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미국서 비트코인 채굴 열로 난방하는 실험 확산

미국에서 겨울 한파와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가정과 상업 시설이 비트코인 채굴기가 내뿜는 배열(排熱)을 난방에 재활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대다수 가정은 난방유, 천연가스, 전기식 보일러 등 전통적 수단을 사용하지만, 암호화폐 채굴 열을 활용해 실내를 데우는 시도가 늘고 있으며, 업계 일각에서는 이 방식이 장차 더 널리 보급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2025년 11월 16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암호화폐 채굴은 본질적으로 막대한 연산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열을 발생시키며, 이 열의 상당 부분은 현재 공기 중으로 그대로 방출된다. 디지털 자산 중개사 K33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 산업은 연간 약 100TWh의 열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핀란드 전체를 난방할 수 있는 규모로 평가된다※업계 추정치. 에너지 집약적 산업 특성상 낭비되는 이 열 에너지를 주거용·업무용 공간에서 유용 열로 전환하려는 창업자들의 실험이 특히 한랭기(寒冷期)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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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CNBC Crypto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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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혹한기에는 뉴욕타임스히트트리오(HeatTrio)라는 900달러짜리 전기 히터 겸 비트코인 채굴기를 직접 테스트했다. 이와 별개로, 일부 가정은 자체 설치한 소형 채굴기의 열을 집 중앙 환기(덕트) 시스템으로 재유도해 실내 전체에 퍼뜨리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다락방에 조용히 돌고 있는 비트코인 채굴기를 보았다. 이 장비가 내는 열을 집의 환기 시스템으로 돌려 난방비를 상쇄하는 식이다. 그냥 버려질 열을 쓰는 영리한 활용이다."
질 포드(Jill Ford), 댈러스 기반 지속가능 비트코인 채굴사 Bitford Digital CEO

포드는 이어 "열을 쓰는 것은 약간의 창의성만 더하면 채굴업이 에너지의 우군이 될 수 있다는 또 다른 사례"라고 말했다.

다만 전기요금 절감이 곧장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요금 단가, 주택 구조, 기기 효율, 채굴 난이도, 장비 속도 등 지역·개인별 변수가 커서 경제성은 케이스마다 달라진다. 그럼에도 채굴 보상이 발생하는 만큼, 난방비 일부를 상쇄할 여지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드는 "집을 데우는 데 드는 비용과 같지만, 비트코인을 채굴한다는 보너스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 채굴기 1대(구형도 가능)면 열원으로 충분하다는 경험담도 있다. 개별 이용자는 채굴 풀에 참여해 연산력을 공유하고 기여도 비례 보상을 받으면, 수익 변동성을 줄여 경제성 방정식을 바꿀 수 있다는 조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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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열 회수의 논리

"이론적으로 컴퓨팅이 쓰는 에너지는 거의 모두 열로 전환된다. 그래서 채굴 혹은 GPU 연산을 난방에 쓰려는 발상은 영리하다."
앤드루 솝코(Andrew Sobko), Argentum AI 창업자

솝코는 그러나 대규모·고밀도 환경에서 특히 효율이 높다고 지적했다. 데이터센터처럼 연산 밀도가 높은 공간이나 한랭 지역의 집합 건물에서 산업적 규모의 열 회수가 유망하다고 본다.

그는 "열은 트럭이나 기차로 옮길 수 없다"며, 열이 필요한 곳으로 연산을 이동시키는 접근을 제시했다. 즉, 산업단지·주거단지 등에서 GPU를 수요지 근접 배치해 건물 난방이나 농업용 온실 가온에 바로 쓰는 방식이다. 솝코는 "이미 파트너들과 함께 컴퓨팅 열을 빌딩 난방온실 난방으로 돌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열을 옮기려 하지 말고, 열이 가치가 되는 장소로 컴퓨팅을 옮겨라"고 강조했다.


회의론: 집집마다 가능한가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데릭 모어(Derek Mohr) 로체스터 대학교 사이먼 경영대학원 임상부교수는 가정용 난방의 미래가 암호화폐에 달려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는 산업용 채굴조차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채굴은 지금 너무 특화됐다. 집의 일반 컴퓨터, 또는 집 컴퓨터 여러 대를 묶어도 블록을 채굴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10년 전엔 집에서, 혹은 가정용 네트워크로 어느 정도 성과를 낸 사례가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모어는 이어 "내가 본 비트코인 열 기기는 실상 개인이 전기료를 내고 방을 데우는 평범한 전기 히터와 비슷하다. 집 전체를 데우는 효율적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채굴이 많은 열을 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열을 집으로 가져오는 유일한 길은 본인 전기를 쓰는 것이다. 내 판단으로 이것은 실질 기회가 아니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키워드인 과잉열채굴 수익을 전면에 내세워 개인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주는 셈이다."


가능성: 이중 활용의 효율

반면 일부 에너지 전문가들은 플러그앤플레이형 단독 채굴기의 보급 확대가 이 개념의 지리적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본다. 적어도, 채굴이 필연적으로 상당한 열을 부산물로 낸다는 사실에 근거해, 경제성환경성을 함께 따져볼 가치가 있다는 견해다.

"운영 중 생기는 잉여열을 포집해 다른 용도를 돌릴 수 있는가. 집 난방부터 온수, 심지어 수영장 가온까지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전력 소비당 운영 효율이 올라간다."
니키 모리스(Nikki Morris),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교(TCU) 랄프 로우 에너지연구소 전무이사

모리스는 이 개념이 아직 초기 단계라며, 대중의 이해와 산업적 함의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TCU는 업계 파트너와 함께 용어 체계사업성을 구축할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모리스에 따르면, 채굴은 거래 가능한 디지털 자산을 만들어내므로 전력 소비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도입한다. 전력원은 그리드부터 천연가스, 태양광, 풍력, 배터리까지 다양할 수 있다. 그는 복합용도 건물이나 아파트 단지의 전기차 충전 사례를 들어 설명한 뒤, "아파트 단지의 암호화폐 채굴 설비디지털 통화유효 열에너지를 동시에 만들어내는 그림을 떠올려 보라. 그리드·재생에너지와 보완적으로 결합되는 분산형 에너지 혁신의 문이 열린다"고 했다.

"효율, 규모별 성능, 다른 에너지원과의 통합, 규제, 환경영향 등 검토 과제가 많다. 그러나 기술이 진화하는 만큼, 암호화폐 난방을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디지털과 물리 에너지 시스템의 수렴을 엿보는 작은 창으로 볼 가치가 있다."


현장 시험: 아이다호 챌리스의 사례

아이다호주 챌리스(Challis)에서는 케이드 피터슨(Cade Peterson)이 이끄는 소프트웜(Softwarm)이 비트코인 채굴 열로 겨울 난방을 대체·보완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2,400제곱피트 규모 건물을 채굴기로 데운 사례도 소개됐다Softwarm 제공.

이 지역의 여러 상점과 사업장이 소프트웜의 채굴기를 들여 채굴+난방을 병행하고 있다. TC Car, Truck and RV Wash에서는 세차 베이의 눈을 녹이고 물을 데우기 위해 하루 25달러의 난방비가 들었는데, 피터슨에 따르면 채굴기를 설치한 뒤에는 전력비보다 많은 금액을 비트코인으로 벌어 운영비를 상쇄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한 산업용 콘크리트 회사2,500갤런 용량의 물탱크 가온에 월 1,000달러가 들었으나, 이를 비트코인 채굴 열로 대체해 비용을 상쇄하고 있다고 전했다.

피터슨은 본인의 집을 2년 반 동안 채굴 장비로 난방해왔다고 밝히며, "앞으로는 거의 모든 것이 에 의해 구동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몇 년 뒤 홈디포(Home Depot)에 가면 데이터 포트가 달린 온수기를 사게 될 것이고, 그 물은 비트코인으로 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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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영상: "암호화폐 담보 모기지" 논의(출처: CNBC Crypto World)


용어·개념 정리

비트코인 채굴은 거래 검증과 블록 생성에 필요한 연산 경쟁을 수행해 보상을 받는 절차다. 가정용 PC도 연산 시 열을 내지만, 업계에서는 대개 전용 장비를 쓴다. 채굴 풀은 다수의 채굴자가 연산력을 모아 보상을 균등·비례 분배하는 협업 구조다. TWh(테라와트시)는 대규모 전력·에너지 소비를 설명할 때 쓰는 단위로, 연간 사용량 비교에 자주 활용된다.

채굴 열 난방은 채굴기의 배열을 공기 순환 덕트나 온수 순환계에 연계해 공간 혹은 물을 데우는 방식이다. 장점은 같은 전력으로 컴퓨팅 보상난방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점이며, 단점은 소음·발열 제어, 전기요금, 지역 규제, 장비 관리 등이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실용 체크리스트(참고)

가정에서 채굴 열 난방을 검토한다면, ① 전기요금 단가(시간대별 요금 포함), ② 열 분배(덕트/팬/환기), ③ 소음·먼지 관리, ④ 안전(과열·차단기 용량·화재 리스크), ⑤ 공간(다락·기계실), ⑥ 규제·계약(주거 규정·임대 제한), ⑦ 경제성(장비 가격, 변동성, 유지보수)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은 지역별·주택별로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전망과 함의

이번 보도는 분산형 컴퓨팅분산형 에너지수렴 가능성을 다시 부각시킨다. 솝코가 지적했듯 열은 이동이 어렵다. 따라서 연산을 수요지에 가깝게 배치하는 코로케이션 전략이 관건이다. 반면 모어의 회의론은 가정 단위의 효율성과 수익성 한계를 짚어, 현실 검증의 중요성을 환기한다. 모리스가 강조한 대로, 이중 활용을 통해 운영 효율을 높이는 모델이 성숙할지, 그리고 규제·환경 기준을 충족하며 확장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