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데이비드 테퍼가 주목한 ‘문제아’ 유나이티드헬스, 지금이 매수 기회인가

유나이티드헬스 그룹(UnitedHealth Group·UNH) 주가가 워런 버핏, 데이비드 테퍼, 마이클 버리 등 월가의 대표적 가치·헤지펀드 투자자들이 잇따라 지분을 공개하며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현지 시각 15일 장중 10% 급등해 5년 만에 가장 큰 일일 상승 폭을 기록하며 블루칩 종목으로서의 체면을 다소 회복했다.

2025년 8월 15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버핏이 이끄는 지주회사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는 최근 분기 보고서를 통해 500만 주를 신규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매입 가치는 약 16억 달러(한화 약 2조1,000억 원)에 달한다.

같은 보고 기간에 ‛빅쇼트’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의 스켈리온 캐피털(Scion Asset Management)과 앱앨루사 매니지먼트를 이끄는 데이비드 테퍼도 각각 상당 규모의 지분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처럼 굵직한 이름들이 한꺼번에 합류하면서 시장은 ‘법적·경영 리스크가 과대 반영된 할인 국면’이라는 해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규모 악재에도 ‘반값’…밸류에이션 매력 부각

유나이티드헬스는 최근 2025 회계연도 가이던스 중단, 전 CEO 앤드루 위티의 돌연 사임, 미 법무부의 메디케어 청구 조사 등 연속적인 악재에 시달려 왔다. 불과 9개월 전 고점이었던 주당 615달러에서 반 토막 난 현재 가격은 블루칩 종목으로는 이례적이다. 2012년부터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구성종목에 포함된 이후 가장 가파른 하락 폭이기도 하다.

‘현재 주가는 50% 디스카운트 상태다. 향후 막대한 벌금과 경영진 교체는 불가피하겠지만 회사는 생존할 것이며 업계 리더 지위를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

— 데이비드 캐스 메릴랜드대 교수, 오랜 버핏 연구가

실제로 15일 기준 유나이티드헬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2배 안팎으로, 10년 평균(23배)의 절반 이하다. 글로벌 정보업체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이는 1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헬스케어 섹터 전체도 올해 S&P500 11개 업종 가운데 수익률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버크레스트 자산운용의 로버트 티터 최고투자전략가(CIS)는 CNBC 프로그램 ‘월드와이드 익스체인지’에서 ‘업종 자체가 한동안 저평가돼 있었다’며 ‘마진 회복 여지가 크다는 점을 간파한 투자자들이 서서히 진입하면서 모멘텀을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버핏, 헬스케어에 손댄 까닭…‘극복 가능한 단기 악재’ 판단

버핏은 역사적으로 논란이 큰 기업을 피하는 성향으로 유명하다. 가장 최근 사례로 2016년 불거진 위조계좌 파문 이후 웰스파고(Wells Fargo) 지분을 2022년 완전 정리한 바 있다. 또한 그는 과거 미국 의료 시스템을 ‘경제의 기생충(tapeworm)’이라고 비판하며 제프 베이조스, 제이미 다이먼과 함께 헤이븐(Haven)이라는 의료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2021년 해체했다.

그럼에도 버크셔는 보험업 전반에 걸친 방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리스크 가격 결정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글렌뷰 트러스트의 빌 스톤 CIO는 ‘UNH는 정부 조사와 보상 수준 불확실성이라는 먹구름 아래 있지만, 버핏은 단기적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강력한 프랜차이즈에 주목한다’고 평했다.

이번 투자 규모(약 16억 달러)가 상대적으로 ‘소규모’라는 점에서 토드 콤즈·테드 웨슐러 부매니저의 주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차기 CEO 그렉 아벨과 버핏 본인의 승인이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버크셔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투자 기간(Duration)이다. 우리는 3년 이상을 바라보지만, 향후 2년간은 가입자·보상·수익성 측면에서 상당히 변동성이 클 수 있다.’

— 조지 힐 도이체방크 헬스케어 애널리스트


기업 정상화 시나리오와 경영 변화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창업주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해 온 스티븐 헴슬리 전 CEO의 복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헴슬리는 과거 인수·합병을 통해 회사를 보험·약국급여관리(PBM)·데이터 분석을 아우르는 복합 헬스케어 그룹으로 탈바꿈시킨 인물이다.

2024년은 회사에 있어 ‘최악의 한 해’로 기록됐다. 보험 자회사 CEO 브라이언 톰프슨이 피살되는 사건, 이어진 여론 역풍, 그리고 역대급 사이버 공격까지 발생해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의료 보험·진료 정보를 빼앗겼다.


용어 해설 및 시장 파급효과

PER(Price-Earnings Ratio)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수익 대비 주가 수준을 가늠하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다. 일반적으로 PER이 낮을수록 ‘저평가’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된다. 다만 일시적 이익 변동이나 회계 변수로 과도하게 낮아질 수도 있어 재무 안정성, 현금흐름, 성장 전망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또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30개 대형 우량주로 구성된 지수로, 편입 종목은 비교적 안정적 실적과 브랜드 인지도를 보유한 경우가 많다. 그런 유나이티드헬스가 시가총액 50% 이상 급락한 사례는 극히 드문 이벤트다.

전문가 시각

이번 버핏·테퍼·버리의 동시 진입은 단순한 반등 트레이딩이 아니라, 구조적 저가매수(Value Investing)의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종합보험·데이터 자산을 통합한 유나이티드헬스의 장기 현금창출력(Cash Flow Generation)은 여전히 업계 최상위권이다. 반면 규제 리스크와 CEO 공백, 사이버 보안 허점이 단기 실적에 드리운 그림자는 현실이다.

결국 투자자는 리스크 감내 한계투자 기간을 명확히 설정해야 하며, 정부 제재·벌금 규모, 헬스케어 비용 구조 개편 등 거시 변수에 면밀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