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영란은행(BoE) 총재인 앤드루 베일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제롬(제이) 파월을 두고 “최고 수준의 청렴성을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통화정책 운용 능력을 강도 높게 비판한 뒤 나온 공개 발언이다.
2025년 8월 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베일리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이 파월은 나의 친구이며, 우리는 매우 긴밀히 협력해 왔다”며 “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청렴성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베일리 총재는 이날 영란은행이 기준금리를 4.25%에서 4.00%로 0.25%포인트 인하한 직후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의장에 대한 잇단 공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논평할 생각은 없다”면서 “다만 내가 아주 잘 알고 크게 존경하는 사람에 대해 말씀드릴 뿐”이라고 덧붙였다.
■ 배경 설명: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더 빠르게 인하하지 않는다며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고 비판해 왔다. 이처럼 행정부가 중앙은행 결정에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사례는 ‘중앙은행의 독립성’ 논쟁을 촉발한다. 중앙은행 독립성이란 정부나 정치권의 단기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물가안정·금융안정을 위해 자율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영란은행과 연방준비제도는 모두 인플레이션 목표제를 수행하면서 경제지표에 따라 정책금리를 조정한다. 따라서 정치권이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자극해 시장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통화기금(IMF) 등 다수 국제기구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해 왔다.
■ 전문가 시각과 추가 해설
“금리 정책에 있어 청렴성과 전문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파월 의장을 향한 정치적 비판이 거세질수록, 글로벌 투자자들은 오히려 중앙은행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 영국 옥스퍼드대 블라바치크 교수*1
시장 참여자들은 베일리 총재의 이번 발언을 “동료 중앙은행장에 대한 공식적 지지”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비난에도 불구하고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 간 협력 기조가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베일리 총재가 영란은행의 금리 인하 직후 이러한 메시지를 낸 것은 △영란은행 역시 고물가·저성장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응하고 있으며 △동시에 중앙은행 간 정책 공조의 중요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용어 풀이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 Fed): 미국의 중앙은행 체계로, 통화·신용을 조절해 물가안정과 고용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의장(Chair)은 미국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받아 4년 임기를 수행한다.
기준금리: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적용하는 정책금리로, 이를 인상(나 인하)하면 시중 대출·예금 금리가 연동돼 경제 전반의 통화 유동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스태그플레이션: 경기가 침체(스태그네이션) 상태임에도 물가가 상승(인플레이션)하는 현상. 정책 대응이 어려워 중앙은행에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불린다.
■ 기자의 분석
베일리 총재의 발언은 겉으로는 개인적 평가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국제 중앙은행 커뮤니티’가 정치적 압력에 공동 대응할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장 간 교류가 빈번해진 만큼, 특정 국가의 정치적 리스크가 다른 국가 통화정책에 미칠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호 신뢰를 재확인하는 모습이다.
향후 미국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앙은행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경우, Fed가 시장 신뢰를 유지하려면 ‘정책 투명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대로 정치권이 공격 수위를 낮추지 않는다면, 달러화 변동성이 확대되고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베일리 총재의 “최고 수준의 청렴성” 발언은 단순한 동료 칭찬을 넘어, 시장이 요구하는 ‘안정적·예측 가능성 있는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메시지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