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 NASDAQ: GILD) 주가가 29일(현지시간) 오전 장에서 전일 대비 2.8%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미국 보건복지부(HHS) 산하 예방의학 서비스 태스크포스(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 이하 USPSTF) 전원 교체 가능성이라는 정치적 변수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2025년 7월 28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USPSTF 구성원 16명을 모두 해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소식통은 케네디 장관이 패널이 “너무 woke하다”고 평가하며 교체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해당 패널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제정된 건강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ACA)에 따라 보험사가 환자에게 추가 비용을 부과하지 않고도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검진·예방의료·약제를 선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USPSTF가 내리는 권고안은 국내 보험시장의 약가·급여 결정 위원회와 유사하게 미국 내 의료비 절감 정책에서 핵심적 지위를 차지한다. 특히 HIV(후천성면역결핍바이러스) 노출 전 예방요법(PrEP) 약제인 트루바다(Truvada)와 데스코비(Descovy)는 길리어드의 전략 제품군이다. 패널의 권고가 변경될 경우, 해당 의약품에 대한 무상 보험 적용이 취소되거나 축소될 위험이 존재한다.
USPSTF의 법적 성격과 최근 판결
USPSTF는 1984년부터 운영돼 온 자문 기구로,
“독립적이면서도 정부 정책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과학·의학 전문가 풀”
로 평가된다. 2024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USPSTF 위원의 임명 절차가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리면서도 HHS 장관에게 위원을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음을 재확인했다. 케네디 장관은 이 판결을 근거로 전원 해임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사회적 논란
보수 진영 인사들은 USPSTF가 권고문에서 “pregnant persons”(임신한 사람들)과 같은 포괄적 표현을 사용하고 “구조적 인종 차별”을 언급해 왔다며 “좌파 이데올로기가 스며 있다”고 비판한다. 반면 진보 성향 단체들은 “정치적 개입이 과학적 근거를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처럼 정책·과학·문화 전쟁(culture war)이 교차하는 양상이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전문 용어·제도 해설*
*PrEP(Pre-Exposure Prophylaxis)은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전에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 감염 위험을 대폭 낮추는 방법이다. 국내에서도 트루바다가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다. 다만 보험급여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미국식 무상 보조 체계 변화는 한국 시장에도 간접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건강보험개혁법(ACA)은 2010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서명한 법으로, 보험사에 기본적 예방·검진 항목의 무상 제공 의무를 부과해왔다. 따라서 USPSTF 권고가 바뀌면 미국 내 보험사, 제약사, 소비자 모두가 실질적 영향을 받는다.
시장·기업 영향 분석
투자은행 BTIG는 “PrEP 매출이 길리어드 전체 매출의 약 24%를 차지한다”고 추산한다1. USPSTF 전원 교체 후 권고가 후퇴하면, 프리미엄 보험 시장에서 환자 본인부담금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처방량 감소로 이어져 영업이익 하락 압박을 가중시킬 수 있다. 다만 교체된 패널이 동일한 과학적 데이터를 재검토해 현행 권고를 유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프리미엄을 훼손해 주가에 부담이 되지만, 길리어드의 파이프라인 다각화 전략이 진행 중인 만큼 중장기 펀더멘털은 견조하다”고 평가한다. 길리어드는 항암제 트로델비(Trodelvy), 렘데시비르(Veklury) 후속 변종 치료제 등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며 위험을 분산하고 있다.
향후 일정과 관전 포인트
케네디 장관이 실제로 해임 조치를 공식화할 경우, HHS는 연방 관보(Federal Register)에 공지하고 공개 모집 절차를 통해 새 위원을 선임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최소 60일 이상 소요돼, 2025년 4분기 이전에는 새로운 권고 초안이 발표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USPSTF 인선 과정의 정치적 갈등, 대선 국면에서의 보건 정책 공약, 길리어드의 실적 가이던스 수정 여부 등을 핵심 체크 포인트로 꼽는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예방의료 정책은 인류 보건 증진의 초석이다. 그러나 정치적 개입이 잦아질수록 정책 일관성과 시장 예측 가능성이 훼손된다.”
※본 기사는 투자 자문이 아닌 일반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