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에 대한 의구심 속 국제유가 보합세

국제 원유·가솔린 선물 가격, 지정학 리스크와 정책 변수 사이에서 혼조세

9월물 WTI(미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선물 CLU25은 8월 8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변동 없이 보합으로 마감했다. 같은 달물 RBOB(개솔린) 선물 RBU25+0.086달러(+0.41%) 상승 마감했다.

2025년 8월 1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국제유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 주도 평화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매수 심리를 지지하면서도, 전장 초반 급락 여파가 이어져 혼조세로 거래를 마감했다. 달러 약세와 미 증시 강세가 경기 낙관론을 자극한 점도 유가 하방을 방어한 배경으로 꼽힌다.

WTI 선물 가격 그래프
▲ 자료=바차트닷컴


전장 초반, 휴전설 속 2개월 최저치까지 급락

이날 장 초반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조건부 합의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구체적으로는 러시아가 헤르손·자포리자 전선에서 군사작전을 중단하는 대신,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 전역과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양도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됐다. 시장은 즉각 제재 해제→러시아산 원유 공급 확대→공급 과잉 심화 흐름을 연상하며 WTI를 2개월 만의 저점까지 밀어냈다.

그러나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와 주요 유럽 동맹국들이 ‘주권 포기’ 성격의 합의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잇달아 표명하며, 휴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부상했다. 이에 따라 유가는 낙폭을 회복해 장중 보합권으로 복귀했다.


미국의 관세 카드와 JP모건 경고음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월요일 “러시아가 8월 11일까지 휴전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산 에너지를 구매하는 국가에 대해 새로운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수요일에는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수입 중인 인도산 수출품 관세율을 25%→50%로 즉각 두 배 인상했다.

JP모건체이스는 보고서에서 “러시아산 원유에 세 자릿수 관세가 적용될 경우, OPEC 가동 여력 부족을 고려할 때 글로벌 시장은 필연적으로 공급 충격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발언들은 원유 매수 심리를 강화하며, 전장 후반 유가 반등의 원동력이 됐다.


OPEC+ 증산 결정과 IEA 재고 경고

RBOB 가솔린 가격 그래프
▲ 자료=바차트닷컴

OPEC+는 8월 3일 회의에서 9월 1일부터 일일 54만7,000배럴 추가 증산안을 승인했다. 이는 팬데믹 시절 단행했던 감산분을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 배럴 단계적으로 회복하려는 로드맵의 일환이다. 다만 동맹국들은 “수요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필요 시 증산을 보류하거나 역감산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 2분기부터 전 세계 상업 재고가 일 100만 배럴 속도로 축적되고 있으며, 2025년 4분기에는 소비 대비 1.5% 공급 과잉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OPEC 7월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2만 배럴 감소한 2,831만 배럴로 집계됐다. 감산 기조와 생산 차질의 여파로, 공급 팽창세가 당장 가파르지는 않은 셈이다.


EU 추가 제재·러시아 ‘그림자 선단’ 타격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군사행동에 대응해 20개 러시아 은행을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결제망에서 추가 차단하고, 러시아산 정제유 우회 수출에도 제약을 걸었다. 인도 러스네프트 지분이 있는 현지 대형 정유사 한 곳이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러시아 ‘그림자 선단’(제재 회피용 선박) 105척이 추가 제재 대상에 포함돼 전체 제재 선박 수는 400척을 넘어섰다.

제재 강화는 러시아 원유 수송 비용과 운송 리스크를 높여 단기 공급을 제약할 수 있다는 평가다.


현물 지표: 유조선 재고·미국 재고·리그 수

운송·재고 데이터 전문업체 Vortexa는 8월 1일 기준 해상에서 7일 이상 정박 중인 원유7,912만 배럴로 전주 대비 -15%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선박에 묶여 있던 물량이 시장에 풀렸음을 시사해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EIA(미 에너지정보청) 주간 보고서(8월 1일 마감 주)에 따르면,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보다 -6.5% 낮았으며, 가솔린디스틸레이트(난방유·경유) 재고 역시 각각 -0.3%, -16.1% 하회했다. 미국 원유 생산량은 전주 대비 -0.2% 감소한 1,328만4,000배럴로, 2024년 12월 6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000배럴)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했다.

한편 베이커휴즈 데이터에 따르면, 8월 8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리그) 수는 전주 대비 +1기 늘어난 411기로, 3년 9개월 만에 최저치였던 8월 1일(410기) 수준을 소폭 상회했다. 2022년 12월 기록한 627기에서 2년 반 동안 급격히 줄어든 모습이다.


용어 해설

WTI는 ‘West Texas Intermediate’의 약자로, 미국 텍사스 중질유를 가리키는 국제 유가 벤치마크다. RBOB는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첨가제를 넣기 전 상태의 개솔린 선물 계약을 의미한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 회원국에 러시아 등 10개 비OPEC 산유국이 연합한 협의체다. SWIFT는 전 세계 은행 간 결제 메시지를 주고받는 국제 금융 인프라로, 제재 대상이 되면 국제 거래가 사실상 차단된다.

또한 리그(Rig)는 원유·가스 시추 장비 또는 그 운영 현장을 통칭한다. 리그 수 증감은 중장기적인 생산 능력 지표로 해석된다.


전문가 시각

현재 원유 시장은 지정학적 휴전 기대감실물·정책 변수에 따른 공급 불확실성이 교차하며 방향성을 탐색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러시아 제재 지속 여부미국 관세 정책이 스프레드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동시에 OPEC+의 증산 속도 조절과 미국 シェ일업계 리그 트렌드가 공급 사이드 리스크를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투자자는
① 지정학 뉴스 플로우, ② 주요 산유국 정책 회의, ③ 미국 재고·리그 동향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 현 시점에서 과도한 공매도나 추격 매수보다는 변동성 매매 전략이 유효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본 기사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