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8월 소비자물가 3.8% 유지…금리 인하 기대 약화

영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월과 동일한 3.8%를 기록하며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이어 갔다. 이로 인해 영란은행(BoE)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한층 낮아졌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2025년 9월 1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영국 통계청(ONS)은 8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2.9%)과 유로존(2.1%) 대비 크게 높은 수준이자, 국제적으로도 ‘단연 두드러지는 물가 압력’으로 평가된다.

투자자들이 추정해 온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기대치는 급격히 후퇴했다. 영란은행은 8월에 25bp(0.25%p)를 인하해 현재 기준금리를 4.0%로 조정했으나, 9월 18일(현지시간)로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달 5 대 4로 갈렸던 통화정책위원회(MPC) 표결은 물가 둔화 속도가 느린 현실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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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물가 압력 — 서비스·식품·유가

ONS는 서비스 부문 물가가 7월 5.0%에서 8월 4.7%로 완만하게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식료품 및 비알코올 음료 가격은 5.1% 상승해 전월(4.9%)보다 높았다. BoE가 가장 주목하는 근원물가(Core CPI) 역시 3.8%에서 3.6%로만 하락해 완전한 안정세와는 거리가 멀다.

세부 항목별로는 휘발유 가격, 호텔·레스토랑 비용이 8월 물가 상승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ONS는 밝혔다. 반면 항공권 가격 등 운송 비용 상승 폭이 둔화돼 일부 상쇄 효과가 나타났다.

“우리는 노동시장이 느슨해지면서 임금 상승률이 둔화될 것으로 보지만, BoE가 내일(18일)이나 11월 회의에서 금리를 내리기에는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여전히 높다” — 폴 데일스, 캐피털 이코노믹스 수석 UK 이코노미스트


노동시장·임금 압력

최근 영국 노동시장은 완만한 둔화 조짐을 보였으나, 기본급 임금 상승률이 4.8%로 여전히 높다. 이는 BoE 물가 목표(2%)와 비교할 때 높은 임금-물가 연동 위험을 시사한다.

ONS가 발표한 최신 GDP 지표는 지난 6~7월 3개월간 성장률이 0.2%에 머물렀음을 보여준다. 성장세가 미약함에도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목표치(2%)를 상회하면서 정책당국은 ‘성장과 물가 안정’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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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용어 해설

근원 물가(Core CPI)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주류·담배를 제외한 소비자물가로, 중앙은행이 향후 물가 흐름을 판단할 때 핵심 지표로 삼는다.

서비스 물가는 임금 비중이 높아 국내 수요와 연계된 ‘내재적 인플레이션 압력’을 나타낸다. 이에 따라 BoE는 서비스 물가를 긴밀히 주시하며 정책을 조정한다.

bp(베이시스포인트)1bp=0.01%p는 금리 변동폭을 표현할 때 자주 쓰인다. 예컨대 25bp 인하는 0.25%포인트 인하를 뜻한다.


전망 및 시사점

BoE는 자체 전망에서 올해 9월 CPI가 4%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며 2027년 봄까지 목표치(2%) 복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재무장관 레이철 리브스는 최근 “각 부처가 물가 안정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처럼 경기 둔화와 고물가가 동반되면, 향후 재정·통화정책 공조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들은 “노동시장 완화→임금 둔화→물가 하락”의 선순환이 나타나기 전까지 BoE가 조기 완화에 나서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결론적으로, 영국 소비자·기업·정부 모두가 ‘장기 고물가’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투자자들은 금리 동결 장기화, 국채 수익률 변동성 확대, 파운드화 강세·약세 시나리오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