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원타오 중국 상무부 장관, 베이징에서 엔비디아 CEO 젠슨 황과 면담

중국 정부가 해외 반도체 기업 유치 의지를 재확인했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 장관은 이번 주 베이징을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NASDAQ:NVDA)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했다고 19일 밝혔다. 양측은 외국인 투자를 둘러싼 환경과 인공지능(AI)·반도체 생태계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5년 7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왕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황 CEO가 베이징 체류 기간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며 “대중의 높은 관심을 실감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황 CEO는 글로벌 공급망 엑스포(Supply Chain Expo) 참석차 베이징을 찾았다. 그는 이번 행사에서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기술과 파트너십 전략을 소개하며 중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왕 장관은 “중국은 외자 기업의 장기 투자를 환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글로벌 공급망 안정은 모든 국가의 공동 이익이다

라며, 중국이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 문을 열어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 CEO 역시 17일 별도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 AI 모델은 ‘월드 클래스’“라며 극찬했다. 그는 “엔비디아는 중국 파트너와의 협력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황 CEO는 같은 날 중국 국무원 부총리인 허리펑과도 별도 면담을 가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wonderful meeting’이었다”고 짧게 소감을 전했지만, 콘크리트한 협의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미·중 반도체 규제 갈등 속 민감한 행보


이번 방문은 미국 상무부의 첨단 AI·슈퍼컴퓨팅 칩 수출 통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엔비디아는 2022년 이후 A100·H100 GPU 수출 제한 조치로 중국 매출 비중이 위축됐지만, 현지 고객 기반 유지에 공을 들여 왔다.

엔비디아는 이번 주 초 “H20 프로세서를 중국 시장에 곧 재출시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H20은 미 규제 기준에 맞춰 설계된 변형 모델로, 인공지능 훈련·추론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수출 규정을 충족하도록 조정됐다.

H20란? AI 가속기 가운데 하나로, 대규모 언어모델(LLM) 학습 속도를 끌어올리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수천 개의 CUDA 코어를 탑재했다. 다만 이번 중국 전용 버전은 연산 성능이 일부 제한되며, 이는 미국 정부가 정한 “성능당 와트 비율” 기준에 맞춘 것이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중국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 맞춤형 제품을 공급하는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동시에 중국 정부도 해외 기술기업 유치를 통해 자국 AI 산업을 한층 고도화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시각이다.


공급망 엑스포의 의미


베이징에서 열린 차이나 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CISCE)는 작년에 첫선을 보인 행사로, 반도체·배터리·친환경 소재 등 주요 산업의 글로벌 밸류체인 기업들이 참여하는 대형 박람회다. 올해는 70여 개국 500개 이상 기업이 부스를 열었으며, 엔비디아·TSMC·ASML 등 반도체 기업들이 대거 참가해 주목을 받았다.

중국 당국은 박람회 기간

공급망은 결코 ‘블록화’돼서는 안 되며, 개방과 협력이 필수

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미국·유럽의 공급망 리쇼어링 움직임에 견제구를 날린 메시지로 해석된다.

한편 일반 독자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용어인 ‘GPU(그래픽처리장치)’는 대규모 병렬 연산에 특화된 프로세서로, 최근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필수적인 연산 엔진으로 각광받고 있다. CPU가 직렬 연산을 담당한다면, GPU는 수천 개의 코어를 활용한 병렬 연산으로 AI 연산 속도를 수십~수백 배까지 높인다.


기자 해설과 전망


이번 회동은 중국 당국이 외국계 반도체 기업에 “거래의 문이 열려 있다”는 신호를 보낸 동시에, 엔비디아가 미국 규제 한계 내에서 중국 매출을 방어하려는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장기화될수록 이런 고위급 소통은 더 잦아질 가능성이 크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1) H20 판매 허가가 언제 최종 확정될지, 2) 중국 내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어떤 수요 패턴을 보일지, 그리고 3) 미국 정부의 추가 제재 여부다. 만약 수출 규제가 완화되면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 비중(지난해 약 20%)을 상당 부분 회복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로컬 기업의 ‘자립화’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 반도체 생태계가 복잡한 규제와 지정학적 리스크에 직면한 현시점에서, 이번 베이징 회동은 기업·정부·투자자가 모두 주목할 만한 상징적 이벤트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