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CMA, 보잉의 47억 달러 규모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즈 재인수 최종 승인

영국 경쟁·시장청(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 CMA)보잉(Boeing)스피릿 에어로시스템즈(Spirit AeroSystems) 인수를 조건 없이 승인했다. 이로써 다국적 항공우주 공급망을 뒤흔들 수 있었던 규제 변수는 사실상 해소됐으며, 시장은 보잉의 정상화 시계가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5년 8월 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CMA는 이번 거래가 영국 항공우주 산업의 경쟁 구도를 저해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Phase 2’로 불리는 심층 조사 단계로 넘어가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당국은 “현존하는 데이터와 시장 구조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독점적 지위 강화나 소비자 피해 우려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2018년 737 MAX 기종 사고 — 2023년 787 드림라이너 제작 결함 — 2024년 알래스카항공 사고로 이어진 보잉의 연쇄 위기 이후

“재무 안정성을 되찾기 위한 중대한 분수령”

으로 평가된다. 보잉 관계자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으나, 스피릿 측 대변인은 “거래가 2024년 4분기 내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 개요와 금액

보잉은 2024년 10월, 전체 주식 교환 방식으로 47억 달러(약 6조 2,000억 원)에 스피릿을 다시 품기로 했다. 스피릿은 2005년 보잉으로부터 분사돼 세계 최대 독립 항공기 구조물 전문 업체로 성장해 왔다. 이번 합병으로 보잉은 기체 동체와 날개 등의 핵심 부품 생산·품질 관리 라인을 직접 통제할 수 있게 됐다.

CMA의 ‘Phase 2’란 무엇인가?

Phase 2는 대형 M&A가 시장 경쟁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CMA 전문위원회가 24주 이상 심층 분석하는 절차다. 조사에 돌입하면 광범위한 서류 제출 공청회 경쟁 저해 요인 제거 시정안 협상 등 추가 단계가 뒤따른다. 즉, 이번 결정을 통해 보잉은 수개월의 불확실성과 막대한 법무·자문 비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연쇄 위기로 얼어붙은 투자심리 회복 기대

737 MAX 참사(2018·2019)로 발생한 손실액은 민·형사 배상, 생산 중단 비용 등을 합쳐 2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고조되는 금리 환경이 중첩되며 보잉의 순차입금은 2024년 말 기준 520억 달러로 불어났다.

시장에서는 “품질 리스크를 내재화해 생산 전 과정을 재점검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피릿이 다시 보잉 산하로 복귀하면, 동체 결함·리벳 불량 등 반복적 원청-하청 책임 공방이 사라질 것”

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규제 현황 및 벨파스트 공장 문제

보잉은 2024년 7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공장을 포함한 스피릿 일부 설비를 유럽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Airbus)로부터 인수하기로 별도 합의했다. 같은 달 에어버스는 A350·A220 프로그램과 연결된 미국·스코틀랜드·모로코 시설을 가져가는 반대급부를 확정했다. 이와 같이 자산 맞교환 형식의 복잡한 구조는 양사 모두가 핵심 역량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도 사전심사를 진행 중이다. FTC는 10월 중, EC는 11월 중 예비 결론을 각각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경제적 파급 효과

첫째, 보잉이 직접 품질 관리 체계를 복원함으로써 납기 지연·재작업 비용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둘째, 영국 벨파스트 공장 고용(직·간접 4,000여 명) 유지가 가시화돼 지역경제 안정에 기여할 전망이다. 셋째, 글로벌 항공기 수요가 코로나19 이후 정상화 국면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원가 구조 개선은 보잉의 가격 경쟁력 회복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부채 상환 일정, 노사 관계, 미국 의회·규제기관의 추가 요구사항”을 중장기 리스크로 지적한다. 실제로 보잉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매년 100억 달러 안팎의 채무 만기가 도래한다.


용어 설명

CMA(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는 영국 내 독점·담합·불공정 거래를 감독하는 독립 규제기관이다. Phase 1은 최대 40영업일 동안 시장 영향도를 예비 검토하며, 경쟁 저해 가능성이 충분치 않다고 보면 Phase 2로 넘어가지 않고 거래를 승인한다.

Aerostructure항공기 동체·날개·안전구조물 등 기체 구조물을 통칭하는 산업 전문 용어다. 제조 난도가 높고 품질 안전성이 직결되기 때문에 공급망 안정화 여부가 항공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


전문가 시각

항공우주·방위 섹터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CMA 승인으로 보잉의 체질 개선 시나리오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공급망 단절과 기술 인력 유출을 동시에 해결하지 못하면 품질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

고 경고한다.

결론적으로 보잉-스피릿 합병은 제조 주권 확보·원가 절감·산업 생태계 안정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노리는 포석이다. 영국 CMA의 ‘청신호’로 첫 관문을 통과한 만큼, 남은 미국·EU 승인 절차 결과가 향후 주가와 신용등급, 그리고 글로벌 항공기 생산 캘린더에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