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발—노르웨이 브라우저 개발사 오페라(NASDAQ: OPRA)가 미국 기술 대기업 마이크로소프트(NASDAQ: MSFT)를 브라질 경쟁당국 CADE에 제소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윈도우 운영체제에 엣지(Edge) 브라우저를 기본 탑재‧설정해 경쟁사를 배제한다며 불공정경쟁 혐의를 주장했다.
2025년 7월 29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2000년대 중반부터 이어져 온 양 사 간 브라우저 주도권 경쟁이 다시 한번 국제 규제 무대에서 부각된 사례다. 오페라는 2007년 12월에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에 같은 사안을 문제 삼아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소했고, 결국 EC는 2013년 미국 기업에 5억6,100만 유로(약 8억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오페라는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DMA) 시행 과정에서 엣지가 ‘중요 플랫폼 서비스’ 지정에서 면제된 것에 대해 이달 초 E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DMA는 빅테크 기업 권한을 억제하기 위해 ‘해야 할 일’과 ‘하면 안 되는 일’ 목록을 명시한 최신 EU 규제다.
오페라가 로이터통신에 공유한 CADE 제출 예정 고발장 초안에 따르면, 회사는 “엣지가 윈도우 기기 전반에 선(先)설치 및 기본 브라우저로 설정돼 경쟁 브라우저가 기능과 성능으로 정정당당히 겨룰 기회를 박탈당한다”고 주장한다.
오페라 법무 책임자 아런 맥팔런(Aaron McParlan)은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전 영역에서 브라우저 경쟁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첫 번째로 오페라 같은 브라우저는 중요한 선탑재 기회를 봉쇄당하고, 두 번째로 사용자가 대체 브라우저를 내려받아 쓰기도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오페라는 자사가 브라질 PC 브라우저 시장에서 점유율 3위라고 밝혔다.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형 PC 제조사(OEM)들에게 엣지 단독 선탑재를 조건으로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시해 윈도우 기기 전량에 엣지를 기본 장착하도록 강제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경쟁 브라우저 입지를 실질적으로 약화시킨다는 설명이다.
‘다크 패턴’ 논란… 사용자 선택권 제약
오페라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다크 패턴(dark pattern)이라 불리는 디자인 기법을 사용해 사용자가 다른 브라우저를 설치·사용하려 할 때 번거로운 과정과 경고 메시지를 제시한다고 주장한다. 다크 패턴은 UI·UX 설계에서 사용자 행동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기만적 수단을 일컫는 용어다. 국내에서는 ‘교묘한 디자인 눈속임’으로 번역되며, 최근 전자상거래·핀테크 분야에서도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
오페라는 CADE에 철저한 조사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에 시정조치(Converted Remedy)를 요구해 공정경쟁을 보장해 달라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엣지 기본값 해제, 경쟁 브라우저 동등 선탑재, 사용자 첫 실행 시 브라우저 선택 화면 제공 등이 거론된다.
배경 및 파급효과
브라우저 시장은 구글 크롬, 애플 사파리, 마이크로소프트 엣지, 모질라 파이어폭스, 오페라 등이 경쟁한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StatCounter) 기준 2025년 6월 글로벌 데스크톱 브라우저 점유율은 크롬 64%, 엣지 14%, 사파리 9%, 파이어폭스 6%, 오페라 3% 순이다. 오페라는 게이밍·암호화폐 지갑·AI 통합 등 특화 기능으로 틈새 수요를 공략하고 있지만, 운영체제 사업자 주도의 기본 브라우저 전략에 따라 점유율 확대에 한계를 겪어 왔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2024 회계연도에 윈도우 부문 매출 242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그중 상당 부분이 OEM 라이선스와 엣지 기반 광고·검색 수익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CADE 판단이 불공정거래로 귀결될 경우, 회사는 브라질 시장에서 벌금·사업구조 조정·검색광고 수익 감소 등 재무적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브라질은 남미 최대 IT 시장이자 해외 빅테크 규제 강도가 높아지는 지역으로, CADE 결정은 다른 남미 국가 규제기관에도 선례를 제공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EU·미국 등 주요 관할지역에서도 비슷한 쟁점이 논의 중인 만큼, 오페라의 이번 제소가 글로벌 반독점 규제 흐름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 용어 설명
• CADE: 브라질 경제방어행정위원회(Conselho Administrativo de Defesa Econômica)의 약자.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격으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카르텔을 감독한다.
• DMA: EU가 2024년 3월 본격 시행한 ‘디지털시장법’. 시장 영향력이 큰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자사 및 제3자 서비스 차별 금지, 데이터 독점 방지 등을 규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