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택시장이 예년 가을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가격 모멘텀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라이트무브(Rightmove)가 10월 21일 공개한 최신 자료에 따르면, 9월 중순부터 10월 11일까지 4주 동안 영국 주택의 평균 호가(Asking Price)는 전월 대비 0.3%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같은 시기 장기 평균 상승률 1.1%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25년 10월 1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국내외 투자자들이 예년 가을철 특유의 ‘오텀 바운스(Autumn Bounce)’를 기대했지만, 영국 주택시장은 여전히 관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부 잉글랜드 고가 주택 시장에서 예산안(Budget) 발표를 앞둔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매수·매도 모두 ‘관망’이 우세하다는 분석이다.
라이트무브의 콜린 밥콕(Colleen Babcock) 수석 부동산 애널리스트는 “2025년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견조함을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 긍정적 심리가 충분히 쌓이지 않아 예년 같은 가을철 가격 반등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특히 예산안에서 고가 주택 구매·보유세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남부 지역 잠재 매수자들이 거래를 미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산안의 핵심 변수
재무장관 레이철 리브스(Rachel Reeves)는 11월 26일 발표할 연례 예산에서 1성장 자극과 2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예산에 인지세(Stamp Duty) 제도 개편, 부동산 자본이득세(CGT) 조정 등이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돌며 고가 주택 매수 대기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
라이트무브 조사에 따르면, 9월 거래 활동(Activity)은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이는 2024년 하반기 영란은행(BoE)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며 매수 심리가 일시적으로 회복된 것과 대비된다. 게다가 2024년 4월 한시적 인지세 감면이 종료된 이후, 추가 정책 인센티브가 부재한 점도 거래를 냉각시키는 요소로 지목된다.
“거래가와 체결 속도가 둔화되고 있지만, 직전 사이클에서 보였던 급락세와는 다르다. 금리 하향 안정과 공급 제약이 완충 역할을 하고 있어 낙폭은 제한적일 것” — 국내 부동산 컨설팅업체 팩트하우스(FactHouse) 리서치 노트
다른 지표도 동반 약세
헬리팩스(Halifax) 은행이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 역시 분위기는 비슷하다. 9월 주택가격지수(HPI)는 전년 대비 1.3% 상승하며 2024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이미 판도라(PIER) 주택가격 전망치가 예측한 1.8%를 하회한 결과다.
전문가 해설
영국 주택시장은 통상 9~11월 거래·가격이 활기를 띠었다가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숨 고르기에 들어간다. 그러나 금리 변동성과 정책 불확실성이 동시에 확대될 경우, 이 같은 계절적 패턴은 약화된다. 핵심 관전 포인트는 ▲11월 예산안에서 고가 주택 세제 변화가 발표될지, ▲영란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경로가 구체화될지, ▲소비심리지수가 회복세를 보일지 등 세 가지다. 이 변수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 내년 상반기 ‘스프링 바운스(Spring Bounce)’ 가능성도 제기된다.
독자 참고: 인지세(Stamp Duty)는 영국에서 부동산을 구매할 때 납부해야 하는 세금으로, 매매 가격 구간에 따라 누진 세율이 적용된다. 정부가 세율을 상향 조정하거나 면제 한도를 축소할 경우 주택 구매 비용이 급증해 거래가 급랭하는 사례가 많다.
향후 전망 및 제 의견
필자는 이번 예산이 주택시장에 구조적인 충격을 가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 공급 부족과 금리 완화라는 두 축이 여전히 가격 하방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다만 고가 주택 세 부담 확대가 현실화되면, 리즈·맨체스터 등 북부 핵심 도시로 수요가 이동하는 ‘세컨드 캐피털(Second Capital)’ 현상이 강화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투자자라면 지역별 세제•금융 조건을 면밀히 비교해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