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AI 인프라 투자로 급증한 부채…분기 실적 앞두고 투자자 불안 증폭

오라클(Oracle) 주주들은 인공지능(AI) 붐 속에서 소프트웨어 거인의 위치를 가늠하려 애쓰며 올 한 해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을 보냈다.

Oracle 이미지주가는 연초 대비 30% 이상 상승했으나 10월 한 달 동안 23% 급락하며 2001년 이후 최악의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이후 11월 들어 일부 회복해 화요일 기준으로 월간 약 10% 상승했다.

2025년 12월 9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오라클은 수요일 예정된 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경영진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공동 최고경영자(CEO)로 새로 선임된 클레이 마구이르크(Clay Magouyrk)마이크 시실리아(Mike Sicilia)공격적인 인프라 투자 계획을 계속해서 자금을 조달해 나갈 수 있는지를 입증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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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은 최근 몇 달간 AI 분야에서 보다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는데, 이는 오픈AI(OpenAI)와의 약 3천억 달러 규모 계약이 9월에 알려지면서 부각됐다. 이 계약은 AI 스타트업이 2027년부터 약 5년간 컴퓨팅 파워를 구매하는 형태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컴퓨트(서버·데이터센터) 확장 비용을 조달하려면 막대한 부채가 필요하다. 오라클은 9월 말에 180억 달러 규모의 대형 채권을 발행했으며, 이는 기술 업계에서는 기록적인 규모의 채권 발행 중 하나다. 시티(Citi)에 따르면 현재 비금융 기업 중 투자등급 채권 발행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이 되었다.

“이러한 변혁은 엄청난 자본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신용 투자자 입장에서는 본질적으로 불편한 측면이 있다.”
— 다니엘 소리드(Daniel Sorid), 시티 미국 투자등급 신용전략 책임

Oracle 데이터센터 관련 이미지

오라클은 뉴멕시코와 위스콘신에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은행 컨소시엄을 통해 수십억 달러의 건설 대출을 확보했다. 시티 애널리스트 타일러 래드크(Tyler Radke)는 오라클이 향후 3년간 연간 약 200억~300억 달러 수준의 부채를 조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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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8월 기준으로 오라클의 단기 및 장기 부채(리스 의무 포함) 합계는 1,116억 달러로, 1년 전의 845억 달러에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04.5억 달러106억 달러에서 소폭 감소했다.

오라클이 오픈AI 같은 고객으로부터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할 충분한 용량을 구축하려는 가운데, 월가에서는 회사가 부채 시장 이외의 다른 자금조달 수단을 활용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RBC 캐피털 마켓의 소프트웨어 애널리스트 리시 잘루리아(Rishi Jaluria)는 인터뷰에서 “오라클은 대차대조표 외 시설(off-balance sheet facilities), 부채 증액, 주식 발행, 또는 외국 투자자(예: 국부펀드)의 관심을 탐색하는 등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잘루리아는 해당 종목을 보유(hold) 권고로 제시했다.

한 신용 투자자는 AI 데이터센터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 방식의 한 예로 메타(Meta)의 블루오울(Blue Owl) 캐피털과의 270억 달러 규모 딜을 언급했다. 또한 시장에서는 오라클이 벤더 파이낸싱(vendor financing) 옵션을 활용해 데이터센터 구축 시 초기 자본 부담을 낮출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이 경우 엔비디아(Nvidia)와 같은 공급업체와 유리한 금융 조건을 확보하는 방식이 거론되나, 해당 시나리오에서는 GPU(그래픽처리장치)가 담보로 제공되어 GPU 가치의 감가상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오라클 대변인은 이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신용시장 불안 확대

소리드가 언급한 불편함은 오라클의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왑(CDS: Credit Default Swap)을 다년래 고점으로 끌어올렸다. 신용부도스왑은 채무자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으로, 매입자가 채무불이행에 대한 보호를 위해 비용을 지불한다. 채권 투자자들은 AI 관련 거래에 따르는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CDS를 활용하고 있다.

바클레이즈(Barclays)와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의 신용 애널리스트들은 고객들에게 오라클의 5년 CDS 매수를 권고하고 있다. 바클레이즈의 앤드루 케체스(Andrew Keches)는 지난달 분석 메모에서 오라클 신용의 향후 개선 경로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전해졌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11월 말에 오라클의 CDS가 전형적인 신용 투자자뿐 아니라 이 금융상품에 익숙지 않은 ‘관광객(tourists)’까지 끌어들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텍사스 애빌린(Abilene)의 스테이트게이트(Stargate) AI 데이터센터 미디어 투어 장면에 대한 사진 캡션은 다음과 같다. “전기 케이블이 늘어선 조립 천막 외부 모습. 스테이트게이트는 오픈AI, 오라클, 소프트뱅크의 협력 프로젝트로 미국 전역에 AI용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진행된다. 이 프로젝트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홍보 지원을 받았다.” (사진: Kyle Grillot | Bloomberg | Getty Images)


실적과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주시

투자자들은 오라클의 매출 증가율과 미집행 계약 잔액(backlog)을 면밀히 관찰해 회사의 지출 계획이 정당한지 판단하려 하고 있다. 스트리트어카운트(StreetAccount)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최신 분기에 매출이 15% 성장한 162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s(RPO), 즉 아직 인식되지 않은 계약상 매출의 척도는 스트리트어카운트 기준으로 5,000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1년 전보다 5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오라클은 9월 공시에서 RPO가 359% 증가해 4,550억 달러로 치솟았다고 밝힌 바 있으며, 그 소식으로 주가는 단일 거래일 기준 36% 급등했다. 이는 1992년 이후 최고 단일일 상승률이었다.

그러나 이후 주가는 이러한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추가 하락까지 나타냈다.

D.A. 데이비드슨(D.A. Davidson)의 애널리스트 길 루리아(Gil Luria)는 인프라 외에도 오라클의 핵심 데이터베이스 사업을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베이스 사업은 높은 마진을 창출하는 부문으로, 이 부문의 성과가 회사의 자본시장 접근성과 재무 유연성을 결정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오라클은 부채 부담을 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더 많은 자본을 조달하려면 더 많은 현금흐름이 필요하다.”
— 길 루리아, D.A. Davidson

마감 발언으로, 오라클 경영진은 실적 발표에서 단지 약속만을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 실행 계획과 성과를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회사의 대규모 자본투자와 증가하는 부채 수준을 정당화할 만한 신뢰성 있는 수익 창출 능력을 확인하려는 요구와 맞닿아 있다.


용어 설명

신용부도스왑(Credit Default Swap, CDS): 채권 발행자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을 제3자에게 이전하기 위한 금융파생상품으로, 구매자는 보호를 위해 프리미엄을 지불한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지면 해당 기업의 신용 위험이 높아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s(RPO): 기업이 체결한 계약 중 아직 매출로 인식되지 않은 잔여 의무를 금액으로 환산한 지표로, 미래에 인식될 예정인 계약상 매출 규모를 보여준다. RPO 증가율은 기업의 향후 수익 기반과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다.

벤더 파이낸싱(Vendor Financing): 장비 공급업체가 구매자에게 금융을 제공해 초기 비용 부담을 낮춰주는 방식으로, 공급업체는 장비를 담보로 금융을 제공할 수 있다. 이 경우 장비 가치 하락(감가상각)이 금융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 정부가 보유한 투자펀드로 대규모 자본을 장기적으로 운용하며 전략적 투자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이상은 CNBC가 보도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번역 및 정리이며, 기사에서는 오라클의 재무수치, 애널리스트 평가, 데이터센터 건설 관련 자금조달 사례와 신용시장 반응 등을 상세히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