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쇼움버그, 데이비드 밀리컨, 앤디 브루스 기자 보도. 런던 —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ank of England, BoE)이 목요일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표결은 예상보다 좁은 5대4 찬반으로 갈렸다. 영란은행은 향후 몇 달 내 물가가 크게 하락하는 흐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2026년 2월 5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영란은행은 기준금리(은행금리, Bank Rate)를 3.75%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통화정책위원회(Monetary Policy Committee, MPC)의 5명 찬성·4명 반대 표결 결과다.
이번 결정은 2월 회의 전 로이터가 실시한 경제학자 설문에서 거의 모든 예측과 일치하는 것이었으나, 설문 응답자들은 보다 분명한 7대2 표결을 예상했다. 표결 결과가 예상보다 좁게 나온 만큼 투자자들은 영란은행의 다음 금리 결정 시점을 앞당겨 예상할 가능성이 있다.
앤드루 베일리(Andrew Bailey) 총재는 이번 ‘동결’ 결정에 찬성한 다섯 명의 위원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물가가 4월부터 영란은행의 목표치인 2%로 떨어지는 전망이 지속 가능해 보인다면 자신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우리는 물가가 그곳에 머무르는 것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오늘 은행금리를 3.75%로 유지했다. 모든 것이 잘 된다면 올해 은행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베일리는 구체적인 다음 인하 시점을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표결이 예상보다 좁게 나온 점은 시장 수요에 따라 투자자들이 영란은행의 다음 행보에 대한 베팅을 앞당길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목요일 발표 전, 금리 선물 시장은 3월 인하 가능성을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었으며 4월 인하 가능성은 대략 60% 수준으로 반영되어 있었다.
영란은행은 주요 선진국 중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 수준을 보이는 영국의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 영란은행은 2025년에 네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했으며, 그중 12월의 0.25%포인트 인하도 5대4 표결로 가결된 바 있다.
정책위원들은 브렉시트,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 2022년 에너지 가격 급등 등으로 인해 경제가 여전히 영향을 극복하는 과정에 있다고 보며, 인플레이션에 부정적이거나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수준인 중립금리에 접근함에 있어 매우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은 목요일 후반 기준금리를 2%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는데, 이는 영란은행의 기준금리보다 거의 절반 수준이다.
영란은행은 이번에 물가가 4월경 약 2%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새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 11월 초 전망보다 훨씬 앞당겨지는 것이다. 재무장관 레이첼 리브스(Rachel Reeves)의 11월 말 예산안에 포함된 조치들이 이러한 물가 하락을 크게 돕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영란은행은 지적했다.
다만 중앙은행은 이 하락세가 단발적인 것인지 확인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영란은행의 내부 전망(스태프 포캐스트)은 물가가 목표치 아래인 1.7%까지 떨어진 뒤 다음 연도 2분기부터 3년 예측 기간 말까지 대체로 2% 부근에서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결정에 찬성표를 던진 다섯 명의 위원 중 세 명(수석 이코노미스트 휴 필(Huw Pill), 부총재 클레어 롬바델리(Clare Lombardelli), 외부 위원 메건 그린(Megan Greene))은 물가 압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물가가 지나치게 높은 수준에 고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더 길게 이어지는 정책 제약(period of policy restriction)”을 유지할 것을 선호했다.
베일리와 맨(Mann)은 추가 금리 인하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늘어나고 있으나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리 인하를 지지한 네 명의 위원(부총재 데이브 램스덴(Dave Ramsden), 부총재 사라 브리든(Sarah Breeden), 외부 위원 스와티 딩그라(Swati Dhingra), 앨런 테일러(Alan Taylor))은 경제가 약화됨에 따라 물가가 지나치게 낮아질 위험을 더 우려했다.
영란은행은 202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2%에서 0.9%로 하향 조정했으며 2027년과 2028년에는 회복세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업률의 정점(peak) 전망치는 기존 5.1%에서 5.3%로 상향 조정했다.
경제 둔화에도 불구하고 민간부문 정규 임금 상승률은 올해 완만히 둔화될 것으로 보이며 2026년 말까지 연율 3.3%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2025년 말에는 3.4%). 영란은행은 약 3.25%의 임금 상승률이 물가를 목표치로 유지하는 데 일관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목요일 결정과 함께 발표된 영란은행 조사회에 따르면 기업들은 올해 임금 협상 합의율을 3.4%로 예상했으며 이는 2025년의 4%에서 낮아진 수치다.
통화정책위원회(MPC)의 향후 전망
MPC는 12월 회의 이후 제시한 메시지와 대체로 유사한 수준에서 금리 전망에 대한 가이던스를 유지했다. 성명에서 “현 증거를 근거로 은행금리는 추가로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명시했다.
또한 “정책 완화(또는 추가 인하)에 관한 판단은 더 촘촘한(closer) 결정이 될 것”이며 추가 완화의 규모와 시점은 물가전망의 전개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베일리 총재와 MPC 위원들은 그리니치 표준시(GMT)로 12시 30분에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수요일과 목요일에 걸쳐 영국 국채 금리(길트 금리)가 상승한 배경 등에 대해 질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총리가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과의 연관성을 알고 있었던 피터 맨델슨(Peter Mandelson)을 미국 대사로 임명한 결정의 여파를 견딜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러한 정치적 불확실성은 채권시장과 통화시장에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
용어 설명
통상적으로 독자들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 일부 용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덧붙인다. 은행금리(Bank Rate)는 중앙은행이 상업은행에 적용하는 기준 금리를 의미하며, 통상 가계와 기업 대출, 예금의 금리 전반에 영향을 준다. 통화정책위원회(MPC)는 영란은행 내부의 의사결정 기구로 금리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위원들로 구성된다. 금리 선물(rate futures)은 시장 참여자들이 미래 특정 시점의 기준금리에 대해 베팅하는 파생상품으로, 시장의 예상(확률)을 반영한다.
시장 및 경제에 대한 시사점 분석
이번 5대4 박빙 표결은 정책 당국 내부에서도 향후 정책 경로에 대한 의견 차이가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단기적으로는 영란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특히 4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강화될 수 있으며, 이는 채권 수익률과 파운드화에 즉각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질 경우 장기 국채(길트) 금리는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예: 정부 인사 논란)이 커지면 오히려 안전자산 선호로 길트 금리가 반등하는 복합적 움직임도 발생할 수 있다.
중기적으로는 영란은행의 성장률(2026년 0.9%)과 실업률 상승(정점 5.3%) 전망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은 완화로 전환하더라도 매우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임금 상승률이 3.25% 정도로 안정된다면 물가를 목표 수준으로 유도하면서도 지나친 경기 둔화를 피하는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실무적으로는 기업의 임금 협상 기대치(조사: 3.4%)와 민간부문 정규 임금의 서서한 둔화(2026년 말 3.3%)가 연쇄적으로 소비자물가와 소비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영란은행의 다음 회의 및 분기별 인플레이션·성장 전망문서(실제 물가 데이터와 급격한 변동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전문가 관점에서 보면 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는 기업과 가계 모두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의 자금 운용과 예비비 확보가 중요하다. 특히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낮은 가계나 기업은 금리 변동에 더 민감하므로 재무구조 점검이 권고된다.
요약하면, 영란은행은 2026년 2월 5일 기준금리를 3.75%로 동결했으나 표결은 5대4로 narrowly 찬성되었고, 물가가 4월에 2% 수준으로 하락하는 전망이 지속 가능하다면 추가 인하 여지가 있다고 신호를 보냈다. 경제 성장 전망은 하향 조정되고 실업률 전망은 상향되었으나 임금 상승률은 완만히 둔화될 것으로 예상돼 정책 완화의 속도는 신중하게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