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로이터) — 라틴 힙합 슈퍼스타 배드 버니(Bad Bunny)가 스페인어 음반으로는 처음으로 그래미 시상식에서 앨범상(Album of the Year)을 수상했다. 수상작은 “Debí Tirar Más Fotos”로, 그의 푸에르토리코 뿌리를 기리는 내용의 여섯 번째 정규음반이다.
2026년 2월 2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31세의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인 배드 버니는 경쟁자로 꼽혔던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와 레이디 가가(Lady Gaga)를 제치고 생애 첫 올해의 앨범(Album of the Year) 상을 거머쥐었다. 그의 수상은 라틴 그래미에서 2025년 11월 해당 음반으로 앨범상을 수상한 데 이어 이어진 성과였다.
수상 소감에서 배드 버니는 “이 상을 고향을 떠나 꿈을 좇아야 했던 모든 이들에게 바치고 싶다”고 말하며 이민자에 대한 연대 의식을 표명했다. 또한 그는 미국 내 이민 단속을 비판해온 배경과 함께 이번 그래미 무대에서 정치적 메시지가 엿보였다고 전해진다.
정치적 맥락과 파급력
배드 버니(본명 Benito Antonio Martinez Ocasio)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전국적인 이민 단속(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이하 ICE)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그는 최근 공연 투어에서 미국 본토를 건너뛰기도 했는데, 이는 연방 이민 단속 요원들이 그의 팬들을 체포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밝혀졌다. 그래미 무대와 시상식장 곳곳에서는 이민 단속에 반대하는 의미로 많은 참석자가 ‘ICE Out’ 버튼을 착용하거나 관련 메시지를 드러냈다.
한편 배드 버니의 그래미 수상은 그가 다음 주 미식축구 리그(NFL) 슈퍼볼 하프타임 무대에 설 예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을 둘러싼 보수 진영의 불만과 문화적 논쟁이 있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배드 버니의 기용을 ‘터무니없다’고 비판하며 자신은 배드 버니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올리비아 딘, 최우수 신인상 수상
영국의 소울-팝 싱어 올리비아 딘(Olivia Dean)은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Best New Artist) 상을 수상했다. 수상 소감에서 딘은 가이아나 출신의 할머니가 10대 때 영국으로 이민해 새로운 삶을 찾았다고 회고하며 “나는 이민자의 손녀로서 이 자리에 서 있다. 우리는 서로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시상식 현장의 뜨거운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기타 주요 수상 내역
이번 시상식에서는 다음과 같은 주요 수상 결과가 나왔다. 켄드릭 라마는 총 9개 후보로 출발해 5개 상을 수상했으며, 그 중에는 최신 스튜디오 앨범 “GNX”로 받은 최우수 랩 앨범(Best Rap Album)과 R&B 싱어송라이터 SZA와의 협업곡 “luther”로 공동 수상한 올해의 레코드(Record of the Year)가 포함된다.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와 그녀의 동생 핀네어스 오코넬(Finneas O’Connell)은 작곡가를 기리는 곡상(Song of the Year)을 “Wildflower”로 수상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KPop Demon Hunters”의 히트곡 “Golden”은 비텔레비전(비방송) 부분에서 시상되는 부문인 영화·시청각 매체를 위한 최우수 송(Best Song Written for Visual Media)을 수상하며 K팝 장르로서는 최초의 그래미 수상 기록을 세웠다. 해당 곡은 영화 속 허구 밴드 HUNTR/X가 연기했고 실제 보컬리스트 EJAE, Audrey Nuna, Rein Ami가 목소리를 맡았다.
레이디 가가는 앨범 “Mayhem”으로 최우수 팝 보컬 앨범(Best Pop Vocal Album)을 수상했고, “Abracadabra”로 최우수 댄스-팝 레코딩(Best Dance/Electronic Recording)을 받았다.
시상식 진행·특별상
트레버 노아는 이번 그래미 시상식을 여섯 번째 진행하면서 본인이 마지막 진행이라고 밝혔던 무대에서 사회를 맡았다. 시상식은 로스앤젤레스 도심의 크립토닷컴 아레나(Crypto.com Arena)에서 CBS를 통해 생중계됐다.
전설적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79)는 자신이 제작한 음악 영화 “Music by John Williams”로 그래미 음악영화상(Best Music Film)을 수상하며 EGOT에 등극했다. EGOT는 에미(Emmy), 그래미(Grammy), 오스카(Oscar), 토니(Tony) 네 가지 주요 연예상 모두를 수상한 예술가에게 부여되는 명예를 뜻한다.
그래미 투표 구조 및 다양성 변화
그래미 수상자는 약 15,000명 규모의 레코딩 아카데미(Recording Academy) 투표 회원들이 결정한다. 이들은 아티스트, 작곡가, 프로듀서, 엔지니어 등 업계 동료들로 구성된다. 지난 7년간 아카데미는 다양성 확대를 위해 구성원을 재편했으며, 올해에는 약 1,000명의 라틴 그래미 투표자가 투표 자격을 갖게 되었다. 또한 전체 회원의 73%가 2019년 이후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어 설명
ICE(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는 미국 내 이민 집행을 담당하는 연방 기관을 가리킨다. 이번 시상식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ICE Out’과 같은 문구를 사용한 것은 이 기관의 강경 단속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려는 것이라는 맥락이다. 이 약어는 기사 본문에서 여러 차례 등장한다.
EGOT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네 개의 주요 연예상(Emmy, Grammy, Oscar, Tony)을 모두 수상한 예술가에게 부여되는 비공식적 칭호이며, 연예계에서 극히 드문 성취로 평가된다.
전문적 분석 및 향후 파급 효과
이번 그래미 시상식의 주요 수상 결과는 문화·상업적 측면에서 여러 파급 효과를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배드 버니의 앨범이 스페인어 음반으로는 최초로 올해의 앨범을 수상했다는 사실은 영어권 중심의 미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비영어권 작품의 상업적·비평적 수용 범위가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스트리밍 플랫폼의 다국어 콘텐츠 소비 증가, 라틴계 아티스트의 광고·스폰서십 기회 확대, 공연 티켓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슈퍼볼 하프타임 무대 직후 관련 음원과 머천다이즈 매출, 스트리밍 이용률이 단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켄드릭 라마와 빌리 아일리시 등 기존 팝·힙합 스타들의 다수 수상은 여전히 주요 레코드 유통사와 스트리밍 업체에 안정적 수익을 기대하게 한다. 한편, K팝 장르의 첫 그래미 수상은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K팝의 지속적인 상업적 성장과 미디어·콘텐츠 제작사들의 투자 확대를 자극할 수 있다.
정치적 메시지의 노출 증대는 일부 광고주·방송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나, 문화행사에서의 표현 자유와 대중적 지지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따라 각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도 조정될 전망이다. 예컨대 슈퍼볼과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서의 공연 선정은 방송사와 광고주의 수용성, 청중 반응을 고려한 리스크 평가를 더욱 중요하게 만들 것이다.
결론
종합하면, 이번 그래미 시상식은 단순한 음악 시상식을 넘어 언어적·문화적 다양성의 수용, 정치적 메시지의 공론장화, 그리고 글로벌 음악 산업의 상업적 재편이라는 복합적 현상을 드러냈다. 배드 버니의 앨범 수상과 올리비아 딘의 신인상 수상 등은 향후 음반·공연 시장의 판도와 미디어 전략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