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 수주 잔고 5,000억 달러 돌파 전망…시간외 주가 27% 급등

뉴욕·실리콘밸리 공동=Juby Babu 기자 / 편집 정리 AI 데스크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으로 두각을 보이는 오라클(Oracle Corp.)이 대형 고객사를 연이어 확보하며 향후 매출 성장 가시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9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거래에서 주가가 27% 급등해 투자자들의 강한 신뢰를 재확인했다.

2025년 9월 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오라클은 자사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 부문의 ‘잔여 수행 의무’(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s, RPO)가 1분기(2024년 6~8월) 말 *4,55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59% 급증했다고 공시했다. RPO는 이미 체결돼 향후 인식될 매출의 총액을 의미하는 핵심 지표로, 국내 회계 용어로는 ‘수주 잔고’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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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프라 캐츠(Safra Catz)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

<향후 수개월 내에 추가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신규 계약을 체결해 RPO가 5,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라며, “클라우드 인프라 부문 매출(Realized Revenue)이 올해 180억 달러로 77% 성장한 뒤, 이후 4년 동안 1,44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클라우드 다중화(Multi-Cloud) 전략의 급성장

라리 엘리슨(Larry Ellison) 회장은 “아마존,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3대 하이퍼스케일러의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안에 OCI를 통합 배치하는 ‘멀티클라우드(Multi-Cloud)’ 매출이 1분기에 전년 대비 1,529% 급증했다“고 강조했다. 엘리슨 회장은 이어 “앞으로 37개의 데이터센터를 추가해 총 71개 리전(region)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멀티클라우드는 서로 다른 클라우드 사업자의 인프라를 혼합해 사용하는 전략으로, 데이터 주권비용 최적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Gen-AI) 모델 학습 시, 특정 워크로드를 가장 효율적인 리전에 배치함으로써 속도·비용·규제 리스크를 모두 낮출 수 있다.


AI 특화 인프라로 ‘가성비’ 승부…업계·전문가 평가

시장조사업체 e마케터(eMarketer)의 제이컵 번(Jacob Bourne)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은 고비용 AI 연산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Affordable)’ 클라우드 옵션을 찾고 있으며, 오라클이 정확히 그 수요를 포착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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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루어(Valoir)의 레베카 웻터만(Rebecca Wettemann) CEO도 “현재와 전망치 모두 오라클의 인프라 투자 성과가 뚜렷하다”며 “대형 고객들이 AI 프로젝트를 위해 오라클 클라우드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S&P 글로벌 계열 리서치 플랫폼인 비저블알파(Visible Alpha)의 멜리사 오토(Melissa Otto) 책임연구원은 “통합형 제품 포트폴리오다양한 운영 환경에 걸쳐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오라클이 ‘따라가는 회사’가 아니라 실제로 클라우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OCI는 데이터베이스·미들웨어·애플리케이션·보안·AI 서비스를 단일 스택으로 제공한다. 특히 ChatGPT, Gemini, Grok 등 최신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네트워크 레이턴시 없이 직접 호출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실적 및 가이던스 세부 수치

오라클은 1분기에 매출 149억 3,000만 달러(전년 대비 12% 증가)를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4건의 수십억 달러 규모 계약’이 매출 확대를 견인했다. 회사 측은 2분기(2024년 9~11월) 총매출이 전년 대비 12~14% 성장할 것으로,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32~36% 증가할 것으로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한편, 오라클 주가는 올해 들어 장 마감 기준 107% 상승했다. 캐츠 CEO는 “비용 효율을 극대화한 AI 솔루션 수요로 OCI의 구조적 고성장이 계속될 것”이라며 장기 낙관론을 유지했다.


기자 해설: RPO 증가가 의미하는 바

수주 잔고(RPO)가 급증했다는 것은 이미 계약이 체결돼 매출로 인식만 남은 금액이 대폭 늘었다는 뜻이다. 국내 건설·조선업에서 보는 ‘Backlog’와 같은 개념으로, 클라우드 기업의 경우 장기 이용 계약이 많아 재무 안정성과 향후 현금흐름 예측 가능성을 동시에 높여 준다.

특히 콘서비티브(보수적) 회계 기준을 적용하는 미(美) 회계제도에서는 RPO가 후행성 지표이지만, 콘트랙트 기반 매출의 안정성을 강조하는 클라우드 산업에서는 ‘선행·동행·후행’ 지표가 복합된 하이브리드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5,000억 달러 돌파 전망은 오라클이 중장기 성장 궤도에 확립됐음을 방증한다.


시장 전망 및 리스크 포인트

전문가들은 멀티클라우드 시장이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경쟁사 아마존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도 GPU·AI 인스턴스 가격 인하를 예고하고 있어, 가격 경쟁 심화 및 마진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또한 미국·유럽·아시아 각국의 데이터주권법이 강화되면, 하이퍼스케일러와 협력해 데이터센터를 현지화하려는 오라클의 전략이 규제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단, 글로벌 71개 리전을 전방위로 배치한다는 전략은 위험을 분산시키는 대응책이 될 수 있다.


※ 용어 설명
* RPO(잔여 수행 의무) : 이미 계약됐지만 아직 인식되지 않은 매출 총액. 프로젝트 진행률·사용량 등에 따라 향후 1년 이내 또는 그 이후에 인식된다.
하이퍼스케일러 :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를 지칭. 대표적으로 AWS·마이크로소프트·구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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