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글로벌 금융시장이 영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시장 예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이 확인될 경우, 올해 안에 다시 한 번 영란은행(BoE)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는 사실상 사라질 전망이다.
2025년 10월 22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영국 9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4% 상승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는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며, BoE 목표치(2%)의 두 배에 해당한다.
현재 선물·파생상품 시장에서는 11월 통화정책회의에서 25bp(0.25%포인트) 인하가 단행될 확률을 약 15%로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발표치가 예상을 웃돌면
“인하 베팅은 단숨에 증발할 것”
이라는 게 시티, 바클레이스 등 주요 투자은행의 공통된 진단이다.

시장 참가자들이 더 주목하는 대목은 ‘연말 이후’다. BoE 내부에서는 고용시장 둔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강경파와 고물가 압력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 그리고 점진적 인하를 선호하는 다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번 CPI 결과가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가 관건이다.
영국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물가는 이미 임계치에 근접했다. 물가 상승세가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압박해 차입 비용은 높아진 반면 소비 여력은 줄었다. 이는 재무장관 레이철 리브스가 직면한 난제와도 직결된다.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은 11월 26일 예산안에서 세수 확대와 지출 삭감을 병행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재정적자를 통제하면서도 “생활비 부담을 완화하고 성장 모멘텀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하지만, 이미 상승한 국채 금리로 인해 정책 여력은 제한적이다.
한편 전날 뉴욕장 마감 무렵 금 가격이 트리거 없이 급락하며 안전자산 랠리가 일시 제동이 걸렸다. 아시아 증시도 동반 약세를 보였으나, 일본 닛케이는 이날 초반 낙폭을 만회하고 반등에 성공했다. 이는 새 총리 – 사나에 다카이치 – 가 13.9조 엔(약 921억 달러)을 넘어설 경기부양책을 추진한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유입된 영향이다.
글로벌 자금은 다시 일본 주식·채권으로 이동 중이다. “신(新) 리플레이션 정부의 약속”과 비교적 낮은 밸류에이션이 매력을 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리플레이션(reflation)은 디플레이션(가격 하락) 위험을 벗어나기 위해 정부와 중앙은행이
적극적인 재정·통화 정책으로 적정 물가 수준을 회복하려는 전략을 뜻한다. 통화량 확대, 재정 지출 확대 등이 대표적 수단이다.
이날 투자자들이 주시할 주요 이벤트는 다음과 같다.
ㆍ영국 9월 소비자물가 발표
ㆍ바클레이스·테슬라 실적 발표
시장에선 영란은행의 ‘최종금리 경로’뿐 아니라, 미국 대형 기술주의 실적과 유럽 금융주의 신용 스프레드도 맞물려 단기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투자 포인트(Opinion) : CPI가 4%를 상회하면 파운드화 강세·채권 약세가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3%대 중후반에 그칠 경우 단기적으로 국채 금리가 내려가고, 고배당·내수 방어주에 순환매가 들어올 수 있다는 견해도 제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