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선물 가격이 우크라이나-러시아 평화협상 진전 가능성으로 급락했다는 소식이다. 2월물 WTI 원유(CL G26)는 금요일 종가 기준으로 -1.61달러(-2.76%) 하락했으며, 2월물 RBOB 휘발유(RB G26)도 -0.0467달러(-2.66%) 하락하며 동반 약세를 보였다.
2025년 12월 29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12월 29일(현지시간) 일요일 플로리다에서 회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면서 평화안 진전 기대가 원유 시장에 큰 충격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개 항목으로 구성된 평화안이 90% 준비돼 있다고 말했으나 이는 러시아와 유럽의 입력 없이는 최종 확정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해당 20개 항목의 평화안이 많은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고 보도된 바 있다.
젤렌스키 발언 요지: “20개 항목 평화안은 90% 준비됐으나 트럼프와의 회담 및 러시아·유럽의 의견이 필요하다.”
원유 가격은 평화협상 기대에 하락했지만, 동시에 여러 공급 측면의 리스크가 존재한다. 미국은 목요일 나이지리아에서 IS(이슬람국가) 표적에 대한 공습을 개시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나이지리아 정부와의 안전·정보 협력을 통한 조치로 나이지리아는 OPEC 회원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IS가 나이지리아 내 기독교인들을 공격하는 행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미국이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은 베네수엘라 유류 수송에 관여한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해 봉쇄 조치를 지속하고 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제재 대상 유조선 Bella 1은 이번 주 초 베네수엘라를 떠나 대서양 쪽으로 향하도록 강제되었으며, 미 해안경비대와 미군이 해당 선박을 감시·섀도잉했다. 미군은 바베이도스 근해에서 Bella 1에 승선하려 했으나 선박은 다시 대서양으로 이동했다.
에너지 정보청(EIA)은 이번 주 보고서의 공개 시점을 크리스마스 휴일로 인해 2025년 12월 29일 월요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에너지·상품 데이터업체 Vortexa는 12월 19일로 끝난 한 주 동안 선박에 저장된 원유(최소 7일 이상 정박 기준)가 주간 기준 -7% 감소한 1억 714만 5천 배럴(107.15 million bbl)을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대(對)러시아 군사·경제적 압박도 공급 측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3개월간 우크라이나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은 최소 28곳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표적화해 러시아의 원유 수출능력을 제한했고, 11월 말 이후에는 발틱해에서 최소 6척의 유조선이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받아 유조선에 대한 리스크가 확대되었다. 여기에 신규 미·EU 대러 제재가 러시아의 석유기업·인프라·유조선에 대해 부과되면서 수출 여건을 더욱 제약하고 있다.
한편 공급조절 측면에서는 OPEC+가 2026년 1분기 증산 중단 계획을 유지하기로 11월 30일 결정한 것이 원유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 OPEC+는 11월 2일 회의에서 12월에 +137,000 배럴/일(bpd)을 증산하겠다고 발표했으나 2026년 1분기에는 증산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세계적인 공급 과잉 우려와 맞물린 조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전세계 원유 시장에서 사상 최대인 일일 400만 배럴의 초과공급을 전망한 바 있다(10월 중순 전망).
OPEC은 2024년 초에 시행한 2.2백만 배럴/일의 감산을 점진적으로 복원하려 하고 있으나, 아직도 1.2백만 배럴/일의 복구 여지가 남아 있다. OPEC의 11월 원유 생산량은
시장 수급 전반에 대한 재평가도 진행 중이다. 지난달 OPEC는 3분기 글로벌 석유시장 전망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해, 3분기 기준 하루 50만 배럴의 공급과잉(서프러스)을 전망했다(기존에는 일일 -40만 배럴 적자 추정). 미국 EIA는 2025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치를 지난달 13.53백만 bpd에서 13.59백만 bpd로 상향 조정했다.
공급·수요 지표의 구체적 수치는 투자자들의 단기 판단에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공개된 EIA 주간보고(12월 12일 기준)는 (1) 미국 원유재고가 계절적 5년 평균보다 -4.0% 낮고, (2) 휘발유 재고는 -0.4% 낮으며, (3) 중질유(디스틸레이트) 재고는 -5.7%로 5년 평균을 하회한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은 주간 기준 -0.1% 하락해 13.843백만 bpd로 집계됐으며, 이는 11월 7일 주의 최고치 13.862백만 bpd보다 근소하게 낮은 수준이었다.
정유 및 시추 측면의 활동성도 일부 회복 징후를 보였다. 석유서비스업체 Baker Hughes는 12월 26일 종료 주간의 미국 활발 시추대수(리그 수)가 전주 대비 +3대로 409대로 소폭 상승해, 전주 기록한 4.25년 최저인 406대에서 일부 회복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2022년 12월의 5.5년 고점 627대와 비교하면 여전히 많이 낮은 수준이다.
용어 설명(독자 이해를 돕기 위함):
– WTI: 웨스트 텍사스 인터미디엇(미 중질원유) 선물 가격을 뜻한다. 국제 석유시장에서 미국산 원유의 대표적 지표다.
– RBOB 휘발유: 소매용 휘발유의 기준이 되는 연료 규격의 선물(리폼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이다. 휘발유 시장의 수급 판단에 사용된다.
– bpd: barrels per day의 약어로 ‘배럴/일’을 의미하며 원유 생산·수송·소비량의 단위로 쓰인다(1배럴 ≒ 159리터).
시장 영향 및 향후 전망(전문가적 분석)
단기적으로는 평화협상 진전 기대가 즉각적인 수요·공급 심리 변화를 불러와 가격을 하락시킬 가능성이 크다. 평화안이 실질적으로 전쟁 리스크를 축소시키면 원유 수송의 안전성 개선, 러시아·우크라이나 관련 공급 차질 완화 가능성으로 이어져 원유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이 제거될 수 있다. 이는 현재 관찰되는 가격 급락의 주요 요인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중기적 관점에서는 공급 리스크가 여전히 상존한다.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유조선 공격, 대러 제재, 그리고 특정 유조선에 대한 미국의 봉쇄 조치 등은 공급 측 충격의 불확실성을 유지한다. 게다가 OPEC+의 생산정책(증산 보류)은 시장의 공급 여력을 제한해 가격 하방을 일정 부분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
정책·지정학적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두 가지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첫째, 평화협상이 실질적 합의로 이어져 러시아 관련 공급리스크가 해소되면 가격은 현재 수준에서 추가 하락해 에너지 가격 안정화를 이끌 가능성이 있다. 둘째, 평화협상 교착이나 국지적 충돌 재발, 또는 제재·보복 조치가 강화되면 공급 우려가 다시 고조되어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지표(재고, 생산, 리그 수 등)와 지정학 변수의 동시 신호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경제적 파급 측면에서는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 에너지 비용 하락을 통해 인플레이션 완화에 기여하고 정유 마진과 석유 관련 주가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공급 쇼크가 재발하면 원자재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물가 및 기업 비용이 다시 상승할 수 있어 중앙은행의 정책 판단(금리 등)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
결론: 2025년 12월 29일 현재 원유 시장은 우크라이나-러시아 평화협상 기대와 동시에 다양한 공급 리스크가 상존하는 복합 국면에 있다. 단기적 가격 방향은 협상 진전 소식에 하방 압력을 받았으나, 지정학적 긴장과 OPEC+의 생산정책, 미국 및 유럽의 제재, 선적·저장 데이터 변화 등이 향후 가격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공개 관련 고지: 본 기사 출판일 기준으로 Rich Asplund는 기사에 언급된 증권들에 대해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본문에 포함된 수치와 사실은 보도 시점의 공개 자료와 기관 발표를 바탕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