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택시장 수요 냉각 — RICS 조사로 드러난 심리 악화
런던 (로이터) — 11월 26일 발표 예정인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의 예산안에서 주택 관련 세금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를 우려한 매수자들의 수요가 약화되며 지난달 영국 주택시장의 온도가 식었다고 목요일 공개된 설문조사가 밝혔다.
2025년 11월 1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왕립공인측량사협회(RICS)의 신규 매수자 문의 지표는 10월 순균형(net balance)상승 응답 비율에서 하락 응답 비율을 뺀 값이 -24로 집계돼, 9월의 -21에서 추가 하락했다.
이는 영국이 주택 매수자가 스탬프 듀티(stamp duty, 부동산 취득 시 부과되는 인지세 성격의 세금)를 내기 시작하는 가격 기준선(과세 기준가)을 4월에 낮춘 이후 가장 약한 수준이다. 기준선 인하는 일정 가격 이상의 거래에 대해 더 많은 매수자가 과세 대상이 되도록 만들며, 통상적으로 거래 심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체결된 주택 매매를 가늠하는 또 다른 RICS 지표도 부진을 심화했다. -24로 떨어져 9월의 -17보다 더 깊은 음(-)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타런트 파슨스 RICS 시장조사·분석 책임자는 “다가오는 예산안에 포함될 수 있는 잠재적 조치들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의 신중한 태도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목표를 웃도는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상승도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택 과세정책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이 제시되면 심리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만약 발표되는 조치들이 거래 활동에 추가 압박을 가한다면, 현재의 둔화가 더 깊어질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올해 들어 2024년 하반기보다 둔화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는 경기 우려와 더불어, 리브스 장관의 예산안을 앞두고 주택에 대한 추가 과세 가능성이 제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RICS의 주택가격 밸런스(가격 상승을 보는 응답 비율과 하락을 보는 응답 비율 간 차이)도 9월 -17에서 10월 -19로 낮아져, 가격 측면의 체감 지표 역시 한층 악화됐다.
주택담보대출기관 헬리팩스(Halifax)가 지난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월 한 달 집값은 0.6% 상승해 연간 주택가격 인플레이션을 19%로 끌어올렸다. 경쟁사인 네이션와이드(Nationwide)는 월간 0.3% 상승과 연간 2.4% 상승을 각각 보고했다.
RICS 설문 응답자들은 향후 3개월 동안 집값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면서도, 1년 전망에서는 대체로 긍정권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핵심 지표 해설: ‘순균형’과 ‘가격 밸런스’가 의미하는 것
순균형(net balance)은 RICS 설문에서 긍정 응답 비율에서 부정 응답 비율을 차감해 계산하는 방식이다예: 상승 30%, 하락 50%이면 -20. 따라서 -24와 같은 수치는 하락(혹은 둔화)을 보는 응답이 상승을 보는 응답보다 훨씬 많다는 뜻이다. 주택가격 밸런스 또한 같은 산식으로 가격 방향성에 대한 체감 온도를 나타낸다. 이들 지표는 실제 거래 가격이나 거래량과 다를 수 있으나, 시장 심리의 선행 신호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
세제 불확실성과 시장 심리
스탬프 듀티는 영국에서 부동산을 매입할 때 부과되는 거래세다. 정부가 과세 기준가를 낮추면 더 많은 거래가 과세 대상에 포함되어, 매수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RICS가 지적한 대로, 이번 예산안에서 주택 관련 세제가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거래 타이밍을 늦추는 심리를 확대할 수 있다. 여기에 목표를 상회하는 인플레이션과 실업 증가라는 거시 변수가 겹치면서, 매수자 문의(-24)와 체결 거래(-24) 지표 모두가 동반 약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헬리팩스 vs 네이션와이드: 왜 지표가 다르게 보일까
헬리팩스와 네이션와이드는 각각 자체 모기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집값 동향을 산출한다. 월간 상승률(0.6% vs 0.3%)과 연간 상승률(19% vs 2.4%)이 크게 차이를 보였다는 점은, 표본 구성과 산정 방식에 따라 단기 지표가 상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 참여자 입장에서는 단일 지표에 의존하기보다, 여러 지표를 교차 검증하며 추세를 파악하는 접근이 유효하다.
단기 vs 장기: RICS 응답이 말하는 전망의 비대칭성
RICS 설문은 3개월 전망에서 가격 하락 가능성을, 12개월 전망에서 점진적 개선 가능성을 각각 시사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정책 불확실성과 거시 역풍이 우세하지만, 중기적으로는 정책 명료화 혹은 금융여건 안정 등으로 심리 회복이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일부 존재함을 보여준다. 다만, 파슨스의 언급처럼 예산안 조치의 강도와 방향이 실제 거래에 추가 부담을 준다면, 현재의 둔화가 더욱 심화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용어 정리
RICS(왕립공인측량사협회): 영국 부동산·건설 분야의 전문기관으로, 현장 설문을 통해 수요·공급·가격·임대 등 지표를 정기 산출한다.
스탬프 듀티(stamp duty): 부동산 거래 시 부과되는 세금으로, 과세 기준가와 세율 체계에 따라 납부액이 달라진다. 기준가가 낮아지면 과세 대상 거래가 늘어나고, 반대로 기준가가 높아지면 일부 거래는 비과세 구간에 머물 수 있다.
실무적 체크포인트
예산안 발표(11월 26일) 전후로 주택 과세정책의 명확성이 확보되는지, 스탬프 듀티의 과세 기준가나 세율 구조에 변동이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수자 문의와 체결 거래 지표가 모두 약화된 만큼, 정책 발표 직후의 심리 반응과 거래량 흐름이 단기 가격 조정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요약하면, 영국 주택시장은 세제 불확실성과 거시 역풍이 겹치며 단기 둔화를 겪고 있다. RICS의 -24(신규 문의)·-24(체결 거래)·-19(가격 밸런스) 등 지표는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반면, 설문 응답의 1년 전망은 대체로 긍정권을 시사해, 정책 명료화가 향후 심리 안정에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