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 심리 변화가 소매업체 실적 회복 신호로
현금 지출을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레스토랑을 기피하고 집에서 식사하는 빈도를 늘리면서, 슈퍼마켓과 식품 배달 업체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25년 8월 20일, 로이터 통신은 기업 경영진·애널리스트·각종 데이터 자료를 종합해, 가계 지출 패턴이 외식에서 내식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현상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유행했던 ‘집밥 붐’이 재현되는 모습으로 평가된다. 당시 이동 제한령으로 레스토랑 이용이 불가능해지자, 가정 내 식사 및 식재료 배송 서비스가 급성장했다. 락다운 해제 이후 일시적으로 꺾였던 흐름은 물가 상승·경제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 관세·물가·품질 논란이 외식 기피에 불씨
기사에 따르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글로벌 공급망 비용을 끌어올려 식당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을 자극하고 있다. 피렌체 거주 교사 마릴레나 그라치아노 씨는 “요즘 외식비가 지나치게 비싸진 데다, 품질도 항상 보장되지 않는다”면서 집에서 더 많이 요리한다고 말했다.
‘관세(tariff)’란 국가가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보호무역 수단이자 정부 재정 확보 수단이다. 관세가 오르면 해외 원재료·식품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상승해 레스토랑 원가 부담으로 직결된다.
■ 유럽·미국 대형 유통사, 저가 내식 솔루션 확대
네덜란드 기반 소매기업 Ahold Delhaize(푸드라이언·자이언트 등 미국 체인 보유)는 “1인당 2.50달러로 가족식이 가능한 메뉴 구성을 매장 전면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프란스 뮐러 최고경영자(CEO)는 “저렴한 내식 패키지 제안을 대폭 늘렸다”고 강조했다.
이는 유통·제조사가 소비자 물가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샐러드·랩·샌드위치 등 ‘간편 즉석식’(grab-and-go)을 강화하는 전략으로도 연결된다. 라보뱅크 소비재 애널리스트 마리아 카스트로비에호는 “평일 간편식 수요가 레스토랑 수요를 잠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통계로 확인된 ‘슈퍼마켓 회복 vs 레스토랑 부진’
라보뱅크·유로스타트 자료에 따르면, 유로존의 슈퍼마켓·대형마트 등 식료품 소매 판매량(물가 조정 기준)은 올해 1~5월 1.5% 증가했다. 전년 동기 0.1% 증가에 비해 15배 가량 빠른 회복세다. 반면 레스토랑·바 등 외식 업종은 같은 기간 0.3% 감소해, 지난해 0% 성장에서도 역성장으로 돌아섰다.
“슈퍼마켓 매출은 외식업보다 빠르게 회복하고 있으며, 특히 주중 일상식 영역에서 두드러진다.” — 마리아 카스트로비에호, 라보뱅크
미국 발걸음 추적 전문업체 플레이서.ai(Placer.ai) 데이터도 비슷하다. 6월 기준 식료품점 방문은 전년 대비 1.3% 증가했으나, 레스토랑·바 방문은 0.4% 감소했다.
■ 배달 플랫폼 “경기 침체 땐 주문량↑”
독일 본사 딜리버리 히어로(글로보·푸드판다 운영)는 “경기가 어려울 때 소비자는 외출을 줄이지만, 배달 주문을 상대적으로 싼 대안으로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밀키트(meal-kit) 업체 헬로프레시가 5,000명 이상 미국 성인을 조사한 결과, 93%가 “내년에도 작년만큼 또는 그 이상 집에서 요리하겠다”고 응답했다. 이 중 75% 이상이 경제적 이유를 들었다.
‘밀키트’는 손질된 식재료와 레시피를 한번에 배송하는 서비스로, 조리 편의성과 신선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 소비자 체감 사례
오스트리아 빈에 거주하는 국제기구 직원 제니 루스만 씨는 “건강과 비용을 이유로 한 달 전부터 집밥을 늘렸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지방 행정기관에 근무하는 키아라 스키아보니 씨도 비슷하다. 그는 “회사에서 7유로 식권을 받지만, 사무실 주변 레스토랑 샌드위치 가격이 9유로라 충분하지 않다”며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면 더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 기자 시각 및 전망
기자 해설: 최근 국제 곡물·에너지 가격이 다소 안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서비스 부문 인건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 레스토랑 가격 압력은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다. 반면 대형 유통사는 자체 PB(자체상표) 상품 확대와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내식 트렌드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단, 배달·밀키트 시장도 가계 지갑 사정에 따라 주문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업체별 차별화 전략이 관건이다.
환율(1달러=0.8566유로) 변동이 수입식재료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경우, 유로존 슈퍼마켓 가격도 재차 오를 수 있어 소비자 선호 방향이 어떻게 변할지 주의 깊은 관찰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