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도어, 대규모 구조조정 예고
온라인 부동산 거래 플랫폼 오픈도어(Opendoor Technologies Inc.)의 공동 창업자이자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키스 레보이스(Keith Rabois)가 회사의 방만 경영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대규모 인력 감축 계획을 공식화했다.
2025년 9월 12일, CNBC뉴스 보도에 따르면 레보이스 의장은 자사의 방송 프로그램 ‘Squawk on the Street’에 출연해 “오픈도어에는 총 1,400명의 직원이 근무하지만 실제로 필요한 인원은 불과 200명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전체 인력의 약 85%를 감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레보이스 의장은 특히 원격근무 체제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이 기업 문화를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회사는 혁신과 대면 협업을 기반으로 설립됐는데, 원격근무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그 뿌리가 흔들렸다”고 말했다.
경영진 변화와 주가 급등락
오픈도어는 9월 10일 전 쇼피파이(Shopify)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카즈 네자티안(Kaz Nejatian)을 최고경영자(CEO)로 전격 임명했다. 이는 헤지펀드 및 개인투자자들의 압박으로 캐리 휠러(Carrie Wheeler) 전 CEO가 사임한 지 한 달 만이다. 같은 날 레보이스가 의장으로 선임됐고, 2023년까지 CEO를 역임했던 공동창업자 에릭 우(Eric Wu)도 이사회에 복귀했다.
경영진 교체 소식이 전해진 9월 11일에는 주가가 하루 만에 78% 급등했으나, 12일에는 12% 넘게 되돌림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올해 들어 주가 누적 상승률은 약 500%로, 소셜미디어 기반 ‘밈 주식(meme stock)’ 열풍을 타고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된 결과다.
“기업 문화가 망가졌다. 우리는 ‘우수성과(merit)와 탁월성(excellence)’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 키스 레보이스 오픈도어 의장
오픈도어의 사업 모델과 구조적 한계
오픈도어는 ‘아이바잉(iBuying)’이라 불리는 방식으로 주택을 매입·매도해 차익을 남기는 기술 기반 플랫폼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현금 소모가 큰 저마진 구조로, 레보이스조차도 “현금 유출 규모를 줄이려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오픈도어가 단기적으로 매출 성장은 미미하고 수익성 전환은 멀었다고 분석한다. 레보이스는 구체적 수치 제시는 피했으나 “전략적 관점에서 고정비 축소와 조직 재편이 선결 과제”라고 말했다.
용어 풀이: DEI와 아이바잉
DEI(Diversity, Equity & Inclusion)는 조직 내 다양성·형평성·포용성 확보를 목표로 하는 인사·문화 정책이다. 미국 IT·스타트업 업계에서 2020년대 초반 급속히 확산됐지만, 최근에는 ‘성과 저하’ 논란과 함께 비용 효율성 문제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아이바잉(iBuying)은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주택을 즉시 평가·매입하고, 수리·전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이다. 거래 속도가 빠른 반면, 자본조달 비용과 주택 가격 변동성에 크게 노출된다는 점이 위험 요인으로 지적된다.
전망 및 시사점
레보이스 의장의 대규모 구조조정 방안은 기존 1,400명 규모 조직을 약 200명 수준으로 축소해 소수 정예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원격근무 철폐와 오프라인 협업 복원, 성과 중심 문화 재정립을 전제로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급진적 구조조정이 단기적으로 비용을 낮출 수 있지만, 주택시장 침체와 금리 불확실성이 여전히 변수”라고 진단한다. 또한 DEI 축소 발언이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역풍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결국 레보이스 의장이 약속한 “현금흐름 흑자 전환”이 어느 시점에 실현될지를 둘러싸고 오픈도어 주가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레보이스는 끝으로 “‘성과와 탁월성’은 실리콘밸리의 뿌리 깊은 가치로, 오픈도어가 잃어버렸던 DNA를 되찾겠다”며 “현금 소진을 막고 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