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채(길트) 금리가 전 구간에 걸쳐 급락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 3.8%로 유지되면서, 시장은 영란은행(BoE)이 올해 말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실었다.
2025년 10월 22일, 로이터 통신(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예상을 밑돈 물가 지표 발표 직후 2년물 길트 금리는 최대 11bp(0.11%포인트) 하락해 3.739%까지 떨어졌다. 이는 2024년 8월 23일 이후 최저치다.
5년 만기 금리도 3.831%로 내려가며 2024년 10월 1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10년물은 4.370%로 10개월 만의 저점에 도달했다. 초장기물인 30년물 금리는 10bp 가까이 밀리며 5.168%까지 후퇴했다.
이번 ‘안도 랠리’의 배경은 시장 컨센서스(4.0%)를 하회한 물가 흐름이다. 근원물가(식품·에너지 제외)와 서비스물가도 이전 달과 동일한 증가율을 유지해, 영란은행이 주시하는 ‘기저 인플레이션’ 압력이 진정되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금리선물 시장에선 영란은행이 12월 통화정책회의에서 현행 4.00% Bank Rate를 3.75%로 25bp 인하할 확률을 78%로 반영했다. 지표 발표 직전 46%였던 확률이 단숨에 30%포인트 넘게 점프한 셈이다. 또한 2026년 2월 회의까지는 최소 한 차례 인하가 완전히 가격에 반영돼, 당초보다 한 달가량 일정이 앞당겨졌다.
BNP파리바는 고객 메모에서 “노동수요 냉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오는 가을 예산안에서 재정 긴축이 더해질 경우 물가 하락 속도가 가팔라질 수 있다”면서 “11월 회의에서의 깜짝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진단했다.
실제 파생시장에서는 11월 25bp 인하 가능성을 40%로 평가했다. 내년 말(2026년 12월)까지 누적 65bp 인하가 반영돼 있는데, 이는 지표 발표 전 57bp였던 기대치를 8bp가량 추가 확대한 것이다.
■ 용어 풀이
• 길트(Gilt): 영국 정부가 발행하는 파운드화 표시 국채를 뜻한다. ‘금박을 입힌(gilt-edged)’ 안전자산이라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 베이시스 포인트(bp): 금리 변동 폭을 나타내는 단위로, 1bp는 0.01%포인트다. 예컨대 10bp 하락은 금리가 0.10%포인트 내려가는 것을 의미한다.
• Bank Rate: 영란은행이 시중은행에 적용하는 기준금리로, 한국의 기준금리에 해당한다.
시장 반응과 전망
지난 2024년 10월, 새 재무장관 레이철 리브스가 장기투자를 위한 대규모 차입 계획을 발표했을 때 단기금리는 급등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물가 발표 이후 같은 만기 금리는 정책 전환 가능성을 반영하며 당시 수준 아래로 내려앉았다. 투자은행들은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이 확실시되는 단계”라며, 향후 추가 금리 인하 베팅이 확대될 경우 파운드화 약세와 증시 강세가 동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서비스 비용과 임금지표가 여전히 높다며 “영란은행이 성급히 완화적 스탠스로 돌아설 경우, 물가가 2% 목표에 안착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국제 유가 변동이 재차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과, 미국 연준의 높은 금리 기조가 글로벌 채권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도 변수로 지목된다.
■ 실무적 체크포인트
• 12월 MPC(통화정책위원회) 전까지 발표될 10월·11월 고용·임금 데이터가 핵심 변수다.
• 11월 예정된 가을 예산안(Autumn Budget)에서 재정지출 축소 폭이 예상보다 크면, 통화·재정 동시 긴축이 물가 하향 압력을 가중할 수 있다.
• 파운드/달러 환율 및 옵션 스큐(skew) 변화를 통한 투자심리 점검이 필요하다.
이번 영국 물가 발표는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이미 확산 중인 ‘인플레이션 피크 이후 금리 하락’ 내러티브를 재확인시켰다. 중장기적으로 영국 정부의 차입 비용 절감과 가계 모기지 부담 완화가 기대되지만, 동시에 성장 둔화 리스크도 확대될 수 있어 면밀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