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소재 영란은행(Bank of England) 총재 앤드류 베일리(Andrew Bailey)는 2026년 4월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영란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지나치게 선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중앙은행이 이란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가중시키지 않도록 성장과 고용 리스크를 명확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6년 4월 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베일리는 중앙은행의 다음 금리 결정을 내릴 때 물가(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성장과 고용에 대한 위험을 분명히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동(이란) 전쟁이 에너지 가격을 급등시켜 인플레이션을 자극함과 동시에 세계 경제 전반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 대응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통화정책을 행동에 옮겨야 할 것”이라며 베일리는 이어서 “하지만 오늘도 여전히 내가 느끼는 것은 시장이 우리보다 앞서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베일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또한 중앙은행이 앞서 경고한 민간 신용 및 채권시장 취약성에 대해 이란 전쟁이 레버리지가 높은 금융시장에 미치는 위험을 부각시켰다. 영란은행은 같은 날 민간 신용시장과 채권시장의 취약성(fragility)을 경고한 바 있다.
시장 예측과 실제 통화정책 간 괴리
금융시장에서는 올해 영란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두 차례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네 차례까지 반영된 바 있다. 반면 로이터가 조사한 다수의 이코노미스트들은 금리가 당분간 동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일리는 “시장이 여전히 우리에게 금리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그 판단은 시장이 할 몫이지만, 나는 그들이 앞서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 직후 영국 국채 가격은 잠시 상승했고, 미국계 은행 J.P.모건은 기존의 4~7월 전망에서 수정해 지금은 4월 대신 6월에야 영란은행이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을 바꿨다. J.P.모건의 영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앨런 몽크스(Allan Monks)는 고객 대상 노트에서 베일리의 발언은 4월에는 다수의 금리 인상 찬성이 나오기엔 이르다는 시사라고 평가했다.
한편 영란은행의 통화정책결정기구인 금융정책위원회(Monetary Policy Committee, MPC)는 지난달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3.75%로 동결했다. 베일리는 과거 MPC 회의에서 종종 ‘스윙 보터'(결정적 표를 던지는 인물) 역할을 해왔음을 해당 인터뷰에서도 확인시켰다. MPC의 다음 금리 결정은 2026년 4월 30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예방적(precautionary) 금리 인상에 대한 견해
일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막기 위해 선제적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논의해 왔지만 베일리는 “예방적 금리 인상”이 반드시 자신이 보기에 중기 물가목표(영란은행의 경우 중기 인플레이션 2%)를 달성하기 위한 맡겨진(remit) 방식과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MPC 내에서 관련 논의는 이어질 것이며, 그 판단은 영란은행의 위임(remit) 구성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베일리는 2011년 물가 상승률이 급등했을 때 당시 총재 멀빈 킹(Mervyn King)이 했던 발언을 인용하며, 중앙은행의 책무는 경제활동과 고용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위임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가격 결정력(프라이싱 파워) 부재
베일리는 이란 전쟁 발발 이전만 해도 영국의 인플레이션은 2% 목표로 되돌아갈 조짐이었고, 영란은행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 전쟁으로 상황은 크게 바뀌었으며 베일리는 이를 “매우 답답한(intensely frustrating) 변화”라고 표현했다.
영국 경제는 전력 및 난방에 천연가스를 많이 의존하고 있어,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효과에 특히 취약하다고 베일리는 지적했다. 영란은행은 지난달 2026년 3분기 인플레이션을 3.5%로 예상했으며, 이는 목표(2%)보다 거의 두 배에 해당하지만 2022년 10월 최고치 11.1%보다는 훨씬 낮은 수치다.
또한 베일리는 지난달 가계의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급등한 점을 매우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이러한 기대치가 종종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의 움직임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들로부터 받은 메시지가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능력(프라이싱 파워)이 제한적이다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일관되게 나에게 자신들이 가격결정력의 부재 속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베일리는 에너지 비용 상승의 일부가 기업을 통해 가격으로 전가될 가능성은 있지만, 전반적 배경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때와 달리 경제가 약화되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노동시장은 약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활동 수준은 잠재치보다 다소 낮아 산출갭(output gap)이 열리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 분석과 향후 영향 전망
시장과 기관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베일리의 발언은 단기적으로 금리 인상 기대를 낮추는 효과를 냈다. J.P.모건의 전망 변경(6월 인상 예상)은 즉각적인 시장 재평가를 반영한 것인데, 이는 단기 금리 선물과 정부채 가격에 영향을 미치며 채권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다만 시장의 기대치가 완전히 후퇴하지 않는다면, 향후 불확실성 확대 시점에는 재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정책적 관점에서 보면 영란은행이 실제로 금리를 올릴 경우, 단기적으로는 차입비용 상승을 통해 가계(주택담보대출 이자 등)와 기업의 금융비용이 증가해 소비와 투자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하를 검토할 경우에는 단기적으로 완화적 효과로 소비와 투자를 지지할 수 있으나,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면 중장기적으로 물가 기대치가 후퇴하지 않을 위험이 있다.
금융시장 취약성과 관련해서는, 민간 신용시장 및 채권시장 취약성의 확대는 레버리지 거래와 연계된 신용경색을 유발할 수 있어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영란은행의 향후 조치는 물가와 함께 금융안정 리스크를 균형 있게 고려하는 방식으로 행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베일리가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용어 설명
금융정책위원회(MPC): 영란은행 내부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로, 기준금리(은행간 금리)와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위원들은 물가안정(2% 목표)과 경제활동을 고려해 표결한다.
시장 ‘선(先)가격 반영(pricing in)’: 채권선물·금리선물·옵션 등 파생상품과 현물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미래의 금리 인상·인하 가능성을 미리 거래가격에 반영하는 현상이다. 시장이 중앙은행의 실제 행보보다 앞서 반응하면, 중앙은행은 정책 신뢰성과 경기·고용 측면에서 균형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민간 신용시장(프라이빗 크레딧) 취약성: 전통적 은행 시스템 외의 투자자들이 제공하는 기업대출·구조화 금융 등에서 유동성 부족, 레버리지 과도화 등으로 신용경색이 발생할 위험을 의미한다.
결론
영란은행 총재 베일리의 발언은 단기적으로 시장의 금리 인상 기대를 진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으나, 에너지 가격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물가와 금융안정에 대한 리스크로 남아 있다. MPC의 다음 결정(2026년 4월 30일)에서 위원들이 어떤 논거를 우선시하느냐에 따라 영국 금리 경로와 자산시장 변동성은 다시 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베일리 발언이 통화정책의 ‘신중함’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면서도, 에너지 충격의 파급력과 가계·기업의 약화된 가격결정력이라는 구조적 요소를 주시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