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 촘촘한 표결 끝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추가 인하에는 신중한 신호

런던 — 영국 중앙은행(Bank of England, 이하 BOE)은 정책위원들의 촘촘한(근소한) 표결 이후 목요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인하했으나, 앞으로의 추가 금리 인하 속도는 더 느려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2025년 12월 18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금리 결정은 이번 주 발표된 인플레이션의 급락과 BOE 직원들의 새 성장 전망을 반영한 결과였다. BOE의 통화정책위원회(Monetary Policy Committee, 이하 MPC) 위원 9명 중 5명은 기준금리를 4.00%에서 3.75%로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표결했고, 나머지 4명은 현행 유지를 지지했다.

BOE 총재 앤드루 베일리(Andrew Bailey)는 입장을 바꿔 인하에 찬성표를 던져 위원회의 균형을 뒤집었다. 베일리는 성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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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금리가 점진적으로 하향 경로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가 한 번 한 번 금리를 내릴 때마다 얼마나 더 내려갈지는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고 말했다. 그는 노동시장에서의 뚜렷한 침체 신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했지만, 인플레이션 기대는 지금까지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은 BOE가 올해 들어 네 번째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으로, 조정 후 Bank Rate는 3.75%가 되어 거의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BOE 기준금리는 여전히 유럽중앙은행(ECB)의 유사 지표에 비해 거의 두 배 수준에 가깝다는 점이 주목된다.

BOE는 이번 회의 후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이 “단기적으로 목표(2%)를 향해 더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고, 물가가 높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은 “다소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수요 약화로 인플레이션이 과도하게 낮아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부총재 클레어 롬바델리(Clare Lombardelli)는 인하에 반대한 배경을 분명히 했다. 그녀는 최근 데이터가 “단지 변곡점에서만 약해졌다(softened at the margin)”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강하게 유지될 위험을 더 우려한다고 말했다. 수석 이코노미스트 휴 필(Huw Pill)도 인플레이션이 너무 낮아질 위험보다 너무 높게 정체될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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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초에 발표된 경제지표는 노동시장 약화와 임금 성장 둔화를 보여주었다. 그중에는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의 실업률이 포함되어 있어 고용 부문이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BOE는 또한 2025년 마지막 분기에 경제성장이 0%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지난달 제시했던 0.3% 성장 전망에서 하향 조정된 수치다. BOE는 기초적(근원) 성장률은 분기당 약 0.2%로 더 강하다고 보았다.

영국의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다른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는 부분적으로 재무장관 레이첼 리브스(Rachel Reeves)가 작년에 고용주에 대한 세금을 인상한 결정 때문이라고 BOE는 평가했다. 다만, 예상치 못한 급락으로 수요일 발표된 최신 소비자물가 상승률(CPI)은 3.2%로 집계됐다.

BOE는 또한 리브스 장관의 예산안이 일회성 조치로 인해 2026년 인플레이션을 약 0.5%포인트 낮출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이후 2년간은 다소 다시 상승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당 예산 조치들은 2026년과 2027년에 경제 규모를 최대 0.2%포인트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BOE는 추정했다.

한편,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0월까지의 3개월 동안 0.1% 감소했다. BOE는 이 기간에 기업들이 리브스 장관의 11월 26일 예산 발표를 앞두고 투자 프로젝트를 보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국제적 맥락에서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하 사이클의 종착에 근접해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주 2026년에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그 횟수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며, ECB는 이미 통화완화 사이클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는 전했다. 이날 후속 일정으로 ECB는 목요일에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됐다.


용어 설명

기준금리(Bank Rate)는 중앙은행이 상업은행에 적용하는 핵심 금리로, 시장 전체의 단기 금리와 대출·예금 금리에 영향을 준다. 통화정책위원회(MPC)는 BOE의 금리 및 통화정책 결정을 내리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별 표결로 정책 방향이 결정된다. G7은 세계 7대 선진국(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을 지칭한다.


전문적 분석과 파급효과 전망

이번 BOE의 결정은 다음과 같은 시장 및 경제적 파급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 첫째, 점진적 금리 인하 기조가 유지되지만 속도가 둔화될 경우 채권시장에서는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투자자들은 BOE의 신중한 태도를 단기적으로는 완화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중한 통화정책 스탠스로 해석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가계·기업의 대출 금리 결정에는 즉각적 영향이 미미할 수 있으나, 은행의 대출 의사결정과 기업의 투자 계획에는 점진적인 하방 압력이 작용할 것이다. BOE가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한 점을 고려하면 민간 투자 회복은 제한적일 수 있으며, 특히 금리 인하 폭이 제한적일 경우 투자 심리 회복 속도는 느릴 전망이다.

셋째, 파운드화 환율은 단기적으로 혼조세를 보일 수 있다. BOE 기준금리가 ECB보다 높은 상태에서 인하가 이어지면 통화 약세 압력이 생길 수 있으나,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둔화될 경우 실질금리 여건과 경제기대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것이다.

넷째, 노동시장 둔화와 임금 성장 약화는 실물경기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BOE의 자체 전망대로라면 2025년 말 성장 정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어 재정정책(예산)과 통화정책 간의 조정 필요성이 부각될 것이다. 특히 예산의 일회성 조치가 2026년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책 조합의 타이밍과 지속성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 국면에서 BOE의 신중한 행보는 다른 중앙은행들의 움직임과 상호작용할 것이다. 미국과 유로존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이미 변곡점을 맞은 상황에서 BOE의 향후 결정은 영국 자본시장 및 실물경제의 회복 경로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요약(핵심 포인트)

BOE는 2025년 12월 18일 기준금리를 4.00%에서 3.75%로 0.25%포인트 인하했으나, 위원들 간 표결은 5대4로 매우 근소했다. 총재 앤드루 베일리가 찬성으로 입장을 바꿔 균형을 뒤집었으며, 일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게 머물 위험을 우려해 현행 유지를 주장했다. BOE는 인플레이션이 단기적으로 목표에 더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성장 전망은 악화돼 2025년 말 분기성장이 0%로 예상된다. 노동시장 둔화, 임금성장 둔화, 지난해 세금 인상 등 국내 요인과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완화 종결 전망이 맞물리면서 BOE의 향후 금리 인하 속도는 더 느려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