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가 26일(현지시간) 주요 통화 바스켓을 기준으로 산출되는 달러 인덱스(DXY)에서 -0.31%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 지표로 가장 주목하는 8월 근원 PCE(개인소비지출) 물가가 시장 예상에 부합해 추가 완화 가능성이 커진 데다, 미시간대학교의 9월 소비자심리지수가 4개월 만에 최저치로 하향 수정된 영향이 컸다.
2025년 9월 26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8월 미국 개인소득과 소비가 각각 전월 대비 +0.4%, +0.6%로 예상을 웃돌아 달러 낙폭은 제한됐다. 또한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의 톰 바킨 총재가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있다며 비교적 매파적(more hawkish) 발언을 내놓은 것도 달러 방어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요 지표 상세
• 8월 근원 PCE 물가: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2.9%(예상치와 동일)
• 8월 개인소비: 전월 대비 +0.6%(예상 +0.5%) — 5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
• 8월 개인소득: 전월 대비 +0.4%(예상 +0.3%)
• 9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55.1(예상 55.4, 전월 수정치 55.4) — 4개월 최저
• 9월 1년 기대 인플레이션: 4.7%(4.8% → 4.7%로 하향)
• 9월 5~10년 기대 인플레이션: 3.7%(3.9% → 3.7%로 하향)
외환시장 움직임
EUR/USD는 달러 약세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에 힘입어 +0.21% 상승했다. ECB 소비자 설문에서 1년 기대물가가 2.6%에서 2.8%로 예상외 상승하면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 점이 통화정책 차별화 효과를 부각했다.
USD/JPY는 -0.11% 하락(엔화 강세)했다. 도쿄 9월 CPI가 전년 대비 +2.5%로 예상(+2.8%)을 밑돌면서 한때 엔화 약세가 연출됐으나, 미국 근원 PCE가 시장 기대를 충족해 달러가 주춤하자 엔화가 반등했다.
리치먼드 연은 톰 바킨 총재는 “연초를 뒤덮었던 불확실성이 미국 기업들에서 점차 거둬지고 있으며, 고용과 인플레이션이 추가로 크게 악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10월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5bp(0.25%p) 금리 인하 가능성을 86% 반영하고 있다. 반면, ECB는 10월 30일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확률이 2%에 불과하다.
귀금속·ETF 동향
12월물 금 선물은 +0.82%(+30.90달러), 12월물 은 선물은 +1.70%(+0.766달러) 급등했다. 달러 약세와 연준의 완화 기대가 투자 매력을 높였고, 은가격은 경기와 직결되는 산업 수요 기대까지 반영하며 최근·근월물 기준 1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귀금속 ETF로의 자금 유입이 뚜렷하다. 골드 ETF 보유량은 전일 기준 거의 3년 만의 최고치로 확대됐고, 실버 ETF 역시 3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안전자산 선호 배경으로는 ▷미·중 관세 갈등 ▷미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 ▷연준의 연내 50bp 추가 인하 전망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준 독립성 공격(리사 쿡 이사 해임 시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소속 스티븐 미란의 연준 이사직 겸임 추진 등 정·재계 리스크가 꼽힌다.
■ 용어 해설
근원 PCE 물가(Core PCE Price Index)는 개인이 지출한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하되 음식료·에너지를 제외해 변동성을 낮춘 지표로, 연준이 장기 물가목표(2%) 달성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중시한다.
달러 인덱스(DXY)는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 6개 통화를 대상으로 달러 가치를 측정한 지수다. 숫자가 높을수록 달러 강세를 의미한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미국 가계의 현재·향후 경제상황 평가를 조사해 산출한다. 100을 기준으로 50 이상이면 긍정, 50 미만이면 부정 심리가 강함을 뜻한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참여자들은 근원 PCE 상승률이 당분간 3%대 초반에 머물며 연준의 추가 완화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실질 소비가 견조해 경기 연착륙 시나리오가 강화될 경우, 연준이 “보험성” 인하 이후 조기 금리 인상 전환에 나설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ECB가 사실상 금리 인하 사이클을 마무리함에 따라 달러-유로 금리차 축소가 달러 약세 압력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한편 일본은행(BOJ)은 도쿄 CPI 둔화를 확인하며 완화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엔화는 달러 지지선이 약화될 때마다 점진적 강세를 보이겠지만, 일본 장기금리가 여전히 0% 부근에 묶여 있는 한 급격한 상승보다는 완만한 박스권 흐름이 예상된다.
귀금속의 경우 실질금리(명목금리-기대인플레이션) 하락이 지속되고 있으며,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가 상존하는 만큼 전술적 매수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주가가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조정을 거칠 경우 헷지 수요가 일시 약화될 수 있어 변동성 확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통화정책 차별화, 실물지표와 인플레이션 간 온도차, 정치·지정학 변동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환경에서 투자자들은 환헤지 전략과 함께 멀티에셋 분산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