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4~6월) 전기 대비 0.3% 증가하며 시장 컨센서스(0.1%)를 상회했다. 이는 1분기 0.7% 성장에서 크게 둔화한 수치로, 영국 경기가 여전히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2025년 8월 14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영국 통계청(ONS)은 이날 새벽 2분기 GDP 속보치를 발표하고,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1.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1분기 1.3%보다 낮은 수준이다.
월별로 살펴보면 6월 GDP는 전월 대비 0.4% 확대됐다. 4월(-0.3%)과 5월(-0.1%)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뒤집은 것이며, 시장 예상치인 0.1%를 크게 웃돌았다. ※ ONS가 집계하는 월간 GDP는 제조·서비스·건설 부문의 활동을 종합한 값으로, 경기의 단기 흐름을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성장률 둔화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4월 미국 행정부(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 발표한 대(對)영국 관세 부과 계획이 왜곡 효과를 낳았다. 해당 관세가 적용되기 전에 수출업체들이 1분기 초에 물량을 앞당겨 선적하면서 2분기에는 반사적으로 실적이 꺾였다는 분석이다.
또한 정부의 정책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조세 부담 증가와 생활임금(최저임금) 인상 등 국내 정책 요인이 기업 투자·고용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는 게 각종 경영체감지수(PMI)에서 공통적으로 포착된 신호다.
실제로 서비스업과 제조업 신규 주문 지표는 2분기 들어 둔화세를 보였고, 일부 중소기업은 고용 축소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지표는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Chancellor)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취임 첫해를 마무리한 그는 “경제 재가동(kickstart)이 최우선 과제”라고 줄곧 강조해 왔으나, 실질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는 2023년 말 기술적 리세션에 빠졌으나, 2024년 상반기 반등에 성공했다. 다만 3분기 초 들어 성장 동력이 다시 약화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10~11월로 예정된 예산안(Autumn Statement)에서 정부가 두 해 연속 세율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이는 재정건전성 규칙을 충족시키려는 목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민간 소비를 위축시켜 성장률을 추가로 압박할 수 있다.
용어·배경 설명
- GDP(국내총생산): 일정 기간 한 국가 내에서 새로 생산된 최종 재화·서비스의 총가치를 뜻한다. 흔히 경제의 체력·규모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로 쓰인다.
- 전기 대비·전년 동기 대비: 각각 직전 분기, 혹은 1년 전 같은 분기와 비교한 성장률을 의미한다.
- 생활임금(National Living Wage): 영국 정부가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 제도로, 연령 구간별로 차등 적용된다. 올해 인상 폭이 컸던 탓에 기업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
- 트럼프 관세: 2025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수입품 관세 인상 조치. 브렉시트 이후 재협상을 거친 미·영 무역 관계에서 예상 밖 리스크로 작용했다.
이처럼 2분기 성장률 둔화는 대내외 변수의 복합 결과로 평가된다. 영국 정부가 향후 재정·통화 정책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경기 반등 속도와 파운드화 흐름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 참여자들은 9월 잉글랜드은행(BoE) 통화정책위원회에서의 금리 방향성, 그리고 11월 재정성명에서 제시될 세입·세출 계획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