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량 선확보·장기계약, 데이터센터 건설 방식 재편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향후 2년간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센터 용량을 선(先)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력 확보와 납기 지연 리스크 회피를 위해 대규모로 용량을 선매수(hoarding)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데이터센터 건설과 임대 시장의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

2025년 12월 1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의 대규모(hyperscale) 확장을 뒷받침하는 계약들은 맞춤형(bespoke)으로 체결되고 있으며, 그 기간은 10년에서 15년에 이르고 취소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보고서는 버나드스타인(Bernstein)의 분석을 인용해, 개발사들이 이러한 장기 임대계약을 통해 금융을 조달하는 반면,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s)는 자사 표준·사양·맞춤 요구사항을 고수한다고 전했다. 하이퍼스케일러의 신용도가 높아 개발사가 자금을 조달하기는 쉬운 편이나, 규모가 작은 AI 기업이나 스타트업은 추가적인 신용지원(예: 신용장(letter of credit) 또는 NVIDIA의 파트너 보증 등)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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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력) 가용성이 개발사에게는 사실상 핵심 병목이 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최근 공간(space)이 가장 큰 제약이라는 견해를 제시한 것과는 다른 해석이다. 두 기관의 관점 차이는 클라우드 고객들이 즉시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용량에 서명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일부 기인한다. 보고서는 하이퍼스케일러, 신생 네오클라우드(neoclouds) 및 AI 클라우드 제공업체들이 단기 수요의 3~4배를 약정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밝혔다.

계약 내용의 실제 이행을 보면, 많은 경우 약정된 용량의 3분의 1만 제때 도착하고, 또 다른 3분의 1은 지연되며, 나머지는 아예 건설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대형 데이터센터 계약은 일반적으로 건설 속도보다는 전력 가용성에 연동된 여러 트랜치(분할)로 나뉘어 체결된다. 이는 계약 이행 시점을 전력 확보 상황에 맞춰 조절하기 위한 구조이다.

클라우드 제공업체들은 이러한 트랜치를 향후 24개월의 예상 수요에 맞춰 배치하려 한다. 또한 여러 개발사에 걸쳐 약정을 분산시켜 특정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지연이 전체 공급을 마비시키지 않도록 리스크 분산 전략을 사용한다. 계약의 말미로 갈수록 유연성이 커지는 경향이 있으며, 개발사가 제때 납품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연장권(extension rights)이나 고객이 시작일을 연기할 수 있는 창구가 포함되기도 한다. 드물게는 수수료를 지불하면 조기 해지권(early termination rights)을 인정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이 같은 계약적 특성 때문에, 표면상 큰 규모로 보이는 계약 금액이 반드시 장기적으로 실현되는 용량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즉, 계약 체결 시점의 헤드라인(deal size)이 암시하는 장기 용량은 이후 조항과 사정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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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드스타인은 또한 기간 불일치(duration mismatch)를 증가하는 위험으로 지적했다. 클라우드 제공업체는 서비스를 보통 2~3년 기간의 계약으로 판매하는 반면, 데이터센터 임대계약은 10~15년으로 체결된다. 반대로 개발사 입장에서는 건물은 통상 15년 이상 지속되지만, 기술 변화와 전력 수요 변화에 따라 갱신율(renewal rates)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용어 설명 및 맥락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s)는 대규모 클라우드 인프라와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군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아마존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를 지칭한다. 이들은 막대한 전력과 네트워크, 특화된 건물 인프라를 필요로 한다.

네오클라우드(neoclouds)는 전통적 하이퍼스케일러와는 다르게 특정 워크로드나 AI 특화 서비스 등을 목표로 급성장하는 새로운 클라우드 제공자들을 의미한다. 이들은 맞춤형 사양 또는 AI 최적화 하드웨어에 대한 요구가 클 수 있다.

신용장(letter of credit)은 금융기관이 발행하는 지급보증 문서로, 거래 상대방의 지급 불능 시 은행이 대신 지급하는 형태의 신용보강 수단이다. 스타트업과 소형 AI 기업은 자체 신용만으로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임대에 필요한 보증을 제공하기 어려워 이러한 수단을 사용한다.


시장 및 경제적 영향 분석

이 같은 용량 선확보와 장기계약 구조는 단기적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업자와 전력 인프라 제공자에게 안정적인 수요 신호를 제공한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장기계약을 기초로 한 금융조달이 원활해지는 반면, 실제 전력 인프라가 확보되지 않으면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취소될 위험이 높아진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건설 비용과 금융비용을 증가시켜 데이터센터 임대료와 클라우드 서비스 가격의 상승 압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

특히 전력 가용성이 병목인 상황에서 지역 전력망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망 확충, 재생에너지 연계 설비, 전력계약(예: 전력구매계약(PPA)) 확대 등이 따라야 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에너지 설비 사업자와 전력시장에 대한 투자 기회를 창출한다. 반면 전력비용의 상승은 데이터센터 운영비용(OPEX)을 높여 클라우드 비용 전가 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계약의 트랜치(단계적 실행) 구조와 갱신 불확실성은 중·장기 공급량 예측을 복잡하게 만들어, 기업의 IT 인프라 투자 결정을 더욱 신중하게 만들 것이다. 서비스 제공업체가 끝단 고객에게 2~3년의 짧은 계약으로 서비스를 판매하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운영자가 10~15년 계약을 기반으로 비용을 조달하는 구조적 불균형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신규 데이터센터 개발의 자금 조달 비용 상승, 임대료 인상, 그리고 일부 지역에서는 공급 축소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가격의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단기적으로는 클라우드 수요가 과도하게 선매수되는 현상 때문에 실제 가동률(utilization)은 낮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초기 투자 대비 수익률(ROI)을 낮출 수 있으나, 전력 가용성 문제만 해결되면 대규모 워크로드 전환 시 빠른 확장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실무적 시사점

데이터센터 개발사와 투자자는 전력공급 계약의 확실성, 지역 전력망 용량, 규제 환경 및 재생에너지 조달 가능성 등을 계약 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클라우드 고객(임차인)은 장기 임대의 유연조항(연장권, 시작일 연기권, 조기 해지 조항 등)을 충분히 확보해 향후 수요 변동에 따른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금융기관과 투자자는 데이터센터 임대계약의 실제 수행 가능성(전력 확보, 단계별 이행 가능성 등)을 감안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간 불일치로 인한 금리·재무구조 리스크를 반영한 평가가 요구된다.


결론

요약하면, 용량 선확보와 10~15년의 장기 맞춤형 계약이 데이터센터 건설·임대 시장의 핵심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전력 가용성이라는 현실적인 병목과 계약 기간 불일치로 인해 실제 공급 실현 가능성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이로 인한 비용 구조 변화와 전력시장,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향후 데이터센터 산업과 클라우드 서비스 가격에 중대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