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은행 롬바르델리 부총재, “물가 충격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경고

[런던/헬싱키 발] 영란은행(Bank of England, BoE)의 클레어 롬바르델리(Clare Lombardelli) 부총재가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충격을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단기적 물가 급등이 구조적 변화의 신호일 수 있다”고 강조하며, 통화정책 수립 시 장기적 물가 상방 압력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5년 9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롬바르델리 부총재는 핀란드 중앙은행(수오멘 판키·Bank of Finland)이 헬싱키에서 주최한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단기적인 물가 상승을 금리 조정으로 대응하기에는 시차(時差)가 길다는 이유로, 중앙은행들이 이를 ‘일시적 조정’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경험은 이러한 관행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롬바르델리 부총재는 “식료품과 같은 기초 소비재 가격이 단기간에 올랐을 때, 중·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눈에 띄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을 관찰했다”며, 일부 가격 상승은 “연속적인 상향 충격의 한 부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주목

많은 국가에서 많은 원자재, 특히 식료품 가격은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만약 그것이 일회성 기상 재해 때문이라면 사태가 곧 진정될 수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 같은 구조적 요인이 배경이라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 클레어 롬바르델리 부총재

그는 이어 “설사 충격 자체는 일시적일지라도, 그 여파가 훨씬 더 오래갈 수 있다”며, 단기와 장기 충격을 구별하고 시나리오별 정책 대응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통화정책 방향: 기준금리 4% ‘중립’ 근처

롬바르델리 부총재는 올 8월 진행된 영란은행 기준금리 인하 의결에서 반대표를 행사한 바 있다. 그는 현재 4% 수준의 기준금리가 ‘중립금리(neutral rate)’에 근접해 추가 인하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중립금리: 경제가 과열·침체 없이 잠재 성장률을 달성하도록 만드는 장기 균형 금리 수준

한편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회(MPC) 내부에서도 팬데믹 이후 영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노동 공급 감소와 임금 상승 압력이 고착화될 경우, 장기 인플레이션 경로가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 용어 설명과 배경

‘인플레이션 기대(Inflation Expectations)’란 가계·기업이 향후 물가 상승률을 얼마나 예상하는지를 뜻한다. 이 기대가 높아지면, 임금 및 가격 결정 과정에서 실제 물가도 상승하는 ‘자기충족적 예언’이 발생하기 쉽다.

주목

‘구조적 요인(Structural Factors)’은 경기순환과 달리 장기간 지속되며 경제 체질을 변화시키는 요인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기후변화, 인구 고령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이 있다.


■ 기자 분석 — 향후 시장 파급 효과

본지 취재진은 롬바르델리 부총재의 발언이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첫째, 식료품·에너지 등 필수재 가격 상승이 잦아지는 ‘뉴노멀’이 현실화될 경우, 중앙은행이 과거보다 신속하고 단호한 긴축 정책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 둘째, 중립금리 상향이 공식화되면 채권시장의 장단기 금리 구조가 재조정되며, 주식·부동산 등 위험자산 밸류에이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영국 파운드화금리 인하 기대 약화와 함께 강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실물경제 측면에서는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고, 기업 투자의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여 성장 모멘텀이 둔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롬바르델리 부총재의 메시지는 “단기 충격이 반복되면 그것은 곧 구조적 추세”라는 경고다.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이라는 본연의 책무를 위해, 충격의 성격을 면밀히 진단하고 적시에 대응할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