries), 캐나다 내셔널 레일웨이(CN Railway), 캐나다 퍼시픽 캔자스시티(CPKC), 유니언 퍼시픽(Union Pacific) 등이 리스트에 포함됐다.

방위주인 록히드마틴은 올해 주가가 약 10% 하락해 S&P 500을 큰 폭으로 언더퍼폼하고 있다. 버크셔 주주이자 글렌뷰 트러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 빌 스톤은 “락히드마틴이 버핏의 매수 대상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방위·항공 우주 업종 특성상 정부 수주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이어서 ‘해자’ 요건에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철도주 세 종목도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버크셔는 이미 BNSF 레일웨이를 완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어, 시장에서는 버핏이 직접 경쟁사 지분을 추가로 매수할 가능성을 낮게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애널리스트는 “정책·규제 변화에 따른 내재가치 차별화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해자’ 개념 추가 설명

해자(moat)는 중세 성을 둘러싼 도랑에서 유래한 비유로, 기업이 장기간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유지할 수 있는 원천을 가리킨다. 특허·브랜드·네트워크 효과·규모의 경제 등이 대표적 요소다. 버핏은 『버크셔 주주서한』에서 “해자는 20~30년 이상 지속돼야 의미가 있으며, 그래야 복리 효과가 최대화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버크셔가 이번 분기에도 종목명을 비공개로 유지할 경우, 정보 공개 시점은 2026년 2월 발표되는 4분기 13F 보고서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버핏은 특정 지분율(5% 안팎)에 도달하면 자진 공시를 택한 사례가 있어, 조기 공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 유의점
대규모 매집이 확인되면 해당 종목 주가는 단기 급등할 수 있다. 하지만 버핏은 수십 년 투자 관점에서 평가하는 만큼, 단순 추종 매매는 리스크가 크다. 전문가들은 “재무 건전성·현금흐름·제품 경쟁력 등을 종합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