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Oracle)이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용량을 확장하면서 장기 임차 의무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사진: Kyle Grillot / Bloomberg / Getty Images
2025년 12월 12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오라클은 기존 예측치였던 350억 달러에서 올해 회계연도 자본지출을 50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핵심 원인으로는 메타(Meta)와 엔비디아(Nvidia) 등과 맺은 신규 계약을 들었다.
회사는 여기에 더해 자체 보유 설비를 늘리는 대신 외부 임차로도 대규모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고 있다.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1월 30일 기준 오라클은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용량 확보를 위한 장기 임차 의무가 총 2,480억 달러에 달한다. 이 계약들은 대부분 15~19년의 장기 기간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는 8월 말과 비교해 148% 증가한 수치다. 같은 보고서에서는 분기 말 기준 클라우드 용량 약정이 약 100억 달러였다고 명시됐다.
사업 전환 배경 및 주요 파트너
오라클은 지난 10년간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에서 클라우드 인프라 공급자로 사업을 다각화해 왔다. 현재 아마존(Amazon),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구글(Google) 등과 경쟁하면서 서버, 스토리지, 그리고 AI 모델 구동을 위한 엔비디아 그래픽 칩셋의 임대·공급을 하고 있다. 특히 OpenAI는 오라클의 주요 고객으로 부상했으며, 9월에는 오픈AI가 오라클에 대해 3,0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약속을 발표한 바 있다.
오라클은 또한 OpenAI, 소프트뱅크(SoftBank)와 협력하는 Stargat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텍사스주 애빌린(Abilene)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초기 단계에서는 스타트업 Crusoe와 함께 애빌린 사이트를 가동시켰다. 오라클의 공동 최고경영자 중 한 명인 클레이 마구르크(Clay Magouyrk)는 일부 고객이 직접 칩을 가져와 사용할 수 있어 오라클의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재무·시장 반응
투자자들은 이 같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및 임차 확장에 따른 자금 조달 방안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캐나다왕립은행(RBC)의 애널리스트 리시 잘루리아(Rishi Jaluria)는 오라클 주식에 대해 보유와 동등한 등급을 부여하고 있으며, 회사의 AI 데이터센터 확장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의문을 표했다.
오라클은 9월에 180억 달러의 신규 채무를 조달했다. 회사의 공시를 보면, 11월 말 기준 운영리스(liabilities from operating leases)를 포함한 총 부채는 1,240억 달러를 넘는다고 보고됐다. 이는 1년 전 약 890억 달러에서 증가한 수치다.
“성장 자금의 조달 측면에서, 우리는 공공채, 은행 및 사모 부채 시장 등 다양한 채무 구조를 통해 자금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오라클의 수석재무책임자 더그 케링(Doug Kehring)는 수요일 컨퍼런스콜에서 밝혔다.
경쟁사 동향과 산업 의미
클라우드 및 AI 인프라 경쟁은 가속화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자체 데이터센터 역량을 보강하기 위해 임차를 늘리고, 네오클라우드(neocloud)라 불리는 CoreWeave와 Lambda 등 업체와의 계약을 체결해 외부 역량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산업 전반에서 대규모 GPU 기반 연산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서버·칩·전력·냉각 등 데이터센터 운영비가 상승하는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오라클의 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AI 인프라에 대한 수요는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예상보다 약화돼 투자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보도에 따르면 오라클 주가는 목요일 거래에서 거의 11%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용어 설명
리스(lease commitment)는 기업이 일정 기간 동안 임대료를 지불하기로 약정한 금액을 의미한다. 장기 임차 의무가 증가하면 단기 현금흐름에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설비 투자 대신 임차로 확장할 경우 초기 자본지출(CAPEX)을 줄이고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클라우드 용량 약정(cloud capacity arrangements)은 데이터센터 내 서버, 스토리지, GPU 같은 컴퓨팅 자원을 일정 기간 이용하기로 한 계약을 뜻한다. 네오클라우드는 대형 클라우드 공급자가 아닌 상대적으로 특화된 클라우드 제공업체를 일컫는 업계 용어로, 고성능 GPU 연산이나 특정 AI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향후 전망과 시장 영향 분석
오라클의 임차 의무 증가와 자본지출 상향은 AI 기반 클라우드 인프라 경쟁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전략적 행보다. 단기적으로는 부채 부담 증가와 현금흐름 압박이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운영리스를 포함한 총부채가 1년 새 크게 늘어난 점은 신용비용 상승, 이자부담 확대 등 재무적 리스크를 높인다.
중장기적으로는 주요 고객사(예: OpenAI, Meta, Nvidia 등)와의 대규모 계약이 매출 기반을 확대할 수 있으며, AI 모델 운용을 위한 고성능 인프라 공급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이는 오라클의 클라우드 서비스 매출 안정화와 경쟁사 대비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성공은 계약 이행, 전력·냉각 등 운영비 관리, 시장의 GPU 수요 및 칩 공급 상황에 달려 있다.
투자 관점에서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계약 이행과 고객 확대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매출 성장과 장기 수익성 개선으로 주가가 회복될 수 있다. 둘째, 자본비용(이자)과 운영리스 부담이 수익성을 압박하면 주가와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이 지속될 수 있다. 셋째, 고객이 직접 칩을 제공하거나(Clay Magouyrk 언급) 외부 파트너와의 효율적 협력이 실현되면 비용 구조가 개선되어 위험이 완화될 수 있다.
결론
오라클의 대규모 임차 확대와 자본지출 증가는 AI 인프라 공급 경쟁의 한복판에 서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다. 그러나 단기적 시장 반응과 재무 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며, 향후 성패는 계약 이행 능력, 비용 통제, 그리고 시장 수요의 지속성에 달려 있다. 투자자와 시장은 오라클의 다음 분기 실적과 추가 자금조달 계획, 그리고 건설·임차 이행의 구체적 진전 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