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택시장 ‘요청가(asking price)’가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의 예산안 발표를 앞둔 불확실성 속에 통상적인 계절 패턴을 넘어서는 폭으로 하락했다고 라이트무브(Rightmove)가 밝혔다. 이 업체가 공개한 최신 조사에 따르면, 11월 8일까지 4주 동안 시장에 신규로 올라온 주택의 평균 요청가는 1.8% 감소해, 연중 이 시점으로는 2012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그 결과 평균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0.5% 낮아졌다고 전했다.
2025년 11월 17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매물 증가도 가격을 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라이트무브는 시장에 나와 있는 주택 수가 지난 10년 사이 가장 많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공급 측 압력이 누적되는 가운데, 예산안 발표를 둘러싼 정책 변수에 대한 관망 심리가 겹치면서, 연말 비수기가 앞당겨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된다.
다른 지표도 둔화 신호를 보였다. 영국 왕립 공인측량사협회(RICS)가 매월 발표하는 주택시장 지표 역시 11월 26일 예정된 예산안을 앞두고 모멘텀 약화를 가리키는 흐름을 재확인했다. 이번 예산안에는 세금 인상이 포함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돼 있으며, 라이트무브는 이미 시장에 올라와 있는 매물의 ‘요청가 인하’ 빈도가 2024년 2월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가격 현실화 압력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고가 주택에서 더 뚜렷한 둔화도 관찰됐다. 라이트무브에 따르면, 200만 파운드(£) 초과 자산의 합의된 매매(agreed sales) 건수는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다만, 2025년 들어 현재까지의 전체 매매는 2024년 같은 기간 대비 4%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전반적 거래 흐름이 완만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가격 조정 압력과 고가대 수요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라이트무브의 부동산 전문가 콜린 밥콕(Colleen Babcock)은 “예산안은 시선 분산 요인이 크고, 통상적인 시기보다 늦게 발표되면서 많은 잠재 구매자들이 가계 재정에 미칠 영향을 지켜보려 기다리고 있다. 통상 크리스마스 시기에 나타나는 거래 둔화가 올해는 앞당겨진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핵심 수치 요약
– 기간: 11월 8일까지 4주
– 요청가 변동: -1.8% (연중 동기간 기준 2012년 이후 최대 하락)
– 전년 대비 가격: -0.5%
– 매물 수: 10년 만의 최고 수준
– 요청가 인하 빈도: 2024년 2월 이후 최고
– 200만 파운드 초과 주택 합의된 매매: 전년 대비 -13%
– 2025년 연초 이후 누적 매매: 2024년 동기간 대비 +4%
– 환율: 1달러($)USD = 0.7594파운드(£)GBP
맥락과 해석
이번 결과는 공급 확대(매물 증가)와 정책 불확실성(예산안·세제)이 결합할 때 요청가에 선제적 조정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고가 주택일수록 가격 민감도와 거래 심리의 변화가 크게 반영되면서 합의된 매매 축소 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연간 누적 거래가 전년 대비 +4%를 유지하는 점은 수요의 기반이 완전히 붕괴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요약하면, 가격은 조정되지만 거래는 선별적으로 이어지는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정책 이벤트(예산안)의 역할
11월 26일로 예정된 예산안은 가계 세금과 부동산 관련 비용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좌우할 수 있다. 라이트무브와 RICS 지표에 반영된 관망 심리는 “정책 발표 전 대기”라는 전형적 패턴을 재확인시킨다. 콜린 밥콕의 언급처럼, 연말 비수기에 흔히 보이는 거래 둔화가 시기적으로 앞당겨진 것이 현재 조사의 핵심 특징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세부 세제 변화가 가시화될 때까지 요청가 조정과 매수 대기가 병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용어 설명
– 요청가(asking price): 판매자가 시장에 제시하는 희망 판매가를 뜻한다. 실제 거래가는 협상·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합의된 매매(agreed sales): 매수·매도 당사자가 조건에 합의해 거래 진행에 들어간 건수를 의미한다. 이후 절차에서 변동 가능성은 남아 있다.
– RICS(Royal Institution of Chartered Surveyors): 영국의 부동산·건설 분야 전문직 단체로, 월간 조사로 시장 심리를 파악하는 지표를 제공한다.
– 라이트무브(Rightmove): 영국의 주요 부동산 웹사이트로, 매물과 가격 동향을 바탕으로 시장 통계를 제시한다.
실무적 시사점
매도자 관점에서는 요청가 현실화가 필수적이다. 이미 라이트무브가 지적했듯, 요청가 인하는 2024년 2월 이후 최고 빈도로 나타나고 있어,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가격 설정이 거래 성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매수자 관점에서는 예산안 이후 가계 재정 영향을 확인하려는 대기 수요가 적지 않아, 정보 비대칭과 협상력의 변화가 단기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고가대 시장의 합의된 매매 감소(-13%)는 가격 협상 여지를 키우는 한편, 선택과 집중이 강화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관전 포인트
향후 가격 흐름은 매물 누적 속도와 예산안의 세부 조세 조정이 어떻게 결합하는지에 달려 있다. 현재로서는 전년 대비 가격 -0.5%, 연초 이후 거래 +4%라는 이중 신호 속에, 가격은 더 신중해지고 거래는 선별되는 국면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시장 참여자는 가격 탄력성과 정책 민감도를 동시에 고려해 대응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환율 참고
로이터 보도는 환율을 1달러($)USD = 0.7594파운드(£)GBP로 제시했다. 이는 기사 작성 시점의 환율 기준으로, 주택가격 판단의 직접 지표라기보다는 금액 표기의 참고치로 이해할 수 있다.









