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물 WTI 원유선물(CLG26)이 이날 +1.43달러(+2.52%) 상승했고, 2월물 RBOB 휘발유선물(RBG26)도 +0.0337달러(+1.97%) 상승했다.
2025년 12월 29일, 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주말 동안 진행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식 협상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국제 원유 가격이 이날 가파르게 올랐다. 또한 중국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중국의 에너지 수요가 강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유가 상승을 뒷받침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날 정례 주간 재고 보고서의 발표를 지연했다고 밝혔다. 원래 이날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새로운 공표 시점은 제시되지 않았다. 참고로, 12월 19일 종료 주(week ended December 19)에 대한 데이터도 크리스마스 연휴로 인해 이미 지연된 바 있다.
중국의 원유 수요 강세는 유가에 우호적이다. 시장 조사 업체인 Kpler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이달 원유 수입은 전월 대비 약 10% 증가하여 기록적인 하루 평균 1,220만 배럴(bpd) 수준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중국이 전략적·상업적 재고를 재축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용어 설명
원유 관련 주요 용어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WTI(서부텍사스산 원유)는 미국 내에서 거래되는 대표적 원유 기준이다. RBOB는 휘발유(완성 유제품) 선물의 표준 단위다. bpd는 barrels per day의 약자로 하루 동안 생산되거나 수입되는 배럴 단위를 의미한다. EIA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IEA는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OPEC+는 OPEC 회원국과 주요 비회원 산유국(주로 러시아 등)을 포함한 협의체를 뜻한다. Kpler, Vortexa, Baker Hughes 등은 각각 원유·해상물동량 데이터, 유조선 재고 데이터, 시추·리그 활동을 집계하는 민간 데이터 제공업체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제재·공급 차질이 현재 유가 상승의 핵심 촉매
유가는 또한 미국이 지난 목요일 나이지리아 내 ISIS 표적에 대한 공습을 감행한 점에 힘입어 지지를 받았다. 이 작전은 나이지리아 정부와의 정보·안보 공조의 일환으로 알려졌다. 나이지리아는 OPEC 회원국이며, 해당 지역의 보안 불안정성은 원유 공급 불확실성을 높여 유가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기사에서는 Mr. Trump)은 과거에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인을 살해하는 행위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미국은 베네수엘라 유조선의 제재 회피 의혹과 관련해 봉쇄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미 해안경비대는 지난주 제재 대상 유조선 Bella 1호가 베네수엘라를 이탈해 대서양으로 향하도록 강제했고, 미군이 해당 선박을 그림자(그림자 추적) 형태로 감시하는 등 실제 봉쇄 작전을 전개했다고 전해진다. 미 당국은 바바도스 인근 해역에서 해당 선박에 대한 압류 또는 탑선 시도를 검토했으나, 선박은 다시 대서양으로 이동했다.
해상 재고의 증가도 관찰된다. 데이터 제공업체 Vortexa는 12월 26일로 끝난 주간에 최소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가 주간 기준 +15% 증가한 1억 2,933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보고했다. 정박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 증가는 공급·수요의 시차, 제재 회피 수요, 또는 거래자들이 선적을 보류하는 등 다양한 요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4개월간 러시아 정유시설을 표적으로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감행해 최소 28개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타격했다. 이는 러시아의 원유 정제·수출 능력을 제한해 글로벌 공급을 축소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11월 말 이후 우크라이나는 발틱해에서 러시아 유조선들을 대상으로 드론·미사일 공격을 확대해 최소 6척의 유조선이 공격을 받았다. 여기에 미국과 EU의 새로운 대러시아 제재가 더해지며 러시아산 원유의 국제 수출이 제한되고 있다.
가격 측면에서는 공급 차질 요인 외에도 OPEC+의 정책 기조가 중요한 변수다. OPEC+는 11월 30일 2026년 1분기 생산 증대 중단 계획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11월 2일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12월에 일일 약 +137,000 배럴 증산을 발표했으나, 이후 2026년 1분기에는 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는 2026년 중 예상되는 글로벌 공급 과잉(emerging global oil surplus)을 감안한 조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전 세계적으로 기록적인 하루 400만 배럴(4.0 million bpd)의 공급 과잉을 전망한 바 있다.
OPEC+는 2024년 초 도입한 2.2백만 배럴/일 규모의 감산을 단계적으로 해제하려 하지만 아직 1.2백만 배럴/일의 복원 여지가 남아 있다. OPEC의 11월 원유 생산은 전월 대비 -10,000 배럴/일 감소하여 29.09백만 배럴/일을 기록했다.
한편, OPEC는 최근 분기 전망을 수정해 3분기 글로벌 원유 수급 전망을 적자(-400,000 bpd)에서 잉여(500,000 bpd)로 바꿨다. 미국 EIA도 2025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치를 지난달의 13.53백만 배럴/일에서 13.59백만 배럴/일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의 재고 및 생산 지표도 혼재된 신호를 보였다. EIA의 12월 17일 보고서는 (1) 12월 12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가 계절적 5년 평균보다 -4.0% 낮고, (2) 휘발유 재고는 -0.4% 낮으며, (3) 중유·디스틸레이트 재고는 -5.7%로 5년 평균을 하회했다고 밝혔다. 같은 주의 미국 원유 생산은 주간 기준 -0.1% 감소한 13.843백만 배럴/일로 집계돼, 11월 7일 주의 최고치 13.862백만 배럴/일보다 소폭 낮았다.
시추·장비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도 유가의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베이커휴즈(Baker Hughes)의 집계에 따르면 12월 26일로 끝난 주간 미국의 운용 중인 원유 시추 리그 수는 +3대 증가한 409대로, 이전 주의 4.25년 저점인 406대에서 다소 회복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 리그 수는 2022년 12월의 627대(5.5년 고점)에서 크게 축소되었다.
저자 및 공지 기사 작성 시점에 저자 Rich Asplund는 이 기사에서 언급된 증권에 대해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 포함된 모든 정보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를 의미하지 않는다.
전망 및 시사점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와 중국의 재고 축적에 따른 수요 회복 기대가 유가를 상방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인한 러시아 정유·선적 차질, 미국의 베네수엘라 선박 봉쇄, 나이지리아 지역의 안보 악화 등은 즉각적인 공급 차질 우려를 낳아 단기 변동성을 높인다. 반면 중기적으로는 IEA와 OPEC의 전망대로 2026년 전 세계적 공급 과잉이 현실화될 경우 유가는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즉, 현재의 상승 압력은 단기적 지정학적·정책적 충격에 기인한 반등일 가능성이 있으며, 펀더멘털(기본 수급)의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 한 상승은 제한적일 수 있다.
투자자 및 정책 결정자는 다음 변수들을 주목해야 한다: (1) EIA의 주간 재고 보고서 발표 시점과 내용(지연 공시의 해소 여부), (2) 중국의 월별 원유 수입 및 정제용 원유 재고 수준, (3) 우크라이나·러시아 지역의 군사적 충돌 확대 여부 및 대러 제재의 추가 전개, (4) OPEC+의 추가 증산 계획 이행 여부와 회원국들의 생산 복원 속도, (5) 해상 재고(정박 유조선) 추이와 제재 대상 선박에 대한 봉쇄·압류 사례의 확산 여부, (6) 미국 리그 수 및 원유 생산의 중장기 추세 등이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유가 상승은 지정학적 긴장과 수요 회복 기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2026년을 전후로 한 글로벌 공급 과잉 우려가 상존하는 만큼, 향후 유가는 단기급등 뒤에 등락을 반복하는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시장 참가자들은 단기 리스크 관리와 함께 중장기 수급 지표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