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9월물(종목 코드: CLU25)과 RBOB 휘발유 9월물(RBU25) 가격이 6일(현지시간) 장중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며 각각 –1.24%, –0.05% 하락 마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전쟁 종식 가능성’이라는 돌발 재료에 차익 실현성 매도로 대응했다.
2025년 8월 7일, 나스닥닷컴이 전한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미국 특사 윗코프(Witkoff)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회동에서 ‘큰 진전’이 있었다”라고 밝혀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 기대감을 자극했다. 이 발언은 미국이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를 추가하지 않을 것이란 추측을 낳으며 유가에 매도 압력을 불러왔다.
장 초반까지만 해도 유가는 달러 인덱스(DXY)가 1주 최저치로 내려가며 달러 결제 상품인 원유의 상대적 가격매력이 부각된 덕에 상승세를 탔다. 여기에 사우디 아람코가 9월 아시아 지역 Arab Light 공식 판매가격(OSP)을 배럴당 1달러 인상하면서 예상치(0.9달러 인상)를 웃돈 점,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보고서가 재고 감소세를 확인한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
정책·공급 변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금요일까지 러시아가 휴전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산 에너지를 구매하는 국가들에 새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JP모건체이스는 “관세가 세 자릿수에 이르면, 러시아 수출 물량 규모와 OPEC의 한정된 잉여생산능력을 감안할 때 공급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OPEC+는 지난 3일 회의에서 9월 1일부터 하루 54만7,000배럴 추가 증산을 승인했다. 이는 2년간 시행해 온 감산을 단계적으로 해제해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 배럴을 복원하는 로드맵의 일환이다. 다만 수요 추이를 살펴 증산 보류·감산 재개·증산 확대 등 모든 선택지를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 4분기에는 하루 100만 배럴 수준의 재고 증가로 1.5% 공급 과잉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재와 물류 지표
유럽연합(EU)은 최근 추가 대러 제재안을 확정하고 러시아 은행 20곳을 SWIFT 결제망에서 제외했다. 인도 소재 대형 정유시설(러시아 로스네프트 합작)도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러시아 ‘그늘 선대’로 알려진 105척이 추가 제재 대상이 되면서 총 400척 이상이 제재 하에 놓였다.
해상 재고 데이터를 집계하는 Vortexa에 따르면, 8월 1일 기준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 적재 원유량은 전주 대비 15% 감소한 7,912만 배럴로 나타났다. 통상 해상 재고 감소는 실제 수요를 반영하는 강세 신호로 해석된다.
EIA 주간 통계(8월 1일 주간)
· 원유 재고: –303만 배럴(전망 –260만 배럴)
· 휘발유 재고: –130만 배럴(전망 –100만 배럴)
· 디스틸레이트 재고: –56만5,000배럴(전망 +81만1,000배럴)
· 쿠싱 허브 재고: +45만3,000배럴
EIA는 미국 상업용 원유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6.5% 낮고, 휘발유·디스틸레이트 재고도 각각 0.3%, 16.1% 낮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미 원유 생산량은 주간 기준 1,328만4,000배럴로 역대 최고치(2024년 12월 첫째 주 1,363만1,000배럴)에 근접했다.
베이커휴스는 8월 1일로 끝난 주간에 미국 내 가동 유정이 5기 줄어 410기(3.75년 만 최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22년 12월 627기와 비교하면 2년 반 만에 200기 이상 감소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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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해설 & 기자 시각
RBOB(리폼ulated 블렌드스톡 포 옥탄 부스터)는 미국 휘발유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무연휘발유 기준물이다. 국내 투자자에게는 생소하지만, 여름철 운송용 수요에 민감해 원유와 함께 지표로 활용된다.
또한 Secondary Sanctions는 제재 대상국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금융기관까지 단속하는 고강도 제재를 의미한다. 실제 도입 시 글로벌 정유·운송업의 공급망 교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한다.
전문가 진단
이번 유가 하락은 단기적으로 트럼프 발언에 따른 심리 요인이라는 점에서 뉴스 드리븐(news-driven)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JP모건이 지적하듯 관세 카드가 현실화하면, 중동·미국을 제외한 수급 밸런스는 빠르게 빡빡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OPEC+가 증산을 공식화했지만 사실상 ‘옵션’을 남겨둔 채 상황 관망에 들어간 점은 불확실성을 더욱 키운다.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재고 관리와 헤지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