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주목하는 ‘버핏의 미스터리 종목’에 대한 추측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는 14일(현지시간) 장 마감 직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2분기 13F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며, 그 안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신규 지분이 처음으로 드러날 것으로 예고됐다.
2025년 8월 1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분기 버크셔는 13F 서류에 “비공개 취급 요청(Confidential Treatment Requested)”이라는 문구를 삽입해 특정 보유 종목을 숨긴 바 있다. SEC 규정 24b-2는 일정 요건 충족 시 운용사가 포지션을 공시에서 일시적으로 제외하도록 허용하며, 이는 대규모 매집 과정에서 시장 가격 왜곡을 막기 위한 합법적 장치다.
그 결과, 버크셔가 실제로 어느 기업의 주식을 사고 있는지 시장 참여자들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 분기 버크셔의 ‘상업·산업 및 기타(Commercial, industrial and other)’ 항목 투자 원가가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13F 내 세부 종목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포착되면서, 바로 이 섹터에서 ‘숨은 매수’가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잠재 후보 8개 대형주
시장 분석가들은 버핏이 아직 보유하지 않은 대형 상장사 가운데 항공·방산·중장비 대표 종목들을 집중 조명한다. 후보군은 다음과 같다.
GE 에어로스페이스(NYSE: GE)
RTX 코퍼레이션(NYSE: RTX)
록히드마틴(NYSE: LMT)
캐터필러(NYSE: CAT)
보잉(NYSE: BA)
허니웰(NASDAQ: HON)
GE 버노바(NYSE: GEV)
디어&컴퍼니(NYSE: DE)
이들 종목은 시가총액 수백억~수천억 달러 규모로, 버핏식 ‘코끼리 사냥(elephant hunting)’ 전략에 걸맞은 대어다.
WarrenAI의 진단: “캐터필러가 정통 버핏 스타일”
인베스팅닷컴이 자체 AI 주식 분석 도구 WarrenAI에 위 후보 8개 종목을 입력해 버핏 선호도를 분석한 결과, 캐터필러가 단연 1순위로 꼽혔다.
WarrenAI “캐터필러는 16.4배 P/E, 55.4% ROE, 5.5% 자유현금흐름 수익률(FCF Yield)을 보유해 버핏·버크셔의 전통적 투자 스타일에 가장 가깝다. 이는 견고한 수익성, 자본 배분 능력, 주주 친화적 정책을 모두 갖추면서도 밸류에이션 거품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이어 디어(Deere & Company)가 ‘차선’으로 평가됐다. Deere는 13.5배 P/E와 31.8% ROE 등 매력적 지표에도 불구하고 2024회계연도 매출이 15.8% 감소할 전망이라, 버핏이 보수적 관점에서 망설일 가능성이 언급됐다.
다른 후보군에 대한 WarrenAI의 평가는 다음과 같다.
- GE: 전환 성공은 인상적이나 30.5배의 높은 P/E가 부담
- RTX·LMT: 국방 섹터 특유의 안정성은 매력적이나, 부채비율(순차입금 대비 자본) RTX 71.9%, LMT 338.2%가 높고 주가도 고평가
- 보잉: 순이익·자본·자유현금흐름 모두 마이너스, 지나치게 복잡한 구조조정 국면
- GE 버노바: 성장 스토리는 흥미로우나 71.7배 P/E와 주주수익률 마이너스
- 허니웰: 핵심 수익성 지표 및 밸류에이션 데이터 공백
13F·비공개 취급 제도란?
미국 기관투자자는 분기 말 기준 100만 달러 이상 상장주식을 운용하면 13F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24b-2 조항’은 일정 기간 종목명을 가림으로써 대규모 포지션 구축 시 ‘킬러(Buyer) 프런트 러닝’을 방지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버핏은 과거 코카콜라, IBM, 셰브런 투자 때도 이 절차를 활용해 주가 급등 전에 지분을 확보한 전력이 있다.
버핏의 투자 철학과 이번 후보와의 접점
버핏은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경제적 해자, Moat), 충분한 잉여현금흐름을 핵심 잣대로 삼는다. 후보군 가운데 캐터필러와 디어는 글로벌 중장비 시장에서 네트워크·브랜드·서비스 인프라의 해자를 구축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방산 업체들은 정부 계약의 안정성을 갖지만 부채 의존도가 높고, 항공 OEM(보잉)은 복잡한 공급망 리스크와 품질 이슈로 버핏의 ‘복잡한 턴어라운드 회피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파급 효과와 향후 일정
버핏의 매수 사실이 공식 확인될 경우 해당 종목은 ‘버핏 효과’로 불리는 단기 랠리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2016년 버크셔가 애플 지분을 처음 공시했을 때 애플 주가는 당일 3% 상승했고, 1년 후 55% 급등한 사례가 있다. 이번 13F 공개는 미 동부시간 14일 16시 30분 이후 SEC 전자공시 시스템에 게재될 예정이며, 애널리스트들은 공시 직후 캐터필러와 디어의 장외(After-hours) 거래 변동성을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버크셔가 실제로 캐터필러 또는 디어를 매입했음이 확인될 경우, 중장비·농기계 섹터 전반에 대한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촉발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는 경기순환주에 대한 투자 심리를 개선시키며, 인프라 투자 확대와 맞물려 장기 수혜 시나리오로 연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 시각 및 추가 관전 포인트
월가 베테랑 펀드매니저들은 “버핏은 단순히 저평가 여부만이 아니라, 경영진에 대한 신뢰와 분배 정책의 일관성을 중시한다”는 공통된 견해를 내놓고 있다. 캐터필러의 경우 30년 넘게 배당을 늘려온 ‘배당 귀족’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운영해왔다. Deere 역시 농업 경기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손익계산서 관리 능력을 입증했다.
이와 달리 방산주는 국방예산 변동·규제 리스크, 항공주는 공급망·안전인증 리스크가 상존한다. 따라서 버핏이 장기 관점에서 비교적 변동성이 낮은 산업재(Industrials) 우량주를 선택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결국 시장은 “버핏이 선택한 진짜 이름(Name)”을 확인하기 전까지 추측과 숫자 맞추기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55년간 이어진 그의 투자 궤적은 견조한 현금 흐름, 높은 자기자본 수익률, 합리적 가격을 만족하는 종목을 선택해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번에도 그 패턴이 반복된다면, WarrenAI의 예측처럼 캐터필러 혹은 디어가 가장 유력한 답안으로 남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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