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Oracle)이 차세대 클라우드 인프라 성장 전망을 대폭 상향 조정하면서 뉴욕 월가가 ‘충격과 경이’에 휩싸였다. 9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진행된 2026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28% 급등해 1999년 닷컴 호황 이후 최대폭 상승 가능성을 예고했다.
2025년 9월 1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오라클은 이번 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컨센서스를 하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성장 곡선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Larry Ellison 의장 겸 CTO와 Safra Catz CEO가 주도한 콘퍼런스콜에서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들은 일제히 “충격적이다”, “기념비적 분기”라고 평가했다.
대표적으로 Guggenheim Securities의 John DiFucci 애널리스트는 “완전히 압도당했다
”고 밝혔으며, TD Cowen의 Derrick Wood는 “역사적인 분기”라고 칭송했다. Deutsche Bank의 Brad Zelnick은 “지금 우리는 모두 좋은 의미에서 쇼크 상태
”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인프라(CLOUD IaaS) 폭발적 성장 전망
오라클은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 서비스(OCI) 부문 매출이 2026회계연도 180억 달러(전년 100억 달러 대비 77%↑)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2027년 320억 달러, 2028년 730억 달러, 2029년 1,140억 달러, 그리고 2030년 1,440억 달러로 계단식 성장 로드맵을 제시했다.
해당 수치는 같은 시장에서 경쟁 중인 아마존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와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의 성장률이다. Zelnick 애널리스트는 “1컴퓨팅 패러다임의 지각변동
”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가이던스만큼 컴퓨팅의 대전환을 입증하는 수치는 없었다.”
— Brad Zelnick, 도이체방크
RPO 4550억 달러, 역대 최고치
오라클이 공개한 잔여 이행 의무(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s, RPO)는 4,550억 달러로 전년 대비 359% 폭증했다. RPO는 이미 계약은 체결됐으나 아직 인식되지 않은 미래 매출을 의미한다. 이는 클라우드 장기계약 규모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시장에서는 ‘사실상의 예약 주문’으로 간주한다.
1RPO란? 소프트웨어·클라우드 업계에서 고객과 체결한 장기 계약의 총액 중 미실현 부분을 나타내는 회계 항목이다. 실제 현금 유입을 거의 확정적으로 예고한다는 점에서 성장 가시성을 높이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초대형 계약·설비 투자
Catz CEO는 이번 분기에 3개 고객사와 4건의 ‘수십억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특히 OpenAI와는 미국 내 4.5GW(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 용량 확충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라클은 설비투자(CapEx)를 65% 늘려 350억 달러를 계획하고 있다. Catz는 콜에서 “우리는 건물을 소유하기보다는 전용 네트워킹·스토리지·시스템 통합 등 기술에 집중한다
”고 차별화 전략을 설명했다.
‘하이퍼스케일러 용량 이양’ 현상 — 기회인가, 리스크인가?
D.A. Davidson의 Gil Luria 애널리스트는 CNBC Fast Money 인터뷰에서 “5년 내 10배 성장이라는 전망은 ‘압도적’”이라면서도, “MS·구글·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러가 타사에 용량을 이양(offload)하는 전략을 채택하면서 오라클에 수요가 유입된 측면도 있다
”고 지적했다.
‘하이퍼스케일러’란 전 세계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빅테크 기업을 뜻한다. 최근 이 기업들은 전력·용지 확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외부 클라우드 사업자나 코로케이션(colocation) 업체에 수요를 이전하는 경향을 보인다.
주가 및 시장 반응
시간외 거래에서 오라클 주가는 310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256.43달러)를 가볍게 돌파할 전망이다. 시가총액은 8,7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규장 기준 올 들어 주가는 46%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나스닥 지수는 13% 상승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OCI 부문이 향후 5~10년간 오라클의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비유기적 고객’ 비중 확대, 전력·부지 확보 난제, 경쟁 심화 등 리스크 요인도 공존한다는 평가다.
전문가 시각과 전망
① 수익화 관건 — 대규모 RPO가 실제 매출·현금흐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 반도체 수급, 공정 효율화가 필수다.
② 경쟁 환경 — AWS와 애저는 여전히 시장 점유율 1·2위를 지키고 있으며, 구글도 AI 특화 기능으로 추격 중이다. 오라클이 예측한 성장률을 ‘실행’하려면 차별화된 가격·성능·보안이 담보돼야 한다.
③ AI 수요 — 초거대 AI모델 학습·추론 수요가 폭증하면서 GPU·전력·냉각 자원 확보 경쟁이 시작됐다. 오라클의 Exadata·RDMA 네트워크 기술이 타사 대비 우위에 있을지 주목된다.
종합적으로 볼 때, 오라클은 클라우드 2막에서 후발주자를 넘어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그러나 대규모 설비 투자와 고객 믹스 변화가 수익성 지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찰 기간이 필요하다.
향후 분기 실적이 이번 가이던스를 뒷받침한다면, 오라클은 빅테크 클라우드 각축전에서 ‘세 번째 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