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파스타 또는 중국식 배달음식은 한때 플로리다의 은퇴자 마를라 센존(Marla Senzon) 가족이 슈퍼볼을 볼 때 선호하던 전형적인 음식이었다. 그러나 센존이 2년 전부터 GLP‑1 계열의 식욕억제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2026년 2월 8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 일요일(해당 보도 시점 기준)에 열리는 미 프로풋볼 NFL 결승전인 슈퍼볼 경기를 앞두고 수백만의 미국인이 경기를 시청하면서 치킨 윙이나 고칼로리 나초 대신 샐러드나 가벼운 단백질 중심의 식사를 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센존은 본인과 이전에 다이어트 약을 복용했던 남편이 이번 슈퍼볼에서 선택할 음식으로 “가벼운 단백질이 들어간 샐러드(닭고기나 칠면조 등)”을 꼽았다며,
“우리의 식습관 전반이 바뀌었다. 평생 이렇게 할 것 같다.”
고 말했다.
GLP‑1 약물은 본문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핵심 용어이다. GLP‑1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ucagon‑like peptide‑1)의 약자로, 체내에서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증가시키는 호르몬 작용을 모방하는 계열의 당뇨병 및 체중감량 치료제다. 이러한 약물의 사용 증가는 환자의 섭취 칼로리와 식욕 패턴을 변화시켜 외식·식품 소비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로이터는 식품업계 경영진들이 이러한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특히 더 저렴해진 체중감량 약물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제품 포트폴리오와 메뉴 구성을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굿타임스 레스토랑(Good Times Restaurants)의 최고경영자 라이언 징크(Ryan Zink)은 투자자에게 자사 매장이 미국 내에서 60개 이상 운영되고 있다며, GLP‑1 트렌드를 단기적 유행이 아닌 장기적 변화로 보고 응답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최근 한시적으로 선보인 단백질 볼(protein bowl)을 4월부터 정규 메뉴로 편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와 브로커리지 회사 번스타인(Bernstein)의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현재 대략 미국인의 약 12%가 GLP‑1 계열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 이처럼 상당수 인구가 약물을 사용함에 따라 고열량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식품회사들은 다른 메뉴 항목 개발, 소량화된 포션, 제품 사이즈 조정 등을 고민하고 있다.
펩시코(PepsiCo)의 최고경영자 라몬 라구아르타(Ramon Laguarta)는 2년 만에 열린 실적 발표 통화에서 처음으로 GLP‑1을 언급하며, 음료·간식 부문에서도 “긴박감을 가지고(‘with a sense of urgency’) 더 작은 포션을 판매하고 식이섬유와 단백질을 강화한 제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식품업계는 두 가지 흐름과 맞서고 있다. 하나는 GLP‑1 사용자들에 의한 소비 감소이고, 다른 하나는 계속된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다. 전미레스토랑협회(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가 주간에 발표할 예정인 연례 산업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좌석형 레스토랑 운영자의 34%가 상승한 비용 때문에 포션 크기를 조정했다고 응답했다. 협회 최고경영자 미셸 코르스모(Michelle Korsmo)는 로이터에 “레스토랑 운영자들이 GLP‑1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생 제약사 Hims & Hers는 이번 주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체중감량 약품인 Wegovy의 정제(알약) 복합 조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하면서 초기 도입가를 $49로 제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이틀 만에 규제 압력으로 해당 계획을 철회했으나, 이 사건은 약가가 앞으로도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PwC의 컨슈머 컨설턴트 알리 퍼먼(Ali Furman)은 GLP‑1 사용자가 대략 약 40% 적은 칼로리를 소비한다고 분석했다. 이 수치는 식료품 장바구니 규모를 4~6% 축소시키고 패스트푸드 관련 지출을 4~5% 줄이는 효과를 낳는다고 설명했다.
전미레스토랑협회의 여론조사 결과는 또한 성인 응답자의 64%가 과거에 비해 하루 중 한 끼를 대체하는 간식을 더 자주 선택한다고 응답했음을 보여준다. 스위스 기반 포장기업 앰코(Amcor)의 최고경영자 피터 코니첸니(Peter Konieczny)는 “간식 트렌드는 뒤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불건강한 간식에서 더 건강한 카테고리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브랜드 측면에서 다논(Danone) 북미 경영진은 GLP‑1 채택이 그릭 요거트처럼 고단백·저당·소화에 도움되는 식품에 대한 수요를 촉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식품 대기업인 제네럴밀스(General Mills)와 코나그라(Conagra Brands)는 이미 고단백·고섬유 제품들을 출시했고, 한 끼 배달·식사 키트업체 HelloFresh는 2025년 3분기에 GLP‑1 친화적 레시피를 도입했다고 보고했다.
eMarketer의 소매·전자상거래 담당 선임 애널리스트 잭 스탬보르(Zak Stambor)는 “GLP‑1 사용 증가는 식품 기업들에 실질적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하며, 많은 GLP‑1 사용자가 비사용자보다 식품과 보충제에 더 많은 지출을 기꺼이 할 용의가 있으며 브랜드가 건강상 이점을 명확히 설명할 때 단백질 쉐이크 같은 제품군에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레스토랑 브랜드들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예컨대 치폴레(Chipotle)는 12월(보도문에 연도 미표기) 고단백 메뉴를 발표했으며, 그중에는 그릴에 구운 닭고기 4온스(약 113그램)만을 제공하는 컵 메뉴도 포함됐다.
전문가적 분석·전망
GLP‑1 계열 약물의 보급 확대는 외식·식료품 시장의 수요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고칼로리·대용량 제품의 매출 감소와 건강 지향 제품의 수요 증가가 관찰된다. 이는 제조사와 레스토랑이 제품 개발·포장·마케팅을 재구성하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또한 약가의 하락 가능성(예: Hims & Hers 사례로 주목된 시장 경쟁)은 장기적으로 약물 접근성을 더욱 높여 관련 소비 패턴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가격 측면에서 볼 때, GLP‑1 사용자가 식료품과 외식 소비를 줄이는 경향은 일부 품목의 수요를 둔화시키는 반면, 프리미엄 고단백·저당 제품에 대한 수요는 증가해 해당 카테고리의 가격 탄력성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은 소형 포장·고단백 포지셔닝·기능성 성분을 통해 소비자에게 프리미엄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며, 이 과정에서 원재료비, 포장비 증가와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과제다. 또한 레스토랑들은 포션 축소에 따른 메뉴 가격 구조 조정과 수익성 유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책·규모의 경제적 영향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약물 보급 확대가 지속되면 장기적으로는 의료비·생활비 구성의 변화가 일어나고, 이는 소비자 지출의 항목별 배분을 변화시켜 관련 업종의 매출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의 규모와 속도는 약물 가격, 보험 적용 범위, 규제 환경, 소비자 선호의 변동성 등 복합적 요인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결론
종합하면, GLP‑1 계열 약물의 보급과 가격 변화는 식품회사와 외식업체들에게 제품 포지셔닝을 재설계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기업들은 소량화된 포션, 고단백·고섬유 제품, 기능성 간식으로 방향을 전환하며 시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슈퍼볼처럼 큰 경기조차도 예전의 고칼로리 전통을 유지하기보다 건강·체중관리 지향의 식단으로 바뀌는 사례가 늘고 있다. 향후 업계는 제품 혁신, 가격 전략, 마케팅 메시지의 명확화가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