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워싱턴발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026년 오바마케어(미국 ‘Affordable Care Act’, 이하 ACA) 건강보험에 가입하려는 미국인들은 월 보험료가 평균 114% 상승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대다수가 막판까지 가입을 미루거나 아예 시장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2025년 11월 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팬데믹(코로나19) 기간 한시 적용된 ACA 세액공제(보조금)가 올해 말 만료될 위기에 놓였다. 이 보조금이 미 의회 예산 교착과 맞물려 연방정부 셧다운이 한 달째 이어지면서, 2024년 대선·의회 선거 판도와 미국의 무보험 인구 비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해당 보조금 덕분에 2021년 이후 ACA 가입자는 1,200만 명에서 2,400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보조금 종료 시 22만 명(보조금 수령자) 가운데 소득이 연방 빈곤선의 400%를 초과하는 가구는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된다.
보조금 만료가 불러올 직접적 충격
연구기관 KFF(Kaiser Family Foundation)의 분석에 따르면, 보조금 수령자 평균 보험료는 2025년 연 888달러에서 2026년 1,904달러로 치솟을 전망이다. 전체 가입자 평균 인상률은 무려 114%이며, 주별·연령별로 격차가 크다.
캘리포니아 새너먼(San Ramon)에 거주하는 24세 의료 청구 업무 종사자 오스틴 제하(Austin Jeha)는 궤양성 대장염 치료를 위해 보험에 의존한다. 그의 월 보험료는 215달러에서 436달러로 상승하며, 전문의 진료 시 85달러의 본인부담금까지 지불해야 한다. 그는 “대장암 위험이 높아 주기적인 검사가 필수”라며, 지역구 연방 하원의원인 민주당 마크 더소니에(Mark DeSaulnier)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플로리다·텍사스·조지아 등 10개 주는 메디케이드(저소득층 공공의료) 적용 문턱이 높아, 저소득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 상당수가 ACA 보조금에 의존해 왔다. 비영리단체 ‘플로리다 보이스 포 헬스(Florida Voices for Health)’의 스콧 대리어스(Scott Darius) 대표는 “물가상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복수 직업을 가진 근로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방정부 셧다운과 정치적 교착
10월 1일부터 예산안 부결로 대규모 연방정부 셧다운이 지속돼 수십만 명의 공무원이 무급 상태다. 민주당은 정부 재개와 동시에 ACA 보조금 연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화당은 “우선 셧다운을 해제한 뒤 별도로 논의”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KFF 분석에 따르면, 플로리다 모든 연방 하원의원 선거구에서 60세 이상·부부 소득 84,600달러(연방 빈곤선 400% 조금 상회) 가정은 2026년 보험료가 최소 4배 인상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 보건복지부(HHS)는 이에 대해 공식 논평을 거부했으나, “세액공제 적용 후 저렴한 플랜이 여전히 제공된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ACA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메흐멧 오즈(Dr. Mehmet Oz) HHS 차관보는 최근 인터뷰에서 “평균 가입자 보험료는 월 13달러에서 50달러가량 추가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간 연구기관들과 현장 관계자들은 실제 체감 인상폭이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지적한다.
가입 지연·탈퇴 도미노 우려
“가입자가 연말 오픈 등록 기간(11월 1일~1월 15일)에 로그인해 자신의 보험료가 두 배로 오른 것을 보고 그대로 창을 닫는다면, 이미 피해는 발생한 셈이다.” — 신시아 콕스(Cynthia Cox) KFF 부사장
미 의회예산처(CBO)는 보조금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무보험 인구가 400만 명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계한다. 의료비 인상은 이미 진행 중이다. CVS헬스 산하 에트나(Aetna) 등 주요 보험사는 ACA 시장에서 철수했으며, 의료 서비스 비용 상승과 공급 부족이 평균 26% 추가 인상을 초래했다.
뉴저지 엘름우드파크(Elmwood Park)에 거주하는 42세 금융전문가 티머시 매캔(Timothy McCann)은 본인과 아내의 자가면역질환, 3세 아들의 신장 수술 등으로 보험이 필수다. 그가 정부 사이트(Healthcare.gov)에서 확인한 월 보험료는 1,517달러에서 1,851달러로 오르게 된다. 그는 “연간 3만3,000달러의 본인부담금까지 고려하면 혜택이 더 크긴 하지만, ‘미친’ 수준의 비용임은 부정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기자의 시각·전망
이번 보험료 급등은 단순한 의료비 부담을 넘어선 정치·거시경제 변수로 평가된다. 첫째, 중산층과 노년층 표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2024년 대선과 의회 선거에서 ‘헬스케어 포퓰리즘’이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보험사가 위험 회피를 이유로 ACA 시장 이탈을 가속화하면, 경쟁 감소에 따른 추가 보험료 상승의 악순환이 예상된다. 셋째, 무보험 인구 확대는 병원 체납·응급실 이용 급증으로 이어져 국가 의료 재정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결국 의회가 예산안과 보조금 연장 문제를 얼마나 신속히, 그리고 어떤 조건으로 타결하느냐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유권자 반발을 감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타협 가능성을 열어두지만, 극단적 당파 대립이 불씨를 키우는 모습이다.
※ 용어 설명
• Affordable Care Act(ACA): 2010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제정한 연방 의료보험 개혁법으로, 소위 ‘오바마케어’라 불린다.
• 세액공제(Subsidy): 특정 소득 이하 가입자에게 보험료 일부를 세금으로 보조해 주는 제도다. 소득이 연방 빈곤선의 100~400% 구간이면 전액·일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 오픈 등록 기간(Open Enrollment): 매년 11월~1월 초 사이에 ACA 가입·변경·취소가 가능한 기간을 가리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