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 위원 캐서린 맨, “물가 고착화 시나리오 현실화…추가 금리 인하 배제할 수 없다”

영란은행(BoE) 통화정책위원회(MPC) 위원 캐서린 맨영국 물가가 고착화(high persistence)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하며, 그럼에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다.

2025년 9월 3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맨 위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8월 통화정책보고서(MPR)에 언급된 물가 고착화 시나리오가 실제로 전개되고 있다”면서 위와 같이 말했다.

그녀는 구체적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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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보고서를 읽어 보신 분이라면 물가가 장기간 고점에서 떨어지지 않는 시나리오를 보셨을 것

”이라며 “바로 그 시나리오가 현재 현실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란은행은 8월 MPR에서 생산성 부진과 임금 급등이 결합해 물가 목표(2%) 복귀 시점을 2027년 중반으로 늦출 수 있다는 상·하향 위험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물가 전망과 금리 경로 사이의 불확실성

맨 위원은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차기 회의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불가피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이번 9월 정례회의에서 다른 다수 위원들과 함께 기준금리를 현행 4%로 동결하는 데 동참했지만, 8월 회의에서는 소수의견으로 금리 인하에 반대표를 던졌다.

현재 영란은행은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동시에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부(副)총재 클레어 롬바델리 역시 이날 별도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충격이 단순 일시적이라는 가정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위원들 간 ‘신중한 인하’ 공감대

지난주 MPC 외부위원 메건 그린은 “금리를 성급히 낮추기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고, 앤드루 베일리 총재 역시 “금리가 결국 내리겠지만 시기와 폭은 불투명하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데이브 램즈던 부총재는 “추가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며 보다 완화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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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긴축(QT) 속도 조절 논쟁

9월 회의에서 맨 위원은 국채 보유분 감축 속도를 다수 의견보다 늦추자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나치게 빠른 QT는 중기물(5~15년 만기) 국채 매도량을 과도하게 늘려 영국 금융시스템이 준비금 감소 체제에 적응하는 데 부담을 줄 수 있다”

고 설명했다.

이어 “중앙은행 준비금 수요곡선(reserves demand curve)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상승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장기물을 덜 팔고 균형 잡힌 만기 구조로 매각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강조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길트(gilt)는 영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뜻하는 용어로, 미국의 트레저리(국채)와 동일하다. MPC(통화정책위원회)는 영란은행 내에서 기준금리·자산매입 결정권을 가진 9인 위원회이며, 외부위원과 내부위원(총재·부총재 포함)으로 구성된다. 양적긴축(QT)는 중앙은행이 보유한 채권을 시장에 매도하거나 만기에 맞춰 상환받아 대차대조표를 축소함으로써 유동성을 흡수하는 정책이다.

또한 준비금 수요곡선(reserves demand curve)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려는 초과지준의 양과 금리 수준 간 관계를 나타내는 곡선으로,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중앙은행이 예상보다 많은 준비금을 시스템에 공급해야 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전망과 시사점

맨 위원의 발언은 MPC 내부에서 물가 압력의 지속성을 경계하면서도 성장 둔화에 따른 정책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기류가 혼재돼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 참여자들은 영란은행이 언제, 얼마만큼 금리를 낮출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국채 수익률 곡선과 파운드화 환율에도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영란은행은 4%의 기준금리를 유지한 채,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라는 ‘쌍둥이 도전’ 속에서 통화정책의 미세 조정을 이어갈 전망이다. 투자자와 기업은 향후 MPC 의사록과 경제지표 발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