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 물가·고용 딜레마 속 또다시 금리 인하 놓고 세 갈래로 갈라질 전망

[런던] 영국 영국은행(BoE)이 오는 8월 7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가 상승세와 고용시장 둔화라는 상반된 위험 요인을 두고 정책위원들이 다시 한 번 ‘3분(分) 결집’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짙다.

2025년 7월 3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영란은행 금융정책위원회(Monetary Policy Committee·MPC) 내부에서는 ① 경기 둔화를 우려해 과감한 인하를 주장하는 파, ②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경계해 동결을 고수하려는 파, ③ 소폭·점진적 인하를 선호하는 중도파로 나뉘어 있다. 지난 5월 회의에서도 세 갈래 표결 끝에 0.25%포인트(p) 인하가 결정된 바 있어, 시장은 이번에도 유사한 투표 구도를 점치고 있다.

■ “점진적·신중”을 되풀이하는 앤드루 베일리 총재
앤드루 베일리 총재와 다수 위원은 수개월째

점진적이고 신중한 속도로 금리 부담을 덜어주겠다

는 메시지를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기준금리가 정점(5.25%)에서 이미 네 차례(총 100bp) 내려온 만큼, 향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one-and-done형 인하가 이번 회의로 끝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영국계 리서치 업체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로버트 우드·엘리엇 조던도크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026~2027년 2% 목표를 상회할 것”이라며, 추가 인하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기준금리 0.5% 시대>가 길게 이어졌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와 달리, 이번 사이클에서는 3% 중반에서 금리 하락이 멈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 3.6%로 다시 뛰어오른 인플레이션…“정점 4% 가능성”
6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6%로 예상 밖 반등을 보인 점도 통화정책 완화 속도를 제약한다. HSBC의 엘리자베스 마틴스·크리스 헤어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제2·3차 효과를 감안할 때 올해 물가 정점이 4%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또한

식료품 가격 상승이 장기 기대인플레이션과 임금 인상 압력을 자극할 위험

을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소비자·기업 심리 조사에선 향후 1년 기대물가가 3% 중후반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나, 목표치(2%)와의 괴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 고용시장은 식어가는데…‘금리 인하 여력’ 딜레마
반면 영국 고용시장은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업률이 완만히 상승하고 구인 건수는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고용 둔화 → 가계소득 위축 →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일부 위원들은 경착륙(급격한 경기 냉각)을 막기 위해 한두 차례 더 빠른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영국 재무장관 레이철 리브스도 집권 노동당 1주년 성과로 “지난해 8월 이후 네 차례 금리 인하”를 강조해 왔지만, 시장은 “이제 보폭이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관측한다. 로이터가 7월 초 실시한 전문가 설문에서는 8월·11월 0.25%p 인하 후, 2026년 두 차례 추가 인하를 전망한 의견이 우세했다.


기준금리·국채 매각 프로그램 동시 조정 주목
영란은행은 8월 7일 11:00 GMT(한국시간 20:00) 통화정책결정 및 최신 경제전망을 발표한 뒤, 30분 후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동시에 양적긴축(QT) 일환으로 보유 국채를 매각·상환하는 속도를 9월에 재조정할지를 논의할 예정인데, 이는 전 세계 채권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다.

• 용어 풀이
1bp(베이시스포인트)는 0.01%p에 해당하는 최소 단위 금리 변동치를 뜻한다. MPC는 총재·부총재 등 9인으로 구성되며, 과반수 찬성으로 정책이 결정된다.


■ 기자의 시각
영국이 2022년 11%까지 치솟았던 ‘인플레이션 쇼크’를 진정시키는 과정은 미국·유로존보다 더디다. 최근 유가·식료품·주택비용이 복합적으로 상승하며 물가 방어선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필자는 “3%대 중후반 물가가 장기화될 경우, 실질금리가 양(+)의 영역으로 오래 머무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급격한 인하를 단행하면 장기 기대물가가 다시 고착화될 위험이 있으나, 반대로 인하를 미루면 고용 충격이 현실화할 수 있다. 결국 영란은행은 ‘인플레이션-고용’ 균형을 맞추는 고차 방정식 속에서, 매번 베이시스포인트 단위의 세밀한 조정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선 ① 영국 채권 금리 스프레드, ② 파운드화 환율, ③ 소비·임금 지표를 종합해 포트폴리오 전략을 재점검할 시점이다. ‘점진·신중’ 기조가 유지되면 스텝다운형 완만한 금리 곡선(flattening) 시나리오, 혹은 추가 인하 중단 시 급격한 수익률 곡선 단기 급등(steepening) 시나리오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