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은행 통화정책 전망] 영란은행(BoE)이 올해 첫 금리 인하에 착수했지만, 2025년 인하 속도는 시장 기대만큼 공격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2025년 8월 10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영란은행은 상반기 기준금리를 4.75%로 낮춘 후 추가 완화 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물가 고착화와 재정 불확실성 탓에 ‘점진적‧신중한 접근’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시장조사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근원 물가상승률과 임금 상승률이 여전히 과도하게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영란은행이 2025년에도 매 분기마다 인하하기보다는 “데이터를 확인한 뒤 간헐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1. 엇갈리는 경제 신호
영국 경제는 공식적으로 경기침체(recession)를 피했지만 성장세가 매우 미약하다. 최근 지표를 보면 서비스업과 제조업 PMI가 모두 50 언저리를 맴돌며 확장·수축 경계선에서 등락하고, 실업률은 완만하게 상승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부문 물가는 6%대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으며, 평균 임금 상승률도 5% 후반을 기록해 ‘임금-물가 악순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성장이 둔화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기대가 완전히 꺾였다는 확신이 없다. 중앙은행으로서는 성급한 완화가 오히려 긴축을 재가동하게 만들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 캐피털이코노믹스 보고서
이 같은 환경에서 채권시장이 반영하는 최종 정책금리 경로는 완만하다. 금리선물 가격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금리는 4% 안팎에 형성돼 있으며, 이는 연내 약 75bp(0.75%p) 추가 인하를 시사한다.
2. 재정 정책이 남긴 숙제
7월 총선 이후 출범한 신정부는 복지지출 확대와 인프라 투자, 그리고 재정적자 축소라는 상충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영국 국채(일명 길트·Gilt) 금리는 지난 12개월간 3.9%에서 4.4% 사이를 오르내리며 변동성을 키웠다.
길트(Gilt)란? 영국 정부가 발행하는 파운드화 표시 국채로, 통화 신용도가 높아 글로벌 안전자산 중 하나로 취급된다. 그러나 재정적자 확대 우려가 커질 경우 채권가격이 떨어져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재정 기강 약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파운드화가 약세로 전환하고 장기금리가 상승해, 영란은행이 예상보다 매파적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경고한다.
3. 2025년 금리 경로 전망
캐피털이코노믹스는 2025년 말 기준금리를 3.90% 수준으로 예측한다. 이는 올해 4.75%에서 총 85bp 인하되는 셈이지만, ‘한 방향 직선’이 아닌 ‘중단–재개’ 패턴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확실한 물가 안정 신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금리 인하가 자주 멈칫거릴 수 있다. 반대로, 급격한 경기 둔화가 확인되면 인하 속도가 빨라질 여지도 있다.” – 캐피털이코노믹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 혹은 2020년 팬데믹 당시처럼 ‘제로 또는 초저금리 시대’가 단기간 내 재현되긴 어렵다는 의미다.
4. 투자자·차입자 영향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안고 있는 가계는 2024년부터 점진적 이자 부담 완화를 체감하겠지만, 2025년에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진 않을 전망이다. 반면 장기 채권 투자자들은 완만한 금리 하락으로 채권가격 상승 기회를 노릴 수 있다.
기업 대출 측면에서는 대형·우량 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더디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은행들이 경기 둔화 위험을 프라이싱(가격 반영)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5. 정책적 시사점
전문가들은 ‘신중한 통화 완화’ 기조가 정부의 재정운용 및 구조개혁 속도와 맞물려 있다는 데 입을 모은다. 재정건전성 관리가 뒷받침될 경우 영란은행은 좀 더 과감한 인하를 시도할 여지가 있지만, 반대로 지출 확대와 차입 증가가 동반될 경우 긴축적 스탠스로 선회할 리스크가 존재한다.
궁극적으로, 영란은행은 ‘취약한 경기 부양’과 ‘물가 재상승 방지’라는 두 가지 목표를 질서 있게 조율해야 한다. 당분간 투자자와 차입자는 ‘저금리 복귀 지연’을 감안한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