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Oracle Corp.)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수요 급증을 발판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40조 원) 고지에 근접하며 미 증시 기술주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2025년 9월 11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오라클 주가는 전장 대비 1.5% 오른 상태로 프리마켓에서 거래되며 전날 기록적인 35.9%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직전 종가 기준 오라클의 시가총액은 9,330억 달러로, 트릴리언(1조) 달러 클럽 편입까지 불과 7% 남짓 남았다.
오라클은 최근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형 클라우드 계약을 연달아 체결하며 AI 인프라 선점 경쟁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투자은행과 기관투자자들은 “컴퓨팅 파워 확보 전쟁의 최대 수혜주”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으며, 이러한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Interactive Investor의 리처드 헌터 시장총괄은 “오라클이 재점화된 AI 매수 심리에 불을 지폈다”며 “회사 측이 내놓은 수십억 달러 수주 전망은 AI 관련 종목 전반에 파급 효과를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오픈AI(OpenAI)가 컴퓨팅 파워 확보를 위해 오라클과 3,0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역사상 최대 규모 중 하나로, 오라클이 이틀 전 컨퍼런스콜에서 제시한 신규 매출 가이던스의 상당 부분을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올해 들어 S&P 500 편입 종목 가운데 오라클의 상승률은 약 2배에 달해,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 대형 기술주들의 수익률을 압도했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엔비디아·메타·테슬라 7개 종목을 일컫는 월가 용어다*기초설명。
최대 주주인 오라클 공동 창업자 래리 엘리슨의 순자산은 올해에만 1,000억 달러가량 증가해 3,926억 달러로 불어났다. 포브스 집계 기준 여전히 세계 1위 부자인 일론 머스크(4,399억 달러)와의 격차는 좁혀졌으나, 이번 랠리가 이어질 경우 순위 변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흐름은 파격적이다. 오라클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45.3배로, 아마존(31.3배)과 마이크로소프트(31배)를 현저히 웃돈다. PER은 해당 기업의 예상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가늠하는 대표 지표로, 숫자가 높을수록 시장이 미래 성장성을 더 높이 평가한다는 의미다.
● 용어•배경 설명
① 트릴리언 달러 클럽은 시가총액이 1조 달러(약 1,340조 원)를 넘는 기업을 지칭한다. 현재 애플·마이크로소프트·사우디아람코·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 등이 포함돼 있다.
② 프리마켓(Pre-market)은 정규장 개장 전 거래가 이뤄지는 시간대를 말한다.
③ 클라우드 컴퓨팅은 데이터 센터에 구축된 서버·저장 장치·네트워크를 인터넷을 통해 빌려 쓰는 서비스로, AI 모델 학습 및 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이다.
● 기자 시각
AI 인프라 투자 경쟁은 단순한 ‘테마 장세’가 아니라, 향후 10년 이상 기업 IT 지형을 바꿀 구조적 변화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오라클은 그동안 ‘후발 주자’로 평가돼 왔음에도, 독자적인 데이터베이스 기술과 공격적인 데이터 센터 증설로 시장 판도를 단숨에 뒤집고 있다. 다만 PER이 역사적 고점을 경신한 만큼 수익 실현 매물이 언제 나올지, AI 수주가 실제 매출·이익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될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결국 1조 달러 돌파 여부는 시장 심리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오라클이 단기 과열을 넘어서 지속 가능한 성장 궤적을 제시할 수 있을지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