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의 독주가 막을 내리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올해 가장 두각을 나타낸 업종은 다름 아닌 산업재(Industrials)다. 2025년 들어 산업재 업종은 S&P500 지수를 16% 이상 끌어올리며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2025년 7월 24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정보기술(IT)과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업종은 각각 12% 안팎의 수익률에 그치고 있어 최근 몇 년간의 ‘빅테크 독주’ 흐름이 사실상 멈춰선 모습이다. 같은 기간 S&P500 전체 상승률은 9% 미만으로, 산업재가 지수 대비 두 배 가까운 초과 성과를 기록 중이다.
산업재 업종이 호조를 보이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고율 관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실물경기가 예상보다 견조하다는 점이다. 둘째, 관세 부과가 해외 생산품의 원가를 높여 미국 내 제조 회귀(리쇼어링)를 촉진하면서 관련 설비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재 랠리는 특정 테마가 견인”1)라고 설명한 원포인트 BFG 웰스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 피터 부크바(Peter Boockvar)는 “업종 전반이 일제히 살아난다기보다는, 전력·항공·인프라 등 몇몇 세부 산업이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대표적 승자는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분사한 법인들이다. 전력터빈 전문사 GE 버노바(GE Vernova)는 연초 대비 주가가 무려 90% 급등해 S&P500 전체에서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른 전력수요 폭증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충격을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GE 버노바가 공급하는 가스터빈은 데이터센터 개발사로부터 높은 주문을 받고 있으며, 회사는 차세대 소형 모듈 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 분야에서도 선두권에 올라 있다. SMR은 기존 원전 대비 건설기간이 짧고 출력 조정이 유연해 클라우드·반도체 기업이 필요로 하는 ‘24시간 무탄소 전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 업계의 관심이 크다. 이런 흐름은 존슨컨트롤즈 인터내셔널(Johnson Controls International)과 콴타서비스(Quanta Services)의 주가에도 불을 붙여 두 종목 모두 24일 장중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한편 GE 에어로스페이스(GE Aerospace) 주가는 60% 이상 급등했다. 신규 항공기 엔진 수요와 기존 엔진 정비 수요가 동시에 폭증했기 때문이다. 에어버스(Airbus)와 보잉(Boeing)이 여객기 주문을 따라가지 못해 기령(機齡)이 오래된 항공기가 장기간 운항에 투입되면서 엔진 교체·정비 시장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 여파로 보잉 주가 또한 올 들어 30% 이상 올랐다.
관세 전쟁은 항공우주 업종엔 악재? 전통적으로 항공우주 산업은 무관세(global tariff-free regime) 시스템 덕분에 성장해 왔다. 그러나 GE 에어로스페이스의 래리 컬프(Larry Culp) 최고경영자(CEO)는 7월 초 “최근 체결된 미·영 자유무역협정(FTA) 덕분에 트럼프 대통령이 항공우주 부문에는 관세 폭탄을 피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4월 관세 계획 발표 직후 급락했던 방산·항공주 상당수는 관세 시행이 연기되자 사상 최고가로 반등했다.
용어 설명
SMR(소형 모듈 원자로)는 출력 300메가와트(㎿) 이하 원자로를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제작해 현장에 조립·설치하는 차세대 원전 기술이다. 건설 기간이 짧고 안전 계통이 단순화돼, 분산형 전원·데이터센터·제조 플랜트 등에서 바젤로드(base-load)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산업재(Industrials)는 S&P500 구성 11개 업종 중 하나로, 기계·건설·항공·전력 장비·인프라 서비스 등 ‘실물 경제’와 밀접한 기업이 포함된다. 이 부문 성과는 경기민감주(cyclicals)로 분류돼 제조업 PMI나 설비투자 사이클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
관측 및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관세 장벽으로 해외 경쟁사가 가격 우위를 잃게 되면, 미국 내 설비투자 확대와 고용 증가가 동반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관세가 소비 물가를 자극해 연준(Fed)의 통화정책 경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결론적으로, 2025년 증시의 주도 테마는 ‘기술주→산업주’로 바통이 완전히 넘어간 모습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 AI·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 그리고 항공우주 부품 교체 수요가 맞물리며 산업재 기업에 복합적인 순풍이 불고 있다. 향후 관세 세부 시행 여부와 글로벌 제조업 경기 사이클이 향후 수익률 추세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