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 요미우리신문은 24일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지난 7월 20일 실시된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을 상실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2025년 7월 2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7월 말까지 공식 사퇴 의사를 발표할 계획이며, 이는 선거 패배 직후부터 거론되어 온 ‘책임 정치’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LDP)이 상원에서 의석 과반(125석 중 63석 이상)을 잃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패배로 자민·공명 연립 여당은 단독으로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지방 정당이나 야당 일부와 협력해 입법 과정을 진행해야 하는 현실적 제약이 생겼다.
15% 대미(對美) 관세가 포함된 미·일 무역 합의 발표 불과 몇 시간 뒤 나온 이번 사임설은 시장에도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새벽(현지 시각) ‘15% 관세’를 명시한 양자 협정을 전격 발표했으며, 이시바 총리는 “협정 체결을 끝까지 지켜본 뒤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협정 전문을 충분히 검토한 뒤, 아카자와 료세이 수석 협상단이 워싱턴에서 귀국하면 최종 입장을 공개하겠다.” — 이시바 시게루 총리, 2025년 7월 23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앞서 이시바 총리가 8월 말까지 사의를 정식 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요미우리의 추가 보도로 사퇴 일정이 한 달가량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용어·배경 설명
①참의원(상원)House of Councillors은 일본 국회의 상원으로, 중·장기 입법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3년마다 절반씩만 교체되는 구조다. 중임 제한이 없고, 총 248석이다.
②LDP(자민당)은 1955년 창당 이후 보수·우익 계열을 대표해온 일본 최대 정당이다. 경제 성장기 동안 장기 집권을 이어 왔으나, 최근에는 지방·청년층 표심 이탈로 도전받고 있다.
③15% 관세는 자동차·농산물·전자제품 등 양국 교역액이 큰 품목에 동일 적용되는 ‘균일 세율’이다. 이는 일본의 대미 수출 기업 수익성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 해석 및 전망
정치컨설팅업체 오리엔트 스코프의 사카이 히로시 대표는 “이시바 총리가 예고 없이 사퇴 카드를 꺼내면 여권 내부 권력 투쟁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세이와정책연구회는 이미 차기 총재 선출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적으로는, 관세 인상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 제조업 전반에 단기 조정 압력을 가할 것이란 우려가 자리 잡았다. 일본은행(BOJ)은 통화정책 완화 유지 의사를 재확인했으나,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시 추가 대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한편 이번 사임으로 총선·참의원 보궐선거 ‘동시 실시’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2025년 10월 기한인 중·하원(중의원) 해산 카드가 조기 가동될 경우, 정치 일정이 압축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향후 일정은 ① 이시바 총리 공식 사임 → ② 자민당 임시 총재 선출 → ③ 국회에서 차기 총리 지명 순으로 진행될 것이 유력하다. 정치 공백이 길어질수록 국제사회·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될 수 있어, 여야 모두 속도전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앞서 2012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는 야당 유인·지역 정당 공조에 성공해 개헌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엔 반대로 여권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협치’ 없이는 중대한 정책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엔화 강세 완화와 ▲수출 기업 지원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동시에 미·일 무역 합의 이행 과정에서 15% 관세가 완화·폐지될 여지 역시 외교 협상력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또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사퇴가 1998년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의 케이스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당시 하시모토 총리는 참의원 선거 참패 후 사임했지만, 자민당은 한 달 만에 후임을 세우며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했다.
법률가 단체 일본변호사연합회는 “정권 교체 또는 연립 재편 과정에서 입헌주의 원칙과 정책 지속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결론적으로, 이시바 총리의 전격 사퇴는 일본 국내 정치 지형 및 대외 경제 전략 모두에 중대한 변곡점을 제공할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미·일 무역 합의의 향방, 차기 총리의 재정·통화정책 기조, 그리고 여야 간 협치 가능 여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