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은 자신이 중시하는 투자 기준을 매우 명확하게 제시해 왔다. 그의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면, 대개 막대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면서도 경제 전반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대형·성숙 기업이 다수를 차지한다. 또한 브랜드 파워·시장 지배력 등으로 경쟁사가 쉽게 넘볼 수 없는 ‘해자moat‘를 구축해 온 기업이 대부분이다.
2025년 8월 1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버핏은 성장주를 쫓아다니는 대신 장기 보유에 적합한 가치주를 찾아 시장 수익률을 능가해 왔다. 다만 지난 2년여간은 매수보다 매도가 더 많았던 터라, 현재 ‘버핏 스타일’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투자자라면 이번 세 종목이 훌륭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기사에서 제시된 3대 유망 종목은 아마존(NASDAQ: AMZN), 아메리칸 익스프레스(NYSE: AXP), 무디스(NYSE: MCO)다. 각각이 왜 ‘노브레이너(고민할 필요 없는)’ 종목인지 차례로 살펴본다.
1. 아마존: AI 대전환에 올라탄 거대 플랫폼
아마존은 전형적인 버핏 종목으로 여겨지지는 않지만, 앞서 언급한 투자 기준에 부합한다. 버핏이 기술주를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버크셔 해서웨이는 2019년 아마존을 매수했고 현재까지 약 130%의 수익을 올렸다.
특히 아마존은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을 통해 ‘AI 테마’에 노출되면서도 전자상거래·클라우드 등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로 위험을 분산한다.
아마존은 “AI가 실패해도 망하지 않을 회사”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만큼, 막강한 현금창출력과 인프라를 보유한다.
앤디 재시(Andy Jassy) CEO는 “기업 IT 지출의 90%가 아직 온프레미스(사내 서버)에 머물러 있다”며, 클라우드 전환이 본격화될 때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최대 수혜를 누릴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3분기에는 캐피털원·데이터독 등 대형 고객사가 신규로 합류했다. 이미 AI 관련 매출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며 성장 가속 구간에 진입했다.
2.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버핏의 ‘클래식’ 선택
버핏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30년 가까이 보유 중이다.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 지분율은 21.5%에 달하며, 보유 주식 가치 기준으로 포트폴리오 내 두 번째로 큰 비중(15.3%)을 차지한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글로벌에서 통하는 브랜드’를 지향한다. 최근엔 연회비 카드 라인업을 재편해 밀레니얼·Z세대 부유층을 겨냥했고, 3분기 골드카드 신규 가입자의 80%를 해당 층이 차지했다.
카드 연회비와 네트워크 수수료 덕분에 이 회사는 동일 업권 내 타사보다 고객 충성도와 이익률이 높다. 자사 신용공여 기능을 갖춘 것도 차별점이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고, 충당금 확대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이 증가세를 이어갔다. 배당수익률은 주가 급등(연초 대비 65% 상승)으로 0.89%에 불과하지만, 향후 소비 경기 회복 시 추가 모멘텀이 기대된다.
3. 무디스: ‘무명의 대형 포지션’
대다수 투자자들이 몰랐겠지만, 버핏은 무디스 지분 13.6%를 보유한다. 이는 버크셔 해서웨이 포트폴리오의 4.1%를 차지하는 굵직한 베팅이다.
무디스는 신용평가 및 리스크 데이터를 제공하며 S&P 글로벌과 사실상 ‘듀오폴리’를 형성한다. 듀오폴리는 특정 시장에서 두 기업이 과점적 지위를 차지하는 구조로, 진입장벽이 극도로 높다. 이는 버핏이 즐겨 찾는 ‘해자’ 개념의 대표적 사례다.
불확실한 경제 국면일수록 무디스의 평가는 필수적이다. 3분기 매출은 23%, 주당순이익(EPS)은 39% 증가했다. 롭 포버(Rob Fauber) CEO는 “역동적 위험 환경에서 고객의 의사결정을 돕는 역량”이 호실적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무디스 역시 배당을 지급하지만, 주가 상승률(올해 29%↑) 덕에 배당수익률이 0.68%로 낮다. 그럼에도 지난 10년간 시장 대비 두 배가량의 총수익률을 기록해, 포트폴리오 방어축으로 손색이 없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해자(Moat): 성 주위를 둘러싼 방어호를 뜻하는 단어로, 투자 업계에서는 경쟁사가 침투하기 힘든 지속적 경쟁우위를 의미한다.
듀오폴리(Duopoly): 두 기업이 대부분의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는 과점 형태다. 대표 사례로 국내 이동통신 3사 체제가 아닌, 특정 구간에서는 쿠팡과 11번가 같은 2강 체제를 예로 들 수 있다.
클라우드 전환: 기업이 자체 서버를 벗어나 AWS·애저(Azure) 같은 외부 데이터센터의 공유 인프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비용 효율성과 확장성이 장점이다.
전문가 시각
필자는 세 기업 모두 ‘장기 복리’ 관점에서 매력적이라 판단한다. 특히 경기 변동에 강한 무디스와 지속적 고객 충성도를 확보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포트폴리오 안정화 수단이 될 수 있다. 반면 아마존은 높은 변동성을 감수하더라도 AI·클라우드 초과 성장을 누릴 잠재력이 크다. 다만 세 종목 모두 최근 주가가 시장을 웃돌았기에, 분할 매수 전략이 합리적이다.
요약하면, 버핏식 가치투자 원칙과 미래 성장 테마를 동시에 만족시키고자 한다면 세 종목 모두 ‘노브레이너’ 후보로 검토할 만하다. 다만 개별 리스크를 고려해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것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