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은행, 이번 주 금리동결 유력… 금리인하 사이클 속도 조절 전망

런던영란은행(Bank of England, BoE)이 이번 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지난해 시작한 완화 국면에서 처음으로 금리인하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물가와 임금 지표가 예상보다 부드러웠다는 최근 데이터를 근거로 일부 애널리스트는 소폭(사분의 1포인트) 추가 인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2025년 11월 3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BoE는 목요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는 시장이 가정해 온 ‘분기별 1회 인하’의 규칙성을 잠시 중단하거나 늦추는 신호로 해석된다.

BoE는 8월사분의 1포인트(0.25%p)를 인하해 기준금리를 4%로 낮췄는데, 이 결정은 통화정책위원회(MPC)의 두 차례 표결 끝에 5대 4로 간신히 통과됐다. 이처럼 박빙의 구도는 정책방향을 둘러싼 내부 이견이 여전히 상당함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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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9월2024년 8월 이후 석 달에 한 번씩” 이뤄진 금리인하의 속도가 앞으로는 “더 불확실”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향후 의사결정이 데이터 의존적(data-dependent) 성격을 강화하고, 정해진 속도보다는 여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졌다.

영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CPI)3.8%로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다. 이는 주로 한시적 요인, 예컨대 4월 고용주 사회보장 분담금 인상 등의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다만 9월 물가가 BoE의 예상치였던 4%까지 오르지 않았고, 임금상승세가 추가로 둔화되며 실업률이 상승한 점이 확인되자, 시장에서는 이번 목요일 인하 베팅이 되살아났다.

시장 프라이싱을 보면, 지난 금요일 기준으로 11월 6일 사분의 1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3분의 1로 반영됐고, 연말까지는 그 확률이 3분의 2 수준으로 높아졌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전망을 바꿔 11월 인하를 예측했다. 그럼에도 로이터가 실시한 이코노미스트 설문에서는 근소한 다수가 BoE가 2026년 이전에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목표치에 근접한 물가를 배경으로 지난주 금리를 동결했으며, 완화 사이클의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속에서 분열된 위원회사분의 1포인트 인하를 단행, 정책금리 범위를 3.75~4%로 조정했다.

주목

ING의 이코노미스트 제임스 스미스는 BoE 내부 표결이 다시 5대 4로 갈릴 것으로 봤지만, 이번에는 동결 쪽이 근소하게 우세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12월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해 “절반의 확률”로 평가하며, 11월 26일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의 예산안이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미스는 9월 회의 이후 나온 부드러운 지표에도 불구하고 MPC 내 이견이 쉽게 해소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름 동안 더 신중한 기조로 돌아선 만큼, 지난 한 달간의 시장 가격만큼 MPC 구성원들의 생각이 크게 바뀌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 제임스 스미스(ING)


MPC, 인플레이션 압력 평가를 둘러싼 분열

휴 필 수석이코노미스트와 외부위원 캐서린 만 등 일부 위원은, 불과 3년이 채 지나지 않아 물가가 두 자릿수에서 다시 4% 근처로 반등한 점에 주목하며, 이는 BoE가 물가목표 2%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가계·기업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다른 위원들은 고용 둔화와 임금 상승세 약화를 들어, 노동자들이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할 여력이 약해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베일리 총재는 지난달 발표된 최신 임금 데이터가 노동시장의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는 자신의 견해와 부합한다고 밝혔다. 노무라의 이코노미스트 조지 버클리는 “MPC의 결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주 표결이 5대 4로 금리 인하 쪽으로 기울 것으로 예상했다.

“MPC에 쉬운 선택지는 없다.” — 조지 버클리(노무라)

버클리는 베일리 총재세라 브리든·데이브 램스던 부총재가, 외부위원 스와티 딘그라앨런 테일러와 함께 인하 표를 던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앞서 언급한 스미스의 ‘동결 근소 우위’ 전망과 상반된다.


베냉키 권고안 이행 가속… 커뮤니케이션 방식 전면 손질

BoE는 이번 주 벤 버냉키 전 미 연준 의장이 지난해 제시한 권고안에 따라, 의사결정 설명 방식의 개편을 한층 진전시킬 계획이다. 처음으로MPC 위원들이 자신의 개별 정책 견해를 직접 밝히게 되며, 중앙 시나리오와 다른 대체 경제 시나리오다양한 금리 경로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아울러 MPC는 그간 시장 기대를 가이드하는 데 활용되어 온 물가 전망치의 미세조정에 투입하는 시간을 줄일 예정이다. 이는 정량 모델의 과잉정교화를 지양하고, 불확실성 범위와 경로를 보다 투명하게 제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BoE는 8월 전망에서 물가상승률이 2% 목표에 복귀하는 시점을 2027년 2분기로 제시했으며,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연 1.25% 수준으로 완만하게 그려놨다.


용어 설명과 맥락

사분의 1포인트(quarter-point)는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조정하는 것을 뜻한다. 통화정책위원회(MPC)는 BoE의 금리 등 주요 정책을 표결로 결정하는 기구이며, 두 차례 표결초기 표결에서 과반이 나오지 않을 때 추가 절차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고용주 사회보장 분담금은 기업이 종업원을 위해 납부하는 사회보장 관련 부담으로, 인상 시 기업 비용을 높여 가격 전가물가상승 압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분석: ‘동결’과 ‘소폭 인하’ 사이의 미세한 균형

이번 회의의 핵심은 물가 재가속에 대한 경계경기·고용 둔화 신호 사이에서의 균형이다. 동결 시에는 인플레이션 기대를 보다 단단히 고정하려는 의지가 강조되고, 소폭 인하 시에는 실물경제와 노동시장의 부담을 덜어 연착륙 가능성을 높이려는 선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최근 물가가 예상보다 낮게 나왔고 임금상승세가 둔화된 만큼, 표결은 박빙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의사소통 개편은 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대안 시나리오를 병기함으로써 불확실성의 폭을 솔직하게 제시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는 시장이 경로 중심으로 정책을 이해하고, 단기 수치 변동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가이던스 의존’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향후 체크포인트

목요일 통화정책회의 결과, 11월 6일로 반영된 시장 인하 확률의 변동, 그리고 11월 26일 레이철 리브스 예산안은 연말까지의 정책경로를 가늠할 핵심 변수다. 내부적으로는 임금·고용, 외부적으로는 해외 중앙은행 정책글로벌 수요의 흐름이 MPC 판단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결국 BoE는 신뢰 회복성장 방어 사이에서 미세 조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