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미국 온라인 부동산 거래 플랫폼 오픈도어 테크놀로지스(Opendoor Technologies Inc., NASDAQ: OPEN)가 새로운 최고경영자(CEO) 선임과 창업자의 경영 복귀 소식을 동시에 알리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25년 9월 1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오픈도어는 9월 10일(현지시간) 장 마감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 쇼피파이(Shopify Inc., TSX: SHOP)의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운영 총괄 카즈 네자티안(Kaz Nejatian)을 차기 CEO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네자티안은 9월 12일을 끝으로 쇼피파이를 떠나 오픈도어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동시에 회사 공동창업자이자 초기 투자자인 키스 라보이스(Keith Rabois)가 이사회 의장(Chairman)으로 복귀한다.
이번 인사 소식이 전해진 직후 오픈도어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35% 급등해 8.0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6월 기록한 사상최저치(주당 약 1.25달러) 대비 500% 이상 상승한 수준이다. 시가총액 역시 3개월 전 약 4억 달러에서 60억 달러 이상으로 불어났으며, 이 같은 극단적인 변동성으로 인해 오픈도어는 최근 ‘밈 주식(meme stock)’으로 분류되고 있다.
1. CEO 교체 배경
오픈도어는 지난 8월 캐리 휠러(Carrie Wheeler) 전 CEO가 ‘주주 가치 훼손’을 이유로 사임한 지 한 달 만에 새로운 수장을 맞게 됐다. 휠러에 대한 퇴진 압박은 헤지펀드 매니저 에릭 잭슨(Eric Jackson)과 공동창업자 라보이스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들은 회사의 전략 부재와 실적 부진을 문제 삼으며 “과감한 리더십 전환이 필요하다”
고 주장해왔다.
네자티안은 쇼피파이에서 2017년부터 운영·상품 개발을 총괄한 인물로, 핀테크 솔루션 ‘Shopify Payments’ 및 만기 없는 BNPL 서비스 ‘Shop Pay Installments’ 등을 성공적으로 론칭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캐나다 변호사 출신으로 스타트업 ‘Kik’의 정책·운영 책임자를 거치며 규제 대응 역량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2. 주가 급등과 ‘밈 주식’ 현상
오픈도어는 팬데믹 기간 주택 거래 붐을 타고 일명 ‘아이바이어(iBuyer)’ 모델의 대표 주자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으로 2022~2023년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자 실적이 급락했고, 주가는 2023년 말부터 폭락했다. 특히 2024년 6월에는 시가총액이 4억 달러까지 쪼그라들며 상장 유지 요건(주가 1달러 이상)을 겨우 충족했다.
그러나 2025년 들어 헤지펀드 매니저 에릭 잭슨이 ‘X(구 트위터)’를 통해 “오픈도어는 넷플릭스 초기와 유사한 전환점을 맞았다”
고 공개적으로 매수 의견을 제시하면서, 레딧·디스코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개인투자자(리테일)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주가는 이번 CEO 교체 소식과 맞물리며 다시 한 번 단기 급등세를 연출했다.
3. SPAC 상장과 사업 모델
오픈도어는 2020년 스페셜 퍼포스 어퀴지션 컴퍼니(SPAC·기업인수목적회사) 방식으로 상장했다. SPAC은 빈 껍데기 회사가 먼저 상장한 뒤 유망 스타트업과 합병해 우회상장을 돕는 구조를 말한다. 기존 IPO 대비 심사 절차가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실적이나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기업도 상장될 가능성이 커 투자자 보호가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오픈도어의 핵심 비즈니스는 ‘즉시 매입·즉시 매도(iBuying)’ 전략이다. 알고리즘으로 주택 가격을 산출해 현금으로 매입한 뒤, 리모델링 및 가격 책정을 거쳐 단기간 내 재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 수수료’와 ‘주택 재판매 차익’이 주 수익원이다. 하지만 주택 가격 하락기에는 매입가 손실 위험이 커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4. 전문가 진단과 전망
“네자티안은 쇼피파이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대규모 플랫폼 운영 경험을 쌓았다. 이커머스의 공급망 효율화 노하우를 부동산 거래 프로세스에 접목할 수 있다면, 오픈도어는 리스크 관리와 마진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가능성이 있다.” — 뉴욕 소재 부동산 핀테크 전문 애널리스트, 제이미 리치
다만 주택시장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 30년 고정금리 모기지 금리는 2025년 9월 기준 연 6.9% 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연준(Fed)의 장기 고금리 기조로 거래 회복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 네자티안의 첫 과제는 재고 회전율을 끌어올리면서도 손실을 최소화하는 운영 전략 수립이 될 전망이다.
또한 라보이스 의장 복귀를 통해 스타트업 DNA를 회복할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라보이스는 초기 오픈도어를 실리콘밸리 대표 ‘유니콘’으로 성장시켰지만, 2021년 사임 이후 회사는 빠르게 관료화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내부적으로는 기술 인재 유출과 조직 슬림화가 병행되는 ‘턴어라운드 모드’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5. 용어 해설
아이바이어(iBuyer)란 인공지능·알고리즘을 활용해 주택을 신속 매입 후 재판매하는 온라인 부동산 중개 모델이다. 오픈도어, 질로우(Zillow Offers·현재 철수) 등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밈 주식(Meme Stock)은 실적·펀더멘털보다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집단 심리와 ‘밈(인터넷 유행)’에 의해 급등락하는 종목을 의미한다. 2021년 게임스톱(GameStop), AMC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처음 부각됐다.
SPAC은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의 약자로,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컴퍼니 형태의 상장수단을 뜻한다.
6. 결론
오픈도어가 ‘쇼피파이 DNA’를 수혈하며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단기적으로는 리더십 교체 효과에 따른 ‘랠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중장기 가치는 주택 거래 시장 정상화 속도와 네자티안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 결국 데이터·테크 기반 운영 효율화와 리스크 매니지먼트 능력이 시장 신뢰 회복의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