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ing.com — 최근 수개월 만에 가장 의미 있는 주식시장 조정이 진행 중이다. 주요 지수는 직전 고점 대비 최대 약 5% 밀리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지난 2년간의 급격한 변동성에 익숙해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흔들림이 더 깊은 다운사이드 리스크의 서막인지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2025년 11월 2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통상 약세장에 앞서 나타나는 여건과 달리 현재 환경은 재정적 지원, 연준의 안전망, 그리고 풍부한 통화·시장 유동성이 지배하고 있다. 블룸버그의 매크로 전략가 사이먼 화이트(Simon White)는 이러한 요소를 종합할 때, 이번 약세는 위기라기보다 ‘조정’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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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셀오프의 원인으로 유동성 긴축이 널리 지목되고 있으나, 화이트는 그 진단이 아주 짧은 시간축에서만 성립한다고 지적한다. 주차별 소음을 넘어 보면, 위험자산을 지지하는 유동성은 여전히 느슨하고 전반적으로 우호적이라는 설명이다.
재정의 ‘첫 번째 방어선’ — 재정 풋(fiscal put)이 다시 작동하고 있다. 이는 2023년 재무부(Treasury)가 연준의 양적긴축(QT)을 상쇄하기 위해 단기국채(티빌·T-bill) 발행을 적극 활용하며 강세장을 재점화했던 메커니즘과 같다. 재무부가 단기 국채를 늘리면, 머니마켓펀드(MMF)가 이 단기 국채를 흡수해 은행 준비금(reserves)이 보강되고 금융시스템의 긴장이 완화되는 구조다.
이 재정 풋이 귀환했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 재무장관 체제하에서, 순 티빌 발행은 재정적자 대비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역사적으로, 3개월 기준으로 티빌 발행이 증가하고 그 비중이 적자의 0%를 상회할 때 향후 주식 수익률이 유의미하게 개선되는 경향이 관찰돼 왔다고 화이트는 전한다.
다만 이번 사이클의 파급력은 다소 제한적일 수 있다. 국내 역레포(Reverse Repo) 풀이 사실상 비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은 재정 운영이 더 이상 유동성을 빨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순유동성의 순소진이 멈췄다는 메시지가 중요하다.
통화정책의 바람도 ‘역풍’에서 ‘미풍’으로 바뀌는 조짐이다. 12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앞서 희석되며 증시에 부담을 줬다. 그러나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 뉴욕 연은 총재가 단기적 조정을 통해 금리를 ‘중립’에 더 가깝게 가져갈 여지가 아직 남아 있다고 언급하면서,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더 중요한 것은 통화 유동성 그 자체다. 초과 유동성(excess liquidity)은 G10주요 10개 선진국 전반에서의 실질 통화성장률에서 실질 경제성장률을 뺀 값으로 정의되며, 이는 위험자산의 하방을 받치는 완충재처럼 작동한다. 이 지표가 높고 상승 중일 때, 주식의 하락 폭은 얕고 연쇄 붕괴 가능성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현재의 초과 유동성은 역사적으로 향후 6개월 동안 S&P 500의 보합 내지 소폭 플러스 수익률과 정합성을 보여왔다. 화이트는 이 점이 약세장 국면의 전형적 배경과는 거리가 있다고 본다.
또 하나의 축인 시장 유동성(가격을 크게 움직이지 않고 거래가 가능한 정도)은 최근 하락 국면 내내 견조했다. 통상 거래 유동성의 균열이 뚜렷해질 때는 주가가 이미 급락 페이즈에 진입한 경우가 많다. 현재는 그런 조짐이 확인되지 않았다.
조정론이 컨센서스화되는 흐름은 투자자에게 불편한 구도지만, 유동성 지표들은 임박한 ‘크래시’ 가능성이 낮다는 신호를 보낸다고 화이트는 덧붙였다.
그렇다고 강력한 대세상승(로어링 불 마켓)의 출발점으로 보기도 어렵다. 가치주가 성장주를 앞서고, 디펜시브 섹터가 경기민감 섹터를 상회하며, 헬스케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모멘텀은 과열이 아닌 신중 모드에 가깝다.
“이는 질주하는 불마켓의 전형적 레시피가 아니다. 그러나 모든 형태의 유동성이 시사하는 바는, 아직 당장 광폭한 약세장으로 전환될 공산도 크지 않다는 점이다.” — 사이먼 화이트
용어 풀이 — 낯선 개념을 한눈에
재정 풋(Fiscal Put): ‘풋’은 하방을 방어해 주는 장치를 뜻한다. 정부가 단기국채(티빌) 발행을 늘려 MMF 자금이 이를 흡수하도록 유도하면, 은행체계 내 준비금이 보강돼 금융 스트레스가 완화된다. 이로써 위험자산의 급락이 완충되는 효과를 낸다.
티빌 발행(Bill Issuance): 만기가 짧은 미 재무부 증권 발행이다. 3개월 단위 증가가 관찰되고 적자 대비 비중이 0%를 상회할수록, 과거 데이터에서는 앞으로의 주가 성과가 나아지는 경향이 보고돼 왔다.
양적긴축(QT): 중앙은행이 보유자산 축소를 통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정책이다. 2023년 재무부는 티빌 확대를 통해 이 유동성 흡수 효과를 상쇄했다.
역레포(Reverse Repo) 풀: 연준의 역레포 기구에 머무는 유휴 단기자금의 집합으로, MMF 등이 단기적으로 돈을 맡기고 담보를 받는 형태다. 풀의 잔량이 크면 T-빌 수요의 완충재가 되지만, 현재는 사실상 소진돼 있어 재정 풋의 탄력은 과거보다 약할 수 있다.
초과 유동성(Excess Liquidity): 실질 통화성장률 − 실질 경제성장률(G10선진 10개국 기준)로, 위험자산의 완충 지표로 활용된다. 이 값이 높고 상승 중일수록 급락의 연쇄가 완화되는 경향이 있다.
시장 유동성(Market Liquidity): 가격에 큰 충격 없이 거래가 가능한 정도다. 거래 스프레드 확대·호가 심도 얕아짐 등이 나타나면 급락 리스크가 커지지만, 이번 하락 국면에서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중립금리(Neutral Rate): 경기를 과열시키지도 둔화시키지도 않는 균형 수준의 정책금리로 여겨진다. “중립에 더 가깝게”라는 발언은 완화 or 긴축의 강도 조절 여지를 시사한다.
해석과 시사점 — ‘조정의 시간’, 체크리스트는 무엇인가
현재 국면의 핵심은 “유동성은 아직 우호적”이라는 점이다. 재정 사이드에서는 티빌 발행이 적자 대비 확대되는지, 그 흐름이 3개월 단위로 증가를 유지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통화 사이드에서는 초과 유동성의 추세가 상승 유지인지, 거래 유동성에 구조적 균열이 생기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스크 반대편의 균형도 분명하다. 역레포 풀 고갈은 재정 풋의 한계효용을 낮출 수 있다. 또한 12월 금리 경로에 대한 기대는 발언·데이터에 따라 요동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단기 변동성과 섹터 로테이션이 심화될 여지도 있다. 실제 성과면에서 가치주·디펜시브·헬스케어가 우위를 보이고, 모멘텀의 톤이 과열이 아닌 신중으로 읽히는 점은 ‘질주하는 불마켓’의 전형은 아니라는 신호다.
종합하면, 현재 하락은 ‘크래시’의 전주곡이라기보다 정상적 ‘조정’의 범주에 가깝다. 유동성의 세 갈래, 즉 재정·통화·시장 유동성이 모두 완충 역할을 유지하는 한, 연쇄적 급락의 확률은 제한적이다. 반면, 거래 유동성의 급격한 약화 또는 초과 유동성의 역전이 신호로 발생한다면 리스크 평형은 빠르게 바뀔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동성 지도를 최우선으로 모니터링하며, 섹터별 방어·가치 축의 상대 강도를 점검하는 접근이 합리적이다.
화이트의 결론처럼, 유동성은 아직 약세장의 ‘대군’이 쓸고 지나갈 만한 환경을 만들지 않았다. ‘조정의 불편함’은 남겠지만 ‘폭락의 필연’은 아니다는 것이 현재 데이터가 말하는 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